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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로컬콘텐츠 지속적인 발굴과 투자의 중요성

프랑스의 문명 비평가 기 소르망은 2020년 봄 포스트코로나 이후의 세상에 대한 여러 전망과 함께 한국의 문화콘텐츠 저력을 높게 평가했다. 과거 한국은 ‘반도체 강국’, ‘탁월한 배 건조 능력’, ‘재미있는 드라마 만드는 나라’ 등 특정 분야의 우수성은 인정받았으나 ‘대한민국’ 그 자체 브랜드파워는 높지 않았다. 그러나 기 소르망은 작금의 한국에 대해 한류는 물론 세계적 재앙인 코로나19에 침착하게 대응하는 정부, 그리고 그 지침을 충실히 따르는 시민사회의 성숙함 등을 언급하며 “세계로 하여금 한국을 그 자체로의 문명으로 인식하게끔 했다”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했다. 대한민국 그 자체로 훌륭한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된 것이다.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도 이와 유사하다. 처음엔 수려한 외모에 호기심을 갖지만 이후 성격과 서로의 취향 등 공통점을 찾아 공유하며 신뢰를 쌓는다. 그러다 특정 임계점을 넘으면 마침내 거부할 수 없는 애정이 싹터 상대방의 그대로를 사랑하게 된다. 획일화할 수는 없으나 대중이 드라마, 연예인, 브랜드, 게임에 애정을 느끼는 단계도 다르지 않다.

지역에서 문화콘텐츠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자로서 전남 지역의 문화콘텐츠 확산과정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전라도 밥상의 매력에 끌려서’, ‘여수 밤바다의 정취에 취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전남의 한 부분을 경험한다. 사실 문화를 향유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걸로 충분할 수 있으나 필자 같은 학자로서는 지역 전체의 브랜드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낀다. 자연, 역사, 문화재까지 전남 지역이 보유한 자원은 많지만, 이를 가공해 근사한 코스요리로 손님을 대접할 생산자가 세련된 기술이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올가을 코로나19의 지속적인 위협 속에도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던 ‘강진 일주일 살기 사업’, 소위 FU-SO(Feeling-Up, Stress-Off)의 열풍은 유난히 더 반가웠다. 청자 외에는 대중적 콘텐츠가 부족했던 강진의 로컬 라이프스타일이 전국적인 콘텐츠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도시인이 농가에서 일주일을 보내며 ‘전라도 밥상’, ‘청자체험’과 더불어 가공되지 않은 생생한 농촌 시골 마을을 체험하며 만족했다. 향후 농촌이 도시의 콘텐츠 소비자를 향해 어떤 상품을 선보여야 할지 충분한 실마리를 줬다고 생각한다.

이런 호기에도 ‘브랜드 전남’을 수면 위로 부상시키지 못한 원인을 코로나19로 돌리기보다는, 전남 콘텐츠를 온라인에 꾸준히 소개해줄 크리에이터 발굴과 이들 활동을 뒷받침해줄 정부 기관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마땅하다. 그래야 제2, 제3의 FU-SO와 강진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프로젝트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기초 자료 발굴과 홍보성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전남 문화콘텐츠 미디어 커뮤니티가 형성되길 바란다.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JCIA)과 로컬 콘텐츠기업의 성장을 돕는 JCIA 산하 전남콘텐츠기업육성센터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비록 지원 기업들의 성장이 더디고 눈에 띄는 결과물이 미비하더라도 기업 간 협업을 도모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등 기업의 든든한 요람이 돼줄 것을 주문하고 싶다. 그래서 미래의 지역 재원들이 로컬 자원으로 멋진 코스요리를 선보일 수 있게 말이다.

황병찬 전주대 문화산업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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