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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이 남성보다 유전학적으로 우월한 이유

‘여성은 남성보다 오래 산다. 여성은 발달장애의 가능성이 낮고 암을 더 잘 극복한다.’

데이터 상의 알려진 사실이지만, 세계적인 유전학자 샤론 모알렘 박사는 이를 통해 새롭고 논쟁적인 주장을 내놨다. 학계에선 이를 남녀의 사회적·환경적 차이로 여기로 여기지만 모알렘 박사는 유전학적 차이로 설명한다. 즉 여성이 남성보다 유전학적으로 우월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모알렘은 최근 저서 ‘우리의 더 나은 반쪽’(원제’:The better Half·지식의날개)에서, 그동안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미숙아를 치료한 경험과 HIV에 감염된 고아들을 돌본 경험, 노년층을 대상으로 신경퇴행성질환을 연구한 경험 등을 토대로 왜 생의 모든 단계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강한지, 그럼에도 왜 우리는 정반대로 믿고 있는지 의외의 질문을 던진다.

20년 넘게 전 세계를 다니며 직접 수행한 연구 끝에 그가 찾아낸 해답은 바로 여성의 XX염색체다. 그동안 의학계에서 X염색체는 연관 질환들이 많아 부정적 의미로 해석돼왔다. 그러나 저자는 이는 남성에게만 해당할 뿐, 여성에게 X염색체는 오히려 축복이라고 말한다. 가령 남성에게는 색맹을 유발하는 X염색체가 여성에게는 1억 가지의 색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다. 인간은 보통100만 가지 색상을 본다. 자폐 스펙트럼을 비롯한 수많은 X-연관 지적장애 역시 남성에게만 편향돼 나타난다.

2개의 X염색체를 가진 여성은 유전학적으로 선택지를 갖게 된다. 신체적으로 위급한 상황에 내몰리거나 돌연변이가 발생했을 때 여성이 가진 2개의 X염색체는 유전학적 선택과 세포 협력을 통해 1개의 X염색체보다 우월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여성은 남성처럼 오직 하나의 X염색체만 이용하고 다른 하나는 거의 불활성화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는 유전자들이 필요할 때마다 X불활성화에서 탈출, 활동중인 자매 X염색체를 돕는다는 게 정설이다.

‘X염색체의 힘’이랄 여성과 남성의 유전적 차이는 통념을 깬다.

여자100명 당 남아 105명이 태어나는데, 이는 남성이 더 강한 존재여서가 아니라 여성의 발생과정이 유전학적으로 훨씬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40세가 되는 시점에서 여성과 남성의 인구는 거의 동일해지는데, 100세가 되면 생존자의 80퍼센트가 여성이다. X염색체에는 1000개의 유전자가 존재하는 반면, Y염색체에는 70개의 유전자만 존재한다.

그런데 문제는 의학계다. 저자는 실험용역을 준 회사에서 수컷 쥐만 사용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일화를 소개하는데 놀랍다. 암컷 쥐가 비싸고 구하기 힘들다는 게 이유였는데 저자가 후에 알게 된 진실은 암컷 쥐가 훨씬 더 강력한 면역계를 갖고 있어 양쪽 성별에 똑같이 효과적인 감염치료제를 개발하려면 더 길고 복잡한 실험과정을 거쳐야 해 회피한다는 얘기였다.

전임상 약물시험에서 암컷 동물과 여성의 조직 및 세포가 배제됨으로써 여성환자들은 약물의 적정 투여량이나 치료법을 정확하게 받지 못하는 셈이다. 가령 여성은 졸피뎀을 비롯한 여러 약물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저자는 이제 유전적으로 더 진화한 반쪽을 인정하고 제대로 연구해야 모두의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복잡한 생명과학과 유전학에 대한 설명을 수많은 임상사례와 전 세계를 다니며 발견한 놀라운 장면 등 스토리텔링을 통해 가볍게 풀어나가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우리의 더 나은 반쪽/샤론 모알렘 지음, 이규원 옮김/지식의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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