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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이지유신 150년, 일본은 그대로다

코로나19사태의 일본을 보는 세계의 시각은 당혹스럽다. 방역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에 “일본이라는 국가가 왜 이렇게 형편없어진 것인가?” 의아해하는 이들이 많다. 투명하지 않은 정부의 모습은 이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도 나타났다. 도쿄올림픽을 밀어붙이려 했지만 많은 국가들은 일본이 주장하는 방사능에 대한 안전을 믿지 못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비판적 지식인인 강상중 전 도쿄대 교수는 새 저서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에서 코로나 19로 실체를 드러낸 일본 국가시스템을 새로운 관점에서 분석하는데, 메이지유신에서 그 뿌리를 찾는다. 일본의 거품은 다름아닌 메이지유신이 남긴 그늘이며, 일본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려면 메이지유신이 남긴 ‘국가’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메이지유신의 일본은 서양의 기술을 받아들여 산업을 일으키고 군대를 키워 부국강병을 실현함으로써 근대국가로 탈바꿈하게 된다. 그러나 시민혁명과 국가체제의 민주화라는 기반없이 서구의 기술을 모방하는 데만 몰두한 결과, 일본의 정신은 제국주의로 변해 폭주해 끝내 태평양전쟁을 맞는다. 20세기 후반 일본은 다시 세계 일류 국가로 도약했지만 메이지유신으로부터 150년이 지난 2018년 강상중 교수는 또 다른 유신의 그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본열도를 종단하며 만난 국가로부터 버려진 국민의 이야기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지금까지도 시민 중 4분1은 살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발전소 구역 안에는 처리하지 못한 원자력 폐기물이 쌓여가고 있는데, 한 시민은 도쿄의 불을 밝히는데 왜 ,우리가 희생돼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트린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 최악의 공해인 미나마타병에 걸려 정부로부터 버림받은 이들이 있다. “왜 죄없는 사람들이 불합리한 고통을 강요당해야 했을까?”란 의문은 여기서도 이어진다. 또한 미이케 탄광에서 유출된 독극물로부터 도쿄를 지킨다는 명목하에 수몰시킨 야나카무라의 주민, 천황을 위해 죽음을 강요당하고 미군기지에 눌린 오키나와 사람들이 있다. 저자는 메이지시대 이래 청일전쟁, 러일전쟁,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으로 이어지는 전쟁의 삶이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고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걸 아무렇지 않게 여기게 만든 것으로 본다.

문제가 불거졌을 때 그것을 관리하고 회복하기보다 감추고 피해자를 쫒아내는 방식, ‘선진국가 일본 안에 후진 사회와 국민은 존재할 수 없다’라는 유신의 망령이 150년간 반복적으로 출몰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사병만들기에만 급급한, 정당정치라 부를 수 없는 도당정치’라는 일본의 정치판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에 귀기울이며, 새로 생겨나는 다양한 시민단체들에서 미래의 희망을 읽는다. 사회적 곤경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들이 이어져 “ 메이지의 그늘에 갇혀 국가를 올려다보기만 하던 순종성에서 해방되길” 기대한다.

역사의 가장자리로 밀리고 묻힌 이들, 버려진 국민들의 이야기는 ‘변경을 몸에 두른 자들의 상속인’을 자처하는 재일한국인인 저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meelee@heraldcorp.com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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