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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이제 여권은 ‘원심력의 시대’?

원심력은 ‘원운동을 하는 물체나 입자에 작용하는, 원의 바깥으로 나아가려는 힘’이다. 그 반대인 구심력은 ‘어떤 물체에 작용하는 힘의 방향이 한 점을 향하고 있는 경우 그 힘’을 말한다고 정의돼 있다.

대통령제 국가의 정치에서도 이런 힘들이 작용한다. 그런데 시기에 따라 그 힘의 종류가 바뀐다는 것이 중요하다. 즉, 정권 초·중기까지는 구심력이 작용하다가 말기에 이르면 원심력으로 바뀐다. 이렇게 정치판에서 힘의 종류가 바뀌는 이유는 이른바 ‘레임덕’과 관련 깊다. 레임덕 현상이란, 대통령제하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현상이다.

레임덕 여부는 다음과 같은 현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첫째, 여론조사상 여당 지지율이 대통령 지지율보다 높게 나올 때. 둘째, 여당의 지지율이 야당의 지지율보다 낮게 나올 때. 마지막으로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보다 우세한 ‘데드크로스’가 나타날 때. 이러한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면 본격적인 레임덕으로 볼 수 있다.

레임덕이 시작되면 현재 권력은 차기 권력을 견제하려 하지만 이게 쉽지 않다. 여당 의원들이 현재 권력에 대한 구심력을 버리고 미래 권력을 향한 원심력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지난 20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13~17일 전국 성인 남녀 2516명을 대상으로 조사, RDD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를 보면 대통령 지지율에서 이른바 데드크로스는 발생했지만, 여당의 지지율(35.3%)이 대통령 지지율(44.8%)을 앞서지도 않았고 또 여당의 지지율이 야당의 지지율(31%)보다 뒤지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아직 현 정권에서 레임덕이 발생했다고 볼 근거는 없다. 하지만 요새 불거지는 현상을 보면, 레임덕이 임박하지 않았다고 단언하기도 힘들다. 여권 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협화음을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은 지난 17일 “당정이 이미 (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의견을 정리했다”고 말한 반면, 정세균 총리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면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이 두 사람의 발언은 얼핏 같으면서도 다르다는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가세했다. 추 장관은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이 전국의 돈이 몰리는 투기판으로 가게 해선 안 된다”고 말해, 정 총리처럼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유력 대권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현재 분양가상한제 아래서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을 공급하면 집값은 못 잡고 오히려 전국적으로 ‘분양광풍’만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유력 정치인들이 이렇듯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저마다 입장을 밝히는 이유는 이해할 수 있다. 지난 17일 발표된 한국 갤럽 여론조사(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 RDD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이상 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하락 요인 중 1위가 부동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린벨트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해제하지 않겠다고 언급함으로써 일단락됐지만 이와 관련한 그간의 논쟁은 특이한 점을 포함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과거 같으면 당·정·청 간에 이견이 있다고 생각할 소지가 있는 언급들이 이렇듯 쏟아져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여권 내에서 구심력이 아니라 원심력이 작용하기 시작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물론 좋게 보면 민주적 정국 운용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과거에는 일사불란함을 보여주다 갑자기 ‘민주적’으로 변하니, 보는 사람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권력도 자연현상이라고 할 때, 태어나고 성숙하고 늙고 사라지는 과정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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