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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초유의 위기, 삼성 총수 구속 사안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8일 오전부터 시작됐다. 재계는 위기감 속에 긴장된 시선으로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삼성뿐 아니라 국내외 모든 기업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위기상황에 빠져 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은 전쟁이라고 해야 할 정도의 극단적인 대치국면에 접어들고 있고, 최근에는 그동안 수면 아래 잠겼던 한-일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악재가 산처럼 쌓이고 있다. 답도 안 보이는 국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제1의 기업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총수에 대한 구속여부는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총수가 없더라도 경영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회사가 그럭저럭 굴러가는 듯 보일 수 있지만 총수 부재 시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은 멈출 수밖에 없다. 평상시에도 총수 부재의 공간이 크지만 역대급 위기 속에 앞날이 전혀 보이지 않는 터에 총수가 없는 삼성의 위기는 과장된 게 절대 아니다.

외신들도 삼성의 불확실성 증폭을 우려할 정도다. “삼성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는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 피해를 줄 것”(AP), “이 부회장 구속 시 중장기적 전략수립이 지연될 것”(일본경제신문)이란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은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법원과 수사심의위 등 사법적 판단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위기에 장기간 검찰수사로 정상 경영이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삼성의 경영이 정상화돼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는 이례적인 호소문까지 냈다.

글로벌 기업 총수가 도주할 우려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부회장 변호인 측 주장대로 50여차례 압수수색, 110여명에 대한 430여회의 소환조사 등 이 사건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된 상태에서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는 것도 과한 판단이다. 범죄 혐의 소명도 다툼이 있는 만큼 굳이 구속까지 해야 할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하고 기소한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게다가 검찰은 개혁이라며 스스로 도입한 수사심의위원회라는 제도를 무력화하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한 터다. 빅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결과도 부회장에 대한 ‘선처’의견이 60%에 달했다.

이 상황에서 구속수사만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 불구속 수사를 통해서도 충분히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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