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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년 역사 조선호텔의 헤리티지가 입구부터 펼쳐지다 [디자인 플러스-강남 ‘조선팰리스’ 를 가다]
센터필드 지하 입구 ‘황금색 크레스트’
품위의 사자·영원의 봉황·장수의 은행잎
장인정신 상징물 방문객들 첫 시선 잡아

내부공간 곳곳 모던과 럭셔리로 꽉 채워
400여개 아트워크 ‘호텔 전체가 미술관’
국내외 유명작가 작품 감상하는 즐거움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 24층에 있는 ‘1914 라운지&바’ 9m에 달하는 압도적인 층고에 한 번, 30여개 나뭇잎 모양의 펜던트 조명에 또 한번 놀란다.
조선 팰리스 36층에 있는 한식 파인 다이닝 ‘이타닉 가든’ 내부.
조선 팰리스 24층에 있는 그랜드 리셉션에 전시된 요한 크레튼의 ‘글로리’
서울 역삼동 소재 센터필드 건물 지하에 있는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의 전용 입구. [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서울 2호선 역삼역에서 내려 고층 빌딩으로 둘러싼 테헤란로를 따라 쭉 올라가면, 걸어오면서 봤던 건물들보다 더 높은 36층 규모의 센터필드 역삼이 눈앞에 펼쳐진다. 수직적 느낌의 그리드 프레임에 건물 전면이 유리로 된 ‘커튼월’로 마감해 강남 도심의 세련된 분위기와 제법 잘 어울린다. 2개 동으로 이뤄진 이 건물의 웨스트타워 24~36층에는 신세계그룹의 야심작,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이하 조선 팰리스)’이 자리잡고 있다.

▶ ‘현대 한국의 황금기’가 모티브...메인 컬러는 ‘골드’=현대적인 건물 외관과 달리 호텔 내부는 둥글둥글한 아르데코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주를 이루며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아르데코 스타일이란 1920~1930년대 유럽에서 유행하던 인테리어 방식으로, 곡선을 유난히 강조한다. 덕분에 호텔 내부에는 아치형 기둥이나 모서리 및 박음질이 둥그스름한 가구, 소파 등을 자주 찾아 볼 수 있다.

호텔 내부의 메인 컬러는 ‘골드’다. 왕족과 같은 최상층의 주거 공간을 뜻하는 ‘팰리스’의 품격을 느낄 수 있도록 럭셔리함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특히 신세계그룹이 조선 팰리스의 전체적인 콘셉트를 ‘현대 한국의 황금기’로 잡은 만큼 출입구 손잡이부터 창문 프레임, 파티션, 조명 등에 이르기까지 곳곳을 골드 컬러로 덧입혔다. 대신 모던한 느낌을 더하고자 화이트나 월넛, 허니듀 등의 색으로 각 공간마다 변주를 줬다.

우선 센터필드 지하에 조성된 조선 팰리스 전용 입구에는 화려한 황금색 조명과 함께 4m에 달하는 팰리스 게이트 위에 황금색의 크레스트(방패에 얹는 가문의 문장)가 시선을 압도한다. 신세계그룹이 조선 팰리스를 오픈하면서 100여년 역사를 보유한 조선호텔의 장인정신과 헤리티지를 상징할 수 있는 크레스트를 만들었다. 고귀함과 품위를 상징하는 사자와 부활과 영원을 뜻하는 봉황이 양쪽에 있고, 그 아래 장수를 기원하는 은행잎과 번영의 호사스러움을 담은 활짝 핀 석류꽃이 자리잡고 있다.

36층 최고층에 있는 한식 파인 레스토랑인 ‘이타닉 가든’도 파티션이나 창문 프레임, 천장 마감 등을 골드로 포인트를 주면서도 천장이나 바닥, 식탁보 등 기본적인 밑바탕은 화이트로 해 모던함을 살렸다. 같은 층에 있는 중식당 ‘더 그레이트 홍연’ 역시 중식과 어울리는 레드와 이와 대비되는 허니듀 색을 기본으로 가져가면서도 조명이나 전시물 등은 골드로 매치해 럭셔리함을 살렸다.

