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경제 분야를 넘어 안보 분야에서까지 경쟁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수혁 주미대사가 “한미 동맹의 미래상에는 중국이 중요한 경제 파트너라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연이어 한국의 반(反)중국 연대 참여를 강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어느정도 거리두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사는 3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워싱턴대 화상 대담 행사에 참석해 한미 동맹의 미래상을 묻는 말에 “미국과의 강력한 동맹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한국이 위치를 정해야 하는지는 한국 정부에 아주 중요한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격화한 미중 갈등을 예로 든 이 대사는 “우리는 한미동맹의 미래상에 대해 숙고해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고 중국은 우리의 가장 큰 역내 무역파트너라는 사실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 나라가 안보만으로 존속할 수 없다. 경제활동이 안보만큼 중요하다. 따라서 이 두 요소는 같이 가야한다”며 “한국은 안보 관점에서 한미 동맹에 기대고 있지만, 경제 협력의 관점에서는 중국에 기대고 있다. 한국 정부가 어떤 위치에 설 것인지에 대해서는 첨예한 논쟁이 있다”고 했다.

한미 동맹이 균열을 보이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한미 동맹은) 아주 강력하고 건강한 동맹”이라고 답하면서도 “과거와 달리 지금은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등 여러 사안에서 이견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한미가 평화적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고 했다.

이 대사의 발언은 미국이 한국에 반중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참여를 공식 요구한 데다가 반중국 합의체인 ‘쿼드플러스’에 한국을 참여시키는 방안까지 거론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으로, 미국 측의 과도한 외교적 압박에 일정 부분 거리 두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날 미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이 반중 연대와 관련해 “우리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합류하는 것을 보기 시작한다”며 한국을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도 지난달 31일 4각 협력을 추진해온 미국과 인도, 일본, 호주 등 4개국이 최근 전염병 대유행 사태 대응을 위해 한국과 베트남, 뉴질랜드까지 포함한 ‘쿼드 플러스’로 매주 논의해왔다고 소개하는 등 사실상 한국의 참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유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