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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읽는 신간]서울 랜드마크를 일군 ‘신격호의 도전과 꿈’외

▶신격호의 도전과 꿈(오쿠노 쇼 지음, 오현정 옮김, 나남)=롯데월드타워 118층 스카이데크에서 바라본 서울은 천만 서울살이의 모습과 특징을 한 그림으로 보여준다. 서울을 남북으로 가르며 흐르는 큰 품의 한강이 발 아래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랜드마크가 된 롯데월드타워, 세계 최대 실내 테마파크인 잠실 롯데월드, 70년대 서울의 중심이 된 소공동 롯데타운 등 서울 랜드마크의 역사에는 롯데가 있고, 이 중심에는 롯데 창업자 신격호 회장이 있다. 이 프로젝트들에는 ‘온 가족이 모두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그의 꿈이 들어있다. 50년간 롯데 신격호 회장의 파트너로 일한 일본인 건축가 오쿠노 쇼가 쓴 이 책은 롯데의 대표적인 건축물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옆에서 지켜본 신 회장의 경영스타일은 어떤지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저자는 롯데의 개발 프로젝트는 규모가 커 10년에서 길게는 30년까지 걸렸다며, 처음 제안은 늘 “무엇을 만들면 좋을지 구상해보라”는 애매한 연락에서 시작됐다고 회고했다. 이후 신 회장이 만족할 때까지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수많은 제안을 거듭해야 해서 긴장의 연속에 힘들었지만, 도전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저자가 수행한 프로젝트만 70여건, 제안한 계획안은 150개가 넘는다. 책은 신 회장이 1941년 도일, 1948년 롯데를 설립하고 추잉껌을 만들어 70년대 일본 굴지의 종합제과업체로 우뚝 선 뒤 소공동 복합개발, 도시형 테마파크 도전, 개발사업 전국 확대 및 해외 진출 등 롯데의 건축사를 일괄한다. 특히 프로젝트의 각종 도면과 일러스트, 당시 서울의 모습을 담은 풍부한 사진은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유홍준 지음, 창비)=답사기의 중국편 제3권으로 실크로드 편이다. 여행의 로망으로 불리는 실크로드 여정을 유홍준은 “내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다고 표현했다. 사실상 실크로드 개념을 낳은, ‘살아서 돌아올 수 없는’ 사막 타클라마칸을 관통하는 구간으로, 실크로드의 진수에 해당한다. 현장법사와 손오공이 불경을 찾아 지나간 길, 고대 동서문명 교역의 중심, 고고학 보물들이 넘쳐나고 환상적인 풍광이 펼쳐지는 길 위에서 이야기는 이어진다. 수천킬로미터에 달하는 실크로드 답사의 핵심은 투츠판과 쿠차. 투르판은 고대로부터 실크로드의 대표적인 오아시스 도시로, 대형 고대도시와 무덤, 길게 펼쳐진 포도밭과 인공수도 카레즈, 베제클리크석굴 등 불교유적과 이슬람 건축 유적 등이 남아있어 여행객들을 사로잡는다. 화려한 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고대 구자국의 도읍 쿠차 답사의 핵심은 불교 유적지 탐방. 키질석굴, 쿰투라석굴, 수바시 사원터 등 신강지역 불교문화와 화려한 불교 미술로 이끈다. 죽음의 땅다 타클라마칸 사막의 풍경, 그 길을 걸어낸 주역들, 한반도와 교류한 소그드인 등 이국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이야기를 저자의 구수한 입담으로 만날 수 있다.

▶고백하는 사람들(김재홍 지음, 푸른역사)=북한 지식은 대부분 지도자에 집중돼 있고. 일반인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듣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20년 넘게 북한사를 연구해온 저자가 해방공간(1945~1950)에서 879인의 육성을 생생하게 담아낸 책은 전혀 다른 결을 보여준다. 북한 당국이 체제 유지 혹은 강화를 위해 개개들로부터 수합한 자술서, 이력서, 상급자의 평정서들로,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진주했던 미군이 노획해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보관중인 사료가 바탕이 됐다. 기록 중엔 황해도 송화군에 소련군이 진주했을 때 공산청년동맹과 적위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주민의 피신을 유도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소련군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보여준다. 군의로 타이완에 끌려갔던 황수봉이란 젊은이는 해방 후 진급을 시켜주겠다는 사령관의 회유를 뿌리치고 탈주, 현지에서 1300여 명에 달하는 조선인 병사를 모아 '인민의용군'을 창설, 일본군, 중국국민당 중앙군과 협상해 1946년 무사 귀국을 성사시켰다는 기록도 있다. 북한의 국가건설에 경성대학 교수 등 남한 전문가들이 참여했으며, 1947년 김일성 종합대학에 임용 예정된 전문가 중 남한 출신이 절반에 달한다는 기록도 있다. 개인의 미시사가 역사의 빈틈을 메워주는 귀한 자료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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