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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자의 무위? ‘백성을 규제하지 말라’

1993년 중국 호북성 형문시 곽점촌에서 죽간본 ‘노자’가 발견돼 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적이 있다. 앞서 1973년 호남성 장사 마왕퇴에서 백서본 ‘노자’가 발견됐던 때보다 더했다. 고대의 묘에서 발견된 이 고서본 둘은 서로 내용과 형식이 달랐을 뿐 아니라 그동안 세상에 알려진 왕필본과도 크게 달라 세 판본을 놓고 격렬한 논쟁이 이어졌다.

노장철학의 권위자로 20여년전 ‘백서 노자’를 출간했던 이석명 전 전북대 HK교수가 이 세 판본을 비교하고 주석가들의 저작까지 망라, 한층 깊어진 노자 이해를 바탕으로 ‘노자’(민음사)를 펴냈다.

이번 책 역시 ‘백서 노자’를 저본으로 삼았다. 가장 오래된 판본인 죽간본이 본래의 노자에 가까울 수 있지만 훼손된 부분이 많아, 백서본을 중심으로 죽간본과 왕필본과 비교해 오류를 잡는 방식을 택했다.

노자에 대한 그간의 논란은 ‘해제’에 담았다.

세 판본을 놓고 학계에선 다양한 의견이 나와 있다. 분량이 적은 시기적으로 가장 오래된 죽간본의 경우, 발췌본일 것이라는 주장과 백서본과 현행본은 죽간본을 바탕으로 기타 학설들을 수집·종합 발전시킨 것이라는 설 등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세 판본을 세밀히 분석, ‘점진적 발전설’을 제기한다. 세 판본 사이에 추가, 중복, 개조, 착간, 주문의 경문화, 정형화 등 텍스트상의 수많은 차이가 있는데, 시대가 변하는 과정에서 개조, 추가, 세련화 등 다양한 작업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노자는 무엇을 말하고자 한 걸까. 저자는 공자가 당시의 혼란을 주 왕조의 쇠퇴와 주 문화의 붕괴에서 찾은 것과 달리, 노자는 사회가 조직화되고 체계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혼란으로 봤다.이에 따라 위정자들의 과도한 인위적 개입을 비판, 정치적 불간섭, 사회 조직의 해체, 문화 생활의 거부 등 무위정치를 주장하게 된다.

“백성을 규제하는 법률이나 예법을 느슨하게 하고, 백성을 인위적으로 이리저리 이끌고 가려 하기보다는 그들이 자연적인 본성을 온전히 발현하도록 놓아”두는 게 노자가 본 정치의 본질이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노자가 말하는 무위(無爲)는 아무런 행위가 없음, 나태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위(爲)가 없는 행위, 즉 자연의 이치에 역행하는 행위, 개인적 욕심을 내세우는 행위, 작위적· 계산적인 행위 등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는 행위로, 노자는 무위가 바로 도(道)라고 했다.

책은 대중적인 읽기를 위해 잘 알려진 왕필본처럼 1장에서 81장으로 구성했으며, 각 장마다 핵심내용을 제목으로 삼았다. 특히 ‘판본 비교’를 통해 가장 노자다움에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노자/이석명 역주/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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