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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시대를 위로하는 선율…클래식이 무르익는다
올 가을 클래식 선율이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한다. 올해로 15주년을 맞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가 연기를 거듭하다 만추에 찾아왔고, 슈만과 함께 돌아온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가 전국 투어에 돌입한다. 현재 가장 흥미로운 지휘자로 꼽히는 아나 탈리가 한국을 찾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다. [SSF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클래식이 무르익는 계절이 돌아왔다. 코로나19가 이어지는 올 한 해 많은 클래식 음악가들은 ‘음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피아니스트 랑랑은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감성적인 예술인 클래식은 사람들의 마음과 영혼에 더 와닿는다”고 했고,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SSF 예술감독)은 “이러한 공황과 격전의 시기에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음악에 의지하고 위로받고 있다. 음악이 우리의 정신 상태를 치유하고 고양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음악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예술이다. 이런 음악이 더 필요해진 시대라는 걸 새삼 느낀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클래식 선율이 찾아왔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의 강동석 예술감독은 “고통받는 인간을 위해 음악이 할 수 있는 필수적인 역할을 이번 축제가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SSF 제공]

해마다 봄에 열리던 전통의 실내악 축제를 만추에 만나게 됐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는 지난 10일 개막했다. 코로나19로 연기를 거듭하다 가을로 일정을 변경하며 15주년을 기념한다. 축제는 지난 시간들을 회고하는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강동석 SSF 예술감독은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로 주어진 여건이 제한적이었다. 이번 축제는 온전히 한국 음악가와 한국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이 함께하는 첫 페스티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건이 어렵더라도 SSF는 위기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따라갈 수 있는 길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6일까지 이어질 축제는 40여명의 연주자들이 2014년 축제 주제인 ‘프랑스의 향기(PARFUMS de FRANCE)’(14일), 2016년 주제인 ‘봄’(15일), 2018년 주제인 ‘아시아’(16일) 무대를 회고한다.

강 감독은 “지난 14년간 프로그램 중 꾸준히 사랑받은 작품들을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모든 음악가들이 같은 날 여러 차례 콘서트를 할 정도로 많은 음악적 수요 안에 있었다. 이번 축제가 고통받는 인간을 위해 음악이 할 수 있는 필수적인 역할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슈만으로 돌아왔다. [빈체로 제공]

거장의 피아노 선율은 위로와 벅찬 감동의 순간을 안겼다. 지난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 무대를 가진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는 이제 본격적인 전국 투어에 돌입한다. ‘백건우와 슈만’ 공연에서 그는 슈만의 처음과 끝을 건반으로 들려준다. 슈만의 첫 작품 ‘아베크 변주곡’으로 시작해 ‘아라베스크’ ‘새벽의 노래’ 등을 거쳐 ‘유령 변주곡’으로 끝을 맺는다.

공연에 앞서 앨범을 발매한 백건우는 앞서 진행된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앨범은 ‘슈만의 재발견’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유령 변주곡’에 대해 그는 “마지막 작품인 유령변주곡은 음 하나하나가 살아 있고 의미도 있다”며 “젊을 땐 슈만이라는 작곡가가 불편했는데, 지금은 슈만이 어떤 인생을 살았고, 어떤 심정으로 정신병원으로 갔는지 이해가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 프로그램의 구성은 관객들을 고려했다. 그는 “듣는 사람들을 음악으로 이끌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오는 15일 경기아트센터부터 17일 부천시민회관, 11월 6일 강동아트센터에 이어 대구, 광주, 창원, 울산, 안성, 인천, 통영으로 영혼의 소리가 이어진다.

서울국제음악제에 참여하는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류재준 예술감독 [오푸스 제공]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위대한 작곡가들’ 시리즈의 무대도 온다. 2020 서울국제음악제가 오는 23일부터 11월 1일까지 4일간 열린다. 음악제는 ‘베토벤과 펜데레츠키’를 주제로 한 개막 연주회에서 지난 3월 타계한 펜데레츠키의 ‘샤콘느’로 고인을 추모하는 것으로 문을 연다.

세계적인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은 30일 ‘버림받은 자의 구원’을 주제로 열리는 무대에 올라 베토벤 오페라 ‘피델리오’를 선보인다.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오페라 가수로서 절반 이상 독일 오페라를 하는데 한 번씩 피델리오를 할 때마다 초심으로 돌아간다”며 “독일어를 완벽하게 구사해야 하는 게 스트레스이지만 공부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올해 음악제는 개막 공연에 이어 ‘베토벤, 불후의 작곡가’(29일), ‘버림받은 자의 구원’(30일), 앙상블오푸스 ‘음악과 함께’(11월 1일)를 주제로 바로크, 낭만주의, 현대를 망라하는 작곡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무사히 막을 올린 음악제를 기다리는 마음도 각별하다. 류재준 예술감독은 “음악가들은 관중들과 만나는 걸 지금까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그 순간이 꿈만 같다”면서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는데 여러 가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가장 흥미로운 젊은 지휘자’로 꼽히는 에스토니아 출신 여성 지휘자 아누 탈리가 한국을 찾았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유리천장’을 깨고 포디엄에 선 여성 지휘자의 무대도 있다. 현재 ‘가장 흥미로운 젊은 지휘자’로 꼽히는 에스토니아 출신 여성 지휘자 아누 탈리가 한국을 찾았다.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14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고전적; 클래시컬(Classical)’ 무대를 선보인다.

아누 탈리는 지휘계의 전설적인 교육자 일리야 무신과 요르마 파눌라를 모두 사사했으며, 독특한 사운드와 독창적인 음악을 위한 실험을 멈추지 않는 지휘자다. 공연에선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제1번 ‘고전’과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7번,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을 통해 자신만의 고전적 미학을 들려줄 예정이다.

아누 탈리는 “많은 이들이 힘들고 무대에 대한 열망이 커지는 이 때 음악가들에게 항상 어려운 도전이자 큰 즐거움이기도 한 베토벤의 ‘운명’과 함께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품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아노 협연자로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 박종해가 함께한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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