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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석·양평 ‘문의 빗발’…강북5구역 ‘소규모 개발에 잠잠’
공공재개발 시범지역 가보니…
흑석2, 11년 개발못해 강한 기대감
양평 13·14, 매물 품귀·수익성 불만
강북 5구역 “대단위 힘들것” 차분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뉴타운2구역 일대의 모습.
양평 13·14구역 인근 부동산 모습.
강북 5구역 내 단독주택 밀집 지역. [헤럴드경제 DB]

‘공공재개발’의 첫 반응은 지역별로 엇갈렸다. 흑석과 양평 등 주변 개발 수요가 몰려있는 대단지는 정부 직후 인근 부동산에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 하지만 재개발 범위가 작은 몇몇 지역은 공공임대주택 형태의 기부채납에 대한 부담에 사업 성공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컸다. 헤럴드경제가 흑석, 양평, 강북 등 공공재개발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곳으로 둘러봤다.

▶ ‘플래카드에 전화에’…뜨거운 흑석2구역=공공재개발 첫 사업이 발표된 서울 8개 구역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곳은 단연 흑석뉴타운2구역이다. 규모가 가장 큰 데다 여의도·강남 접근성이 좋아 ‘준강남권’으로 불릴 정도로 입지 선호도가 높다.

동작구 흑석동 흑석2구역 곳곳에 걸린 축하와 환영의 플래카드는 조합설립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던 지난 11년의 한을 담은 듯했다. 조합설립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진식 위원장은 “용적률 상향,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이주비 융자 등으로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주민들의 참여 의지가 컸다”며 “속도감 있게 추진하길 기대한다”고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주민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재개발을 통해 주거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흑석동 주민은 “오래 기다려왔는데 기다린 보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인근 단지처럼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인근 부동산 역시 아침부터 매수 문의 전화가 심심치 않게 걸려왔다. 하지만 거래로 이어지진 않았다. M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당장 사겠다는 의사를 밝힌 분도 있었는데 매도자가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돌연 매물을 거둬갔다”고 귀띔했다. 살아난 재개발 동력에 추가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높아진 임대주택 비율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재개발은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주택의 절반 이상을 공공임대로 공급해야 한다. 실제 이날 설립위 사무실에는 임대주택이 왜 이렇게 많냐는 등의 조합원 문의가 줄을 이었다.

▶사업성 높은 양평…가격 상승 기대감=“양평13·14구역은 지금 팔겠다는 사람이 없어요. 왜냐하면 곧 공사 시작하는 바로 옆 12구역 매물시세가 감정평가액보다 3배나 올랐거든요. 그러니 여기 소유주들도 재개발하면 돈을 번다는 걸 경험적으로 아는거죠.”(양평동 A공인 대표)

영등포구 양평13·14구역 공공재개발 후보지는 보수가 이뤄지지 않은 저층 연립·단독주택과 노후한 상가 및 준공업시설이 즐비했다.

B공인 대표도 “여기는 서울 한복판이라 쉽게 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지금 대지지분 16평 짜리 단독주택(7억원대 초반)이 딱 하나 있는데 이것도 소유주가 곧 거둬들일지 모른다”고 전했다.

양평 공공재개발 지역은 이미 개발 열기가 뜨겁다. 바로 옆 12구역은 재개발을 거쳐 GS건설이 짓는 아파트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2019년 12월에 관리처분인가가 났고 곧 철거에 들어간다.

그러다보니 공공재개발에 대한 수익성 불만 목소리도 높다. 상가 소유자 등을 사업 찬성으로 이끌거나, 추가 분담금이 부담되는 저소득 소유자를 품을 방안이 요구된다. 이 지점에서 갈등이 나타나면 사업 지연·철회도 현실화할 수 있다.

한 주민은 “결국 주민들 동의가 중요한 것 아니겠나”라면서 “사업성 등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13,14구역을 묶어서 함께 추진했으면 한다”고 의견을 냈다. 최재풍 양평14구역 추진위원장 직무대행은 “지금 열심히 조합 설립 하려고 주민동의서를 걷고 있다”며 “거의 70% 걷힌 것 같다”고 밝혔다.

▶용적률 상향에도 조용한 강북5구역=반면 강북5구역 일대는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했다. 오가는 사람들과 차량들로 분주한 대로변과 달리,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3분만 들어가면 나오는 강북5구역은 매우 차분했다.

비슷한 크기의 땅에 비슷한 모습의 2층 양옥 20여채가 골목을 마주보고 나란히 서있는 이 곳은 바로 옆 대로변 상업지역과 달리 고요함 그 자체였다. 인근 부동산 한 관계자는 “사업을 추진하려는 시도는 여러번 있었지만 큰 땅을 가지고 있는 건물주들의 반대가 심해 사실상 대단위 사업은 불가능할 것으로 봤다”며 “지역 사람들의 관심도 사실상 없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백화점과 상가, 시장이 있는 큰길가와 달리 이 지역이 20년전과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 이유였다.

그러다보니 공공재개발 지역 선정 발표에도, 매수·매도 문의는 없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10년동안 거래가 사실상 없었다”며 “팔고자 내놓는 물건도 없다보니 시세 변동도 가늠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대상지 주민들의 동의를 얻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우세했다. 실제 강북5구역은 조합이나 추진위원회 사무실 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이번 공공재개발 신청 역시 일부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신청했다. 지난해 정부 주도 컨설팅 과정에서도 임대주택 비중과 주민 분담금 배분 등을 놓고 주민들간 이견이 있었다고 지역 관계자들은 전했다. 다만 멀리는 장위동, 가까이는 미아·길음동 일대가 10여년의 갈등과 진통 끝에 마침내 대규모 ‘뉴타운’ 아파트 단지로 속속 변신하며 생활 환경이 크게 달라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10년 20년 거주한 토박이들이 대부분인 이 지역에도 개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최정호·이민경·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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