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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진 세계, ‘코로노믹스’가 10년을 이끈다
獨경제학자 슈텔터, ‘코로노믹스’ 방향은?
다가올 '인플레이션''노동시장 급변'주목
빠른 경제회복의 핵심은 중소기업 부양
상품권 지급, 위기 기업 채무면제 제안
인구변화, 노동력 감소에 적극 대응 요구
한국, 반세계화로 내수· 아시아 눈 돌려야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코로노믹스는 전략의 변화를 의미한다. 한국은 서구 국가에서 나타나는 반세계화 움직임을 생각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법으로 경제정책을 세워야 한다.(…)한국은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는 방법도 세계에 알리는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코로노믹스’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코로노믹스가 전개되어 세상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것이다.”

독일의 가장 유명한 경제학자 다니엘 슈텔터는 코로나19가 경제정책의 새 시대를 열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다시 발생하고, 정부는 최근에 해온 것 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이런 경제상황을 코로노믹스(Coronomics)로 부른다.

슈텔터의 막 나온 저서 ‘코로노믹스’(더숲)는 세계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역사상 가장 심각한 경제 위기로 여겨지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나온 세계적인 경제학자의 본격적인 경제 전망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코로나 위기 이전의 경제 및 금융 시스템 상황을 냉정한 시각으로 되짚어보고 코로나의 충격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객관적 데이터를 중심으로 분석을 전개한다.

슈텔터는 먼저 코로나19 위기 전, 허약했던 세계경제에 주목한다. 2009년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이후 세계경제는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였다. 미국의 경우, 국내 총생산의 20%에 해당하는 약 4조 달러의 부가 사라졌고, 독일은 유로화 약세 덕에 큰 호황을 누렸음에도 GDP에서 산업생산 비중은 23%에서 21.5%로 줄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의 경제 상황은 더 실망스러운데, 이탈리아의 GDP는 2002년 수준이다. 저자는 특히 낮은 경제성장률, 노동인구의 감소, 낮은 인플레이션 수준 등 유로존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나마 중국의 성장이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를 뒷받침했는데, 최근 중국의 성장률이 감소하면서 2019년 말 세계경제는 침체기를 맞고 있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한마디로 생산성 저하와 더 늘어난 부채, 자산가격 거품, 불평등 심화 등이 세계경제의 '찐'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높은 부채비율, 적은 자기자본, 투기화 등 취약한 금융시스템도 잠재된 위기였다. 이런 혼조 속에 닥친 코로나19는 많은 사람이 예상치 못했던 블랙 스완이었으며, 경제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았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경제위기를 막고 또 다른 대공황에 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가 제시하는 코로노믹스의 핵심 키워드는 반세계화, 새로운 인플레이션의 도래, 폭발적 부채, 급변하는 노동시장, 기후변화 등이다. 저자는 이와 관련, 개인과 기업, 국가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실천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우선 인플레이션의 컴백을 그는 점친다. 앞으로 몇 년간 공격적인 양적 완화와 과거 전염병의 대유행후 임금상승 등으로 코로나 19 경제 회복의 첫 단계에 접어들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기업의 비용상승분을 시장으로 전부 이전시키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기업은 비용과 효율성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이다. 또한 혁신적인 가격전략이 점점 중요해지는데, 가령 구매 적립액 등 수량화할 수 있는 고객 혜택에 따라 가격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거나 제품을 대여하는 사업모델의 개발을 제안한다.

저자는 코로나 19위기와 1930년대 대공황의 유사점을 지적하면서, 특히 산업의 근본적인 기술변화를 예고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직전부터 서서히 움직임이 일기 시작한 반세계화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이와 관련, 한국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아시아 지역 내 수출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내수 경제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경제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급변하는 노동시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유연한 정책은 불가피하다. 저자는 이민자 비율을 높인다든지, 은퇴 나이에 기대 수명을 반영해 정년을 늘리라고 권한다. 또한 저소득 노동자를 위해 세금과 사회 보험 부담을 낮추고 대신 고소득자에 부유세를 부과하거나 이산화탄소 배출에 세금을 매기는 정책 등을 제안한다. 이 방법들이 인구상의 변화에 따르는 문제를 상대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정치자들이 유권자들이 좋아하지 않는 정책을 피할 게 아니라 적절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빠른 경제회복을 위해 중소기업 부양책에 방점을 둔 제안도 눈길을 끈다. 특히 소매업과 환대산업이 살아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모든 사람에게 상품권을 지급해 소비를 촉진시키고, 생존을 위해 정부 도움이 필요한 기업은 빨리 채무를 면제해 주라고 권한다.

일부 국가에선 이미 대량의 국가 소유 지분과 부채를 관리할 신탁기관 설립을 논의하고 있지만 이번 위기는 기업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투명한 기준에 따라 정부가 부채를 탕감하는게 맞다는 주장이다.

불확실성이 더 커진 기업은 현재 자사와 경쟁사별 상황별 시나리오를 만들고, 부채상환 전략과 함께 손익분기점 낮추기, 철저한 비용절감, 잠재소비자 찾기 등 판매계획을 새로 짜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유로존을 주로 다루고 있고, 혁신적인 내용이 많아 다소 거리감이 있지만 정부가 부채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기업은 새로운 세상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제시해 눈여겨 볼 만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코로노믹스/다니엘 슈텔터 지음, 도지영 옮김/더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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