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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무는 ‘아베일강’, ‘포스트 아베’는?
'포스트 아베'자민당 유력 정치인 9명 분석
과거 말과 글에서 정치성향 읽어내 분류
‘아베다움’은 ‘55년 체제’붕괴, 보수 재건에서
위안부 교과서 게재 반대, 日 자긍심 고취 앞장

‘아베 이후’ 1위 이시바, 작은 정부 지향
고이즈미 친미성향 뚜렷, 농정개혁 치중
‘일본 정치의 축소판’, 한일관계에도 영향
“아베의 가장 큰 특징은 ‘좌익’과 ‘자유주의’에 대한 적의를 명확히 드러낸다는 점이다. 첫 번째 저서인 ‘보수혁명 선언’에서는 일본의 ‘자유주의’는 유럽형이 아니라 미국형이라고 정의한 후, 그것은 ‘사회주의’에 지극히 가까운 형태의 ‘복지주의’이며 진보주의와 친화적이라고 말한다.”(‘일본의 내일’에서)

일본의 역사왜곡 논란이 일 때마다 ‘일본을 알자’는 지일(知日)의 목소리는 높지만 지금의 일본을 이해하는 데 길잡이가 되는 안내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주로 과거사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대표적인 소장파 정치학자 나카지마 다케시가 쓴 ‘일본의 내일’(생각의힘)은 한국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아베 정권의 본질과 아베 이후 정치지형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저자는 전후 일본을 이끌어온 자민당과 현재 자민당을 이끄는 주요 정치인 아홉 명의 저서와 대담집, 각종 인터뷰 등을 면밀히 살펴, 이들의 비전과 정책, 개인적 특징 등을 분석해낸다. 특히 이들을 정치성향을 4가지로 분류한 게 흥미롭다. 가로축은 가치 ·신념을, 세로축은 위기관리를 나타내는데, 가로축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권위주의에 가깝고, 세로축의 위로 갈수록 큰 정부를 지향하는 특성을 보인다.

저자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9인은 역대 일본 최장수 총리에 오른 아베 신조를 비롯, 아베의 라이벌 이시바 시게루, 아베 정권의 2인자 스가 요시히데, 아베에 대항, 총재 선거에 꾸준히 도전해온 노다 세이, ‘고노 담화’의 주인공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의 아들 고노 다로, 일본 보수의 적장자로 꼽히는 기시다 후미오 등이다. 이들 아홉 명은 ‘일본 정치 행보의 축소판’으로 불린다.

우선 아베 신조의 특징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는 정치계에 입문한 시기다. 1993년, 자민당의 ‘55년 체제’가 무너진 시기에 야당 정치인으로 정치 인생을 시작한 아베는 자민당이 진정한 보수정당인지 고민했고, ‘자민당을 보수정당으로 재생한다’는 목표를 세운다. 비자민당 정권으로 출범한 호소카와 내각은 대동아전쟁을 “침략 전쟁이자 잘못된 전쟁”이라고 밝힌바 있는데, 이에 자민당은 ‘역사·검토 위원회’를 설치, 반발하게 된다. “일방적으로 일본을 단죄하고 자학적인 역사 인식을 주입하는 것은 범죄에 가까운 행위”라는 인식에 바탕한 이 역사위원회에 정치 신인 아베가 참여, 일본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우파적 역사인식을 고무시키는데 앞장섰다. 아베는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젊은 의원의 모임’의 사무국장도 맡았는데, 위안부 문제를 역사 교과서에 게재하는 걸 주로 반대했다. 야스쿠니 신사참배, 미일안보 강화,아시아 거리두기 등 아베의 발언을 조목조목 따진 저자는 그의 성향을 가치문제에 주로 집중한 반자유주의, 즉 지극히 권위주의적인 정치사상을 가졌고 철저한 행정개혁을 통해 위기의 개인화를 지향하는 인물로 규정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가치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위기의 개인화를 지향한 것과 대비된다. 저자는 이 두 인물의 노선이 만나 일본형 신보수주의 세력이 형성됐다고 평가한다.

아베의 ‘영원한 라이벌’,이시바 시게루는 ‘포스트 아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인물. 방위성 대신을 오래 역임, ‘방위·안보 전문가’로 통하는 그는 많은 저서를 출간했는데, 그 중 ‘이런 일본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생각과 이념이 잘 정리된 책으로 꼽힌다.

이시바의 가장 큰 특징은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는 점. “국가는 쓸데 없는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규제완화를 중심으로 한 자유화를 내세운다. 정부의 개입과 지출을 줄이고 철저한 자유화 논리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베노믹스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원전 재가동에는 찬성한다. 안보와 관련해선 미국에 대한 일본의 자주성을 강조하고 헌법9조 개헌이 꼭 필요하다는 쪽이다. “이시바의 등장은 아베와는 또 다른 불확실성을 동아시아 전체에 안겨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시바를 신자유주의자로 분류한 저자는 가치와 관련한 비전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아베 내각의 오랜 이인자, 자수성가형인 스가 요시히데는 권력을 집중시키는 인사권 행사로 유명하다. 이를 통해 관료를 장악, 윗사람의 뜻을 미리 헤아려 행동하게 하는 ‘손타쿠’형 관료를 양산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또한 가격인하 등 대중영합 정책에도 능하다는 평가다. 저자는 스가는 가치문제에서 뼛속부터 우파는 아니라고 본다. 가령 아베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할 때 지지율 하락이나 미일관계 악화를 우려해 반대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아베유형이나 가치 문제를 중시하지 않는 차이가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이자 이시바에 이어 차기 총리 후보 2위를 달리는 고이즈미 신치로는 언젠가 총리가 될 인물로 꼽힌다. 저자는 그가 3년간의 미국 유학 시절을 중요 요소로 평가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근무, 재팬 핸들러와 교류하며 친미적인 경향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야당 의원으로 정치인생을 시작한 그는 사회안전망 강화, 새로운 공공·사회적 포용을 강조하는 민주당에 대항, 스스로 도우려는 자조가 기본인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정책 면에선 부친이 우정 민영화를 고집했다면, 그는 농정개혁과 사회보장 개혁에 매달린다. 반면 역사인식이나 선택적 부부 별성 등에 관해선 명확한 입장이 없어 가치 부재란 평가를 받는다.

책은 이 외에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항, 꾸준히 총재 선거에 도전 의사를 보여온 노다 세이코, 아베가 직접 자신의 후계자로 점찍은 기시다 후미오, 1998년 김대중-오부치 한일 파트너십 선언의 주인공인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막내딸이자 명문 파벌 다케시타파가 차기 총리로 밀고 있는 오부치 유코 등 유력 정치인들의 특징을 명료하게 정리, 현 일본 국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일본의 내일/나카지마 다케시 지음, 박제이 옮김/생각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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