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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학대’를 바라보는 철학자의 시각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은 윤리적으로 타당한가’‘인간이 자연에서 살아야 할 동물을 반려동물로 삼는 것은 윤리적으로 올바른가?’

‘고양이 학대 사건’ 등이 연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사람에게 적용하는 윤리적 잣대를 동물에게도 똑같이 대하는 게 맞는지 의견은 분분하다. 전적으로 사람과 똑같이 동물을 대해야 하는 쪽이 있는가하면, 동물과 사람은 도덕적 지위에 차이가 있다는 쪽이 있다.

저서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통해 죽음의 본질과 인생의 의미를 고찰한 ‘죽음의 철학자’ 예일대 셸리 케이건 교수의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안타레스)는 5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동물윤리와 관련, 우리가 따져봐야 할 문제들을 꼼꼼하게 짚어나간다.

이 책은 옥스퍼드대 우에히로 실천윤리센터에서 진행한 특별 강좌를 재구성한 것으로, 케이건은 우선 사람과 동물은 도덕적으로 같다는 입장을 단일주의로, 차별이 있다는 인식을 계층주의로 구분, 계층적 접근방식을 견지하면서 동물의 권리와 인간의 가치를 파헤친다.

케이건은 ‘동물과 사람은 같다’는 단일주의적 관점이 현실적인 동물복지에 대한 논의를 가로 막고 있다고 본다. 이들이 동물윤리의 주류를 형성, 한 쪽에선 무조건 배려하고 한 쪽에선 아무렇지 않게 학대하는 현실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케이건은 단일주의자의 관점을 하나하나 논박해나가는데, 상식선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를 통해 이해를 돕는다.

계층주의적 관점을 고수하는 케이건은 동물의 종·개체에 따라 도덕적 지위가 달라진다고 본다. 즉 개나 고양이, 돼지나 소 보다 사람의 도덕적 지위가 높다. 또한 개나 고양이는 물고기, 곤충 보다 도덕적 지위가 높다. 그런 도덕적 지위에 따라 복지 분배를 달리 적용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적절한 도덕이론은 적절하고 공정한 분배원칙을 포함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케이건은 이 점에서도 단일주의의 허점을 찌르는데, 단일주의의 평등주의를 따르자면, 동물은 당연히 인간보다 떨어지는 환경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불평등을 해소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른 분배원칙을 적용하더라도 단일주의와 결합시키면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 된다는 결론을 논증해 보여준다.

그렇다면 도덕적 지위, 권리는 어디서 올까. 저자는 “고통을 느끼는 생명체는 도덕적 입장을 갖는다”는 단일주의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며, 해당 개체가 도덕적 입장을 취하는지의 여부는 행동능력을 통해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행동능력은 스스로의 의지와 욕구에 따라 행동하는 능력이다.

케이건의 계층적 관점은 한, 두가지 불편한 개념에도 불구하고 동물윤리에 뒤따르는 현실적인 문제를 합리적으로 다루는데 방향을 제시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셸리 케이건 지음,김후 옮김/안타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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