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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상회화 그리기 "참 쉽죠?"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인세인 박 개인전
무한 복제 소비되는 얄팍한 감정
시장에서 형성되는 미술가치에 대한 비판
Insane Park, Joy of Painting, 2020, Single-channel video, 6m 49s [사진제공=아라리오갤러리]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어때요~? 참 쉽죠?"

뽀글뽀글한 머리가 인상적인 밥 로스 아저씨다. 1990년대 TV 좀 봤다는 세대라면 누구나 기억할 바로 그 밥 로스다. 웻 온 웻(wet on wet)기법으로 빠르게 풍경을 그렸던 아저씨가 이번엔 추상회화를 그린다. 대상은 이우환의 '선으로부터'. 코발트 블루를 붓에 찍어 위에서 아래로 그어내리며 작품을 완성한다. 그리고 말한다 "참 쉽죠?".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을 유영하며 이들을 작업의 대상으로 삼는 작가 인세인 박(40)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와 '그림을 그립시다'의 2개 전시로 구성된 전시는 미디어를 통해 분출, 확산되는 개인의 욕망이 극대화 되는 현대사회의 모습과 미술작품의 시장 가치 형성과정을 꼬집는다.

지하 전시장에 펼쳐진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전에서는 '바비걸'과 '고스트'등 미디어 작품이 나왔다. 인터넷에 부유하는 밈(meme)과 움짤 들을 활용해 짤막한 영상들이다. '기쁘다', '화난다'는 표현보다 이모티콘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익숙한 현 세대는 이를 소통에만 활용하지 않는다. 맥락없이 무한 복제돼 SNS를 도배한다. 재미와 혐오, 염원과 욕망, 상품과 쓰레기, 예술과 밈이 공존하며 이를 순간적으로 소비해 버린다. 진지하게 성찰하기보다는 한없이 가벼운 복제만이 '쿨'한 태도로 읽히기 때문이리라. 잡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잡히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붙는 '고스트'처럼 우리는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모르고 써서 없애버리는 데만 집중한다.

2층 전시장에는 이발소 그림이 가득 걸린 가운데, 밥로스의 '그림을 그립시다'가 상영된다. 예의 풍경화 대신 마크 로스코의 추상회화와 이우환의 '선으로부터'를 그리는 밥로스의 영상은 추상작품 앞에서 "이정도면 나도 그리겠다"고 중얼거렸던 우리의 모습과 겹치며 웃음을 선사한다. 시장에서 미술의 가치가 형성되는 과정이 밈의 언어로 희화화 된다.

2013년 에트로미술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자신을 알린 인세인 박은 우리사회의 이슈를 가벼운 듯 보이는 접근으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직관적이고 자극적으로 이야기한다. 2018년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 개인전 섹스히비션(Sexhibition)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017년 파주 메이크샵 아트 스페이스, 2012년 영은미술관 등에서 다수의 기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전시는 8월 15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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