▶한국의 미(美) ‘은행’으로 디테일을 살리다=조선 팰리스 내부를 이곳저곳 구경하다보면 은행잎 형태의 오브제나 디테일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24층에 있는 ‘1914 라운지’에는 층고가 9m에 달하는 칵테일바가 별도의 공간에 있는데, 30여개의 나뭇잎 모양 펜던트 조명이 그 공간을 꽉 채운다.

마치 늦가을 노란 은행잎이 슬로우 모션으로 바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다. ‘더 그레이트 홍연’의 입구에 있는 허니듀 컬러의 벽면 역시 자세히 보면 은행잎을 여러겹 겹쳐 놓은 듯한 무늬가 자잘하게 벽면을 뒤덮고 있다.

이처럼 은행잎의 자취(?)가 호텔 곳곳에서 발견되는 이유는 은행이 조선호텔의 헤리티지를 상징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은행나무는 2억 년 부터 존재했다고 알려진 식물로,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린다. 덕분에 은행은 예로부터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다. 신세계그룹은 100여년을 이어 온, 그리고 앞으로 100여년 역시 문제 없이 나아갈 조선호텔의 상징으로 은행잎을 선택했다. 조선 팰리스를 상징하는 크레스트에 은행잎이 자리를 차지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 호텔을 디자인 설계한 프랑스 출신 움베르트&포예(Humbert&Poyet)의 미적 조예 역시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최근 진행된 국내 언론과의 한 인터뷰에서 “한국의 풍경과 문화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며 “특히 소나무나 목련, 은행나무 등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에 많이 끌렸고, 한국 문화에서 보이는 디테일, 아름다움, 미학에 매료됐다”고 말한 바 있다. 즉 이들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은행잎에서 한국적 아름다움을 찾은 것이다.

이에 조선 팰리스에 한국적인 미(美)를 입히는 데에도 은행잎 오브제를 적극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400여개의 아트워크 ‘호텔 전체가 미술관’=조선 팰리스의 내부 인테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아트워크(artwork, 예술작품)’다. ‘현대 한국의 황금기’라는 호텔 전체의 콘셉트와 동일한 주제로, 절정의 풍요로움과 미래에 대한 낙관적 비전 등을 표현한 예술 작품 400여점이 호텔 곳곳에 전시돼 있다.

특히 웰컴 로비에 있는 조각상 ‘모세(Blue Eroded Moses)’는 호텔에서 처음 접하는 거대한 조각상이다 보니 호텔에 들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걸음을 멈추고 한 번쯤 작품을 들여다 보게 된다.

이 조각상은 100만 팔로워를 거느린 트렌드 세터 아티스트 다니엘 아샴(Daniel Arsham)의 작품이다. 그는 내놓는 작품마다 센세이션을 일으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들이 ‘콜라보 1순위’에 올리는, 이른바 명품이 사랑하는 아티스트다. 아샴은 잘 깎여진 모세상을 군데군데 부수고 갈아 인생의 덧없음을 표현하려고 했다.

조선 팰리스에는 다니엘 아샴 작품 뿐아니라 요한 크레텐과 장 미셸 오토니엘, 조솁 스타쉬케베츠 등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24층 그랜드 리셉션 벽면에 걸려있는 요한 크레텐의 ‘영광(Glory)’은 반짝이는 골드 컬러의 목걸이를 수 십개 겹쳐있는 듯 표현해 화려한 번영을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이들 뿐 아니라 김지원, 이정진, 차규선, 황도유, 정해나 등 국내 대표 작가들의 작품 역시 호텔의 공용 공간이나 객실 내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임율희 조선호텔앤리조트 설계팀 파트장은 “건물 외관은 매우 모던하고 현대적이지만, 호텔 내부는 아르테코 스타일을 기본으로 해 조선의 헤리티지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간을 구성할 때는 언주로와 테헤란로 등 시티뷰를 조망할 수 있는 호텔의 특성을 고려했다”며 “시티뷰도 하나의 인테리어 요소처럼 포함시켜 설계했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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