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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용식의 감성여행] 신안군 세일요트와 자은도 1004뮤지엄 파크.

압해도 송공항에서 바라보는 천사대교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교량길이만 7,220m, 총연장 10.8km로 우리나라에서 4번째이지만 섬과 섬을 연결하는 연도교중에선 가장 길다. 많은 섬들이 교통의 편리를 위하여 다리를 연결하고 연결된 섬들은 고립(?)에서 벗어 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섬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생기는 곳들도 있지 않을까 싶다. 천사대교를 건너니 암태도 오도항이다. 수많은 여객선과 어선들이 섬을 들락 거렸던 화려한 시간을 뒤로하고 송공항에는 낙지거리가, 오도항에는 요트 선착장이 새롭게 들어섰다. 현수교와 사장교 방식이 혼합되어 있는 천사대교의 야경은 그 길이만큼이나 화려하고 환상적이다. 


요즘 신안군에선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발맞춰 특별한 관광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2020년 여름에 세일요트를 들여와서 오도항에 계류장을 만들고 요트관광산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오도항에서 백로서식지 암치도를 돌아 천사대교를 돌아오는 코스와 초란도, 당사도 그리고 천사대교를 돌아보는 2개의 코스를 하루 6회 운행 중이다. 이용요금도 1인당 2만5천원으로 아직은 전국 최저수준이며 10명 이상만 되면 전체대여와 이벤트도 가능하다. 2021년 3월부터 순차적으로 요트를 추가 도입하여 투어코스도 다양화할 방침이다. 럭셔리 천사요트 항해사님의 멋진 안내와 함께 천사대교의 화려한 야경을 마음껏 감상하며 1시간여 동안 우아하게 요트 체험을 하였다. 편안한 휴식을 취하도록 잘 꾸며진 요트 내부와 친교를 나눌 수 있는 후미 외부 테이블, 선미 간판 해먹에 누워 밤하늘의 별과 천사대교 야경을 바라보는 호사(?)스러운 여행이었다. 항해사 복장과 마도로스 모자를 눌러쓰고 요트 핸들에 의지하여 먼 바다를 응시하고 있노라니 내가 진짜로 항해사가 된 기분이다. 파도소리, 바람소리, 저녁노을, 아침안개 등과 함께하는 세일요트의 럭셔리한 추억을 신안에서 맛보는 것도 여행의 별미 인 듯하다.


압해도에서 천사대교를 지나면 ‘소작쟁의의 섬’으로 더 알려진 암태도를 만난다. 암태도 기동삼거리엔 인증 샷을 남기는 동백꽃 파마머리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벽화를 만난다. 
이곳을 중심으로 남쪽은 팔금도를 지나 안좌도로 이어지고 북쪽으론 신안에서 두 번째로 큰 섬 자은도를 만날 수 있다. 안좌도는 세계적인 화가 김환기 화백의 고향이요, 벽지도와 반월교를 잇는 퍼플교(옛, 천사의 다리)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암태도와 자은도를 잇는 은암대교를 지나 유각마을 삼거리에 다가가면 동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벽화가 또다시 정겹게 반긴다. 아름다운 해수욕장과 해변길을 간직한 자은도다. 3,500여개 섬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13번째로 큰 섬이다. 임자도와 함께 모래섬이다 보니 지나는 길목마다 밭이란 밭은 온통 대파밭이다. 맑은 물과 공기, 좋은 토질과 바닷바람이 키운 자은도 대파는 각종 영양소 함량이 높아 전국 농산물시장에서 1등품으로 취급받고 있다. 이름에 얽힌 아름다운 설화도 전해진다. 중국 명나라때 장수 두사충이 자은도로 피신 왔다가 지내는 동안 섬 주민들의 인정에 감동하여 ‘자비롭고 은혜로운 섬’이라 하여 ‘자은도’로 명명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은도는 아름다운 해변이 많다. 어촌체험을 할 수 있는 둔장해변과 양질의 고운 백사장을 자랑하는 백길해변, 여인송 숲으로도 알려진 울창한 노송군락지를 지닌 분계해변 등 3대 해수욕장을 비롯하여 양산, 내치, 외기해변 등 즐비하다.  ‘송산-한운-둔장-두모’의 해안선을 잇는 약 12km에 이르는 ‘대한민국 해안 누리길’로 지정된 해넘이 길도 있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고 울창한 소나무 숲길, 해수욕장, 어촌체험마을 등도 만나게 된다.


