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장시각] 연승의 쾌감…첫 패배의 후유증

한국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급등의 단어로도 설명하기 힘들다. 폭주라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하다. 꿈같이 느껴지던 3000포인트가 현실이다. 증권시장에 종사하는 전문가조차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간의 상식과 통념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의 가치(밸류에이션)를 측정하던 기존 지표가 과거의 저항선을 너무 쉽게 돌파하고 있다.

변화에는 이유가 있다. 변화의 이유를 수급으로 설명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강하게 밀려오고 있다는 분석은 현상의 설명에 불과하다. 어떤 성격의 ‘개미’들이 몰려오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게 먼저다. 현 시장을 주도하는 ‘개미’들은 두둑한 실탄과 빠른 의사결정, 폭넓은 정보 취합능력 등에서 과거 ‘개미’와 다르다. 플레이어가 달라졌기에 시장이 변한 것이다.

두둑한 실탄부터 보자. 증시 주변 자금으로 꼽히는 고객예탁금은 68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인해전술(人海戰術)을 바꿔 전해전술(錢海戰術)이라 불릴 만하다. 기관투자자와 외국인들로선 팔아도 팔아도 사들이는 ‘개미’들의 자금력에 혀를 내두르고 있을 게 분명하다.

의사결정의 속도와 질도 다르다. 거대한 자금을 굴리는 기관투자자나 외국인들은 소위 지켜야 할 형식과 룰이 많다. 눈치를 보고 주저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의사결정과 마우스클릭 두 단계만을 거쳐 매매를 한다. 한층 빠르다. 그나마 기관투자자와 외국인들이 우위에 있던 정보력과 분석력도 유튜브 등 정보의 민주화 흐름 속에 한층 평등해졌다. 증권사들은 너도나도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기관투자자들이나 접했을 법한 ‘고급 비법’을 무료 제공한다. 더욱 스마트해진 ‘개미’들은 연일 치고 빠지는 전술로 외국인과 기관을 농락한다. 전문가들이 운용한다는 공모펀드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는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일 것이다. 여전히 증시 대기자금이 풍부하고, 소위 주변에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이들의 소식을 접한 ‘개미’들의 추가 진입 등을 고려하면 역대급 강세장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조정은 있을지언정 쉽게 꺾일 에너지는 분명 아니다. 여기에 초저금리, 진입장벽이 높아진 부동산시장 등 외부 변수도 증시에는 우호적이다.

이쯤 되면 거의 완벽하다. ‘개미’들에게 단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시장을 호령하던 강점은 역설적이게도 취약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지난해 3월 이후 상승 경험만을 해온 ‘개미’들에게 패배의 경험이 없다는 점은 역으로 치명적 약점이다. 상승만을 보고 달려왔기에 하락은 또 다른 ‘뉴노멀’이다. 자칫 방향을 잃은 채 우왕좌왕하다 단 한 번의 패배로 회복하기 힘든 충격을 떠안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즐기는 스포츠에서도 연승 뒤 패배의 후유증은 널리 알려져 있다.

당장 급락장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할 수 있다. 그런데도 상식을 뛰어넘는 가파른 등정을 해왔기에 조정의 시나리오를 그려보는 작업은 필요해보인다. 곧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어닝 시즌이 본격화한다. 혹 기대와 어긋날 때 조정의 빌미를 줄 수 있는 첫 단추일 수 있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예의주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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