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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자연의 현장에서] “먼저 갚는데...” 과도한 중도상환수수료

# 2018년 하반기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직장인 A씨는 3% 중반대 금리를 적용받았다. 2019년 금리가 1%포인트 가까이 하락하자 같은 은행에서 ‘대출 갈아타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은행창구에서 들려온 대답은 중도상환수수료가 금리인하로 볼 이익보다 많으니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A씨는 “중도상환수수료가 그렇게 비싼지도 몰랐고, 같은 은행에서 대출을 갈아타는 것인데 금리 인하 시에도 안내나 우대조건이 하나도 없어 고객에게 불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이 대출을 행할 때 감정료 및 설정료 등이 발생하는데 이 비용은 금융기관이 부담한다. 이에 중도에 대출을 갑자기 상환할 때, 금융기관은 초기 발생 비용에 대한 청구 목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고객이 대출을 만기보다 일찍 갚을 때 은행에 내는 일종의 해약금)를 설정한다.

문제는 이 수수료에 ‘정도(程度)’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 수입은 2759억원으로 집계됐다. 해마다 은행들은 2500억원 안팎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최근 4년간 이들 은행이 중도상환수수료로 거둔 액수는 1조원이 넘는다.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4월 말 기준 고정금리로 가계 신용대출을 받을 때 중도상환수수료율은 신한은행 0.8%, KB국민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은 0.7%다. 변동금리 가계 신용대출을 받으면 신한은행·하나은행 0.7%, 국민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0.6%의 중도상환수수료율이 적용된다. 고정금리로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을 받을 때 5대 시중은행 중도상환수수료율은 모두 1.4%이고, 변동금리인 경우엔 모두 1.2%다.

수수료 책정의 적정성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는 또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시중은행과는 조금 다르게 중도상환을 바라보는 상황이다.

카카오뱅크는 모든 대출 상품에서 중도상환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케이뱅크는 신용대출과 아파트담보대출 상품에 각각 0.5%, 1.4%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받는데, 신용대출은 1년 후부터 아파트담보대출은 해마다 최초 대출금액의 10%까지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시중은행도 더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수수료를 낮추면 개인은 보다 현금 흐름을 합리적으로 계획할 수 있다. 이자 부담은 물론, 가계 대출 조기 상환도 유도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은행이 손해를 감내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금리 인하 시 같은 은행에서 대출상품을 옮길 경우 감정료 등에 비용 할인 여지가 있기 때문에 보다 세밀한 수수료 책정이 이뤄질 수 있는 여지는 있다.

금융의 본질은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원활하게 공급해 경제가 매끄럽게 굴러가도록 하는 것이다. 가계 대출이 1000조원을 넘어 1600조원을 넘어선 시대. 금리가 더 오를 것이란 예상이 힘을 받고 있음을 고려하면 효율적 자원 배분을 위해서도 수수료 문턱은 낮출 여지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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