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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재냐 수분양자 구제냐”...‘뜨거운 감자’된 장릉 앞 아파트
‘왕릉뷰 논란’ 아파트 현장가보니
법원서 운명 갈린 3개단지 온도차
문화재청, 문화재보호법 위반 고발
1개단지 제외, 2개단지 12개동 중단
현장선 “다 지은 아파트 못부순다”
입주예정자 “왜 우리가 뒤집어쓰냐”
건설사·인천서구청등도 “문제없다”
전체 동이 공사 중단된 대광건영의 대광로제비앙 아파트. 이민경 기자
장릉 전방으로 보이는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 [연합]

“다 지은 걸 어떻게 부수겠어요. 우리나라 정서상 허물긴 쉽지 않아요.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딱 뒤쪽 3개동만 해당되는 거니까 큰 영향 없을 것 같습니다.”(해당 아파트 공사 현장 작업관계자)

지난 6일 찾아간 인천 검단신도시 내 김포 장릉 논란과 연관된 아파트 세 곳의 공사 현장 분위기는 각각 온도 차를 보였다.

단지 전체가 공사중단 처분을 받은 대광건영의 ‘대광로제비앙 아파트’ 현장에선 작업자와 작업차량이 보이지 않았다. 단지는 아파트 9개동과 상가동을 비롯해 완공에 가까운 상태였다.

금성백조의 ‘예미지트리플에듀 아파트’ 현장은 공사가 중단된 105·106·107 3개동에서 작업자들이 안전구조물을 해체하고 있었다.

금성백조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적법하게 허가를 받았고 완공이 다 돼가는 중에 공사중단 명령을 받았다”면서 “공사중단 명령을 취소해 달라는 요청을 서울행정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아 세 동의 공사를 멈출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0월 중으로 항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맡은 대방건설의 ‘대방노블랜드 아파트’는 공사를 재개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공사장은 내년 9월 준공을 앞두고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결국 총 3개 단지 3400가구 중 대방건설 아파트를 제외한 2개 단지 12개 동의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3개 단지를 포함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는 일부 아파트단지가 지난 6월부터 차례로 비로소 입주를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일대가 주거지의 면모를 갖추지 못해 거대한 공사판에 가까웠다.

풍무동 유현사거리 일대 공인중개사무소들에 따르면 위 3개 단지는 모두 전매가 불가능하므로 분양권 거래와 관련된 문의는 없다고 한다. 다만 현장에서 만난 일부 공인중개사는 해당 단지의 수분양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법을 어겨도 된다는 선례를 남기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입주 예정자들은 속이 타들어 간다. 한 입주 예정자는 7일 CBS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것 같은 그런 상황”이라면서 “내년 6월 입주까지 8개월 남았는데 공사를 재개해도 기간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공사가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설사도 잘못이 있고, 인천 서구청이나 김포시청도 문제가 있고, 문화재청 역시 잘못했다”며 “건설사와 행정관청의 잘못을 왜 입주자가 뒤집어써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앞서 지난달 6일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건설사 3곳을 경찰에 고발했다. 문화재청은 2017년 1월 김포 장릉 반경 500m 안에 짓는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은 개별 심의한다고 고시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지난 2014년 인천도시공사로부터 택지 개발 허가를 받은 땅을 사들였고 2019년엔 인허가기관인 인천 서구청의 경관 심의를 거쳐 공사를 시작했으므로 문제가 없었다고 항변한다.

인천 서구청 관계자도 “문화재청에서 2017년에 바뀐 사항을 담은 전자문서를 보내주지 않는 등 제대로 고시하지 않았다”면서 “저희는 기존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허가를 내준 것”이라고 말했다.

사안은 점점 더 커지면서 지난 5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문화재청은 올해 5월 인근 현지 조사를 하고 불법 건설 사실 인지를 하고도 7월에 유네스코 점검 보고에 문화재 불법 건설행위가 없다고 기재했다”며 “문화재청의 직무유기가 이 사태의 발단임이 명백함에도 건설사와 애꿎은 입주 예정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침묵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조선왕릉 40기가 일괄 등록돼 있는데 만약 장릉이 삭제되면 39기의 다른 왕릉도 취소될 수 있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문화재청 관계자는 “장릉이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게 노력할 것이며, 장릉 하나로 40기 전체가 영향을 받을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장릉 사태와 관련해 국토부에서 관여하고 있는 것 없다”면서 “입주민 대책 등은 인천시에서 대응 중”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오는 11일까지 건설사들에 개선책을 내라고 요구한 상태다. 이르면 다음주 초 재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해당 아파트 건설을 중단하고 철거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서 김포 장릉과 아파트단지를 둘러싼 사태는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이민경 기자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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