멀리 탁 뜨인 수평선, 짙푸른 바다를 품고 있는 양산해변 오른쪽 자그마한 언덕위에 ‘1004 뮤지엄 파크’가 보인다. 자은도의 또 다른 볼거리로 2020년 8월에 개장하였다. 개장초기여서일까? 길게 뻗은 너른 양산해변에 접해서 만들어진 뮤지엄 파크는 진입로부터 깔끔하고 널따랗다. 50만㎡에 세계조개박물관과 수석미술관, 수석공원등이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조성되었지만 아직 빈 공터들도 많다. 다도해 자연 휴양림과 바다 휴양 숲 공원은 조성되었지만 해송 숲 오토캠핑장, 분재유리공예공원, 자생식물 테마공원등은 하나씩 개관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태극문양을 닮은 수석미술관은 증강현실기법을 도입하여 시청각적 요소로 방문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전국에서 모은 형형색색 삼라만상의 기묘한 260여점의 수석은 자연석인지, 사람이 손길이 닿은 조각품인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다. 아직도 2,000여점의 수석이 제2전시실 개관만을 기다리며 콘테이너 박스안에 잠자고 있다하니 그 규모가 어느 정도가 될지 가늠이 안 된다. 1,000여점을 기증하여 미술관 개관을 가능토록 한 원수칠 관장의 수석사랑에 대한 열정에도 감탄하게 된다.  
  수석미술관 앞마당은 대형 기암괴석들이 늘어 선 무릉도원 같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가져온 정원석, 분재, 3단 폭포, 정자들로 수석정원을 꾸민 것이다. 30톤에 달하는 정원석과 바위솔, 석위(石葦), 조경목들이 어우러지고 야생화 200여종이 철따라 피고 지는 것은 덤이다. 

  백합조개를 닮은 세계조개박물관은 전 세계 1만1천점의 신비한 조개, 고둥 표본이 전시되어 교육과 참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공립1호 전문박물관으로서 신비하고 화려한 조개와 고둥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 이주형 작가의 화려한 공예작품 30여점은 그저 탄성을 자아낼 뿐이다. 조만간 1,000여점의 조개공예작품을 전시할 조개공예박물관도 건립될 예정이라고 하니 한껏 기대가 된다.


자은도 북쪽 해넘이길 중심에는 둔장해변과 무한의 다리가 있다. 무인도인 구리도, 할미도, 고도를 연결한 1004m의 보행목교가 서해 일출 맞이를 하는 곳이다. 무한의다리 가는 길목 둔장마을에 작은 미술관이 개관했다. 오래된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하여 지역주민과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하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둔장마을 사람들 전’이라는 개관전은 안혜경 작가와 홍경미 작가가 마을에 남은 30여호 가구를 돌며 사연을 듣고 그린 둔장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웠다. 자은도와 둔장해변, 무한의 다리를 찾는 여행객들은 지나는 길에 가볍게 섬마을의 소소한 생활이야기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을 만하다.

  양산해변의 풍력발전 5~6기가 뮤지엄파크와 묘하게 어울리며 바닷바람에 큰 날갯짓을 하고 있다. 천사 뮤지엄 파크가 자은도의 또 다른 자랑거리로 이곳을 찾는 이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언젠가 자은도 중심에 우뚝 솟아 신안지역 멋진 다도해를 굽어보고 있는 두봉산(364m)의 매력적인 산길도 올라가보고 싶다. ‘어느 섬이든 섬을 온전히 보고 싶으면 섬의 산을 올라야한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글.사진 정용식 여행 칼럼리스트>


rea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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