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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들은 이해할 것”…박원순 사건에 ‘젠더·세대갈등’ 확산 조짐
주로 남성·중년층인 朴시장 지지자들
젊은 여성과 부딪치며 갈등 증폭 양상

지난 14일 오전 서울시청 정문 앞에 설치된 안내 팻말 위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난하는 문구가 청테이프로 붙여져 있다. 같은 날 오전 5시께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를 직접 붙였다는 사용자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캡처]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지 일주일이 됐지만, 연일 그와 관련된 기사와 온라인 글들이 쏟아지면서 젊은 여성들이 분노와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 의혹을 다른 공(功)으로 덮거나 두둔하는 중년층 지지자들이 젊은 층과 잇달아 부딪치면서 ‘젠더·세대 갈등’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16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다수의 젊은 여성은 가정과 직장 등 일상생활에서 박 시장의 사망과 성추행 피소를 두고 벌어지는 견해차로 분노와 무력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경기도 성남시의 한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임모(25) 씨는 종일 박 시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호소했다.

임씨는 “일하면서 손님들 대화를 들을 수밖에 없다. 50대 중후반의 남자 손님들이 ‘남자들은 박원순 다 이해할 거다. 그런 일 있을 수 있다’고 말해 말을 끊고 끼어들 뻔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행 중 다른 여성이 반박하며 싸웠다. 그런 상황에서 큰 목소리로 반박하는 여성 어르신이 있어 감동을 받은 한편으로 성희롱을 당연시 생각하는 중년 남성을 보고 분노가 치밀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김모(25) 씨도 최근 ‘박원순 사건’을 두고 아버지와 말다툼을 했다. 김씨는 “각종 뉴스와 사람들 입에서 피해자에 감정을 이입하거나 보호하기보다 가해자에게 더 집중하고 두둔하는 말을 듣는데 집에서까지 들어야 하는 게 힘들었다”며 “아버지와 논쟁을 하더라도 결국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느낄 때 무력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한때 사랑했던 아이돌그룹 멤버가 범죄를 저지르면 다시 돌아보지 않는데 아버지 세대는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그들의 공을 앞세운다”며 “결국은 너희들은 박 시장이 어떤 일을 해왔는지 모르지 않느냐는 말로 끝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여성들이 피해자의 감정과 경험에 공감하기 때문에 분노와 무력감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김현수 한양대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나와 완전히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스트레스가 덜할 것”이라며 “자신과 관련이 많다고 생각할수록 더 불편한 감정이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고위 공무원의 범죄·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공감에 따른 견해차를 느낄 뿐 아니라 때로는 스스로를 속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직장인 A(27)씨는 최근 점심을 함께 먹던 직장상사로부터 “박원순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아 곤혹스러웠던 경험을 전했다. 또 다른 직장인 B(29)씨는 오랜만에 대학 선후배들이 고소인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서로 보여주며 외모를 평가하는 광경을 목도했다. B씨는 “이런 사진을 공유하면 잡혀간다고 말하며 눙쳤지만 내심 화가 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여성이 원치 않는 이야기를 듣고 답해야 하는 상황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최준호 한양대 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박 시장에 대한 입장이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직장상사라든지 동료와 관계에 미치는 영향으로 고민스러운 상황은 정신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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