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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학 제대로 이해하는 법

근래 인문학열풍이 불면서 대중강연과 강좌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철학을 공부하는 모임도 성행하는데, 한 편으론 인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도 이어지고 있다.

대학에서 오랫동안 인문학 강의를 해온 성일권 박사는 ‘비판 인문학 100년사’(르몽드코리아)에서 “명작이나 고전의 가치를 칭송하는 것에 갇힌 인문학은 진정한 인문주의 정신과 다르다”며 선을 긋는다. 그는 에드워드 사이드를 인용, “인문주의는 우리가 이미 알고 느끼는 것을 다시 확인해 공고히 하는 방식이 아니라, 논쟁의 여지없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확실성에 대해 질문하고 그것들에 대해 소란을 일으키고 재정립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그런 면에서 20세기는 인문학적 혁명의 시기이기도 하다. 신의 죽음을 선언한 니체를 발판으로 문을 연 20세기 인문주의는 인간 정신세계를 탐구한 프로이트를 시작으로 비로소 인간중심적 세계관,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이 형성된다. 저자는 지난 100년간 인문학사의 사상적 흐름을 10년 단위로 큰 줄기를 짚어가며 인간 이해의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책은 욕망의 눈으로 내면을 탐구하기 시작한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으로부터 개인의 열등감에 주목한 아들러, 집단 무의식에 초점을 맞춘 융으로 이어지는 정신분석학과 대중의 관계를 다루는 새로운 학문인 사회학의 탄생으로 20세기의 문을 연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이런 인간의 물신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한 실존주의는 초월성과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인간에 주목한다. 1980년대 등장한 신자유주의는 국가 대신 시장을 떠받들고, 신매체·신기술의 발달로 개인은 네트워크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야 하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저자는 여기서 다시 한번 인문주의 정신의 실현을 강조한다. 현대인은 기술의 진보가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결코 도덕적 진보가 아니며, 따라서 생산의 분배, 투명성 제고 등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 해방의 길은 사회 구성원이 모색해야 하는 숙제라고 강조한다.

복잡한 20세기 사상사를 한 두릅으로 깔끔하게 꿰어내 단편적으로 알고 있거나 맥락을 놓친 이들이라면 긴 안목을 얻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각 시대 국제사회 흐름과 굵직한 역사적 사건 등 시대적 배경을 집약적으로 제시, 시대와 사상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사회와 개인, 인류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이해를 돕는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비판 인문학 100년사/성일권 지음/르몽드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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