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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도상 “뻔히 죽을 줄 알면서 그들은 왜 도청에 남아있었나”
소설 ‘꽃잎처럼’ 출간 기자간담회
5.18 전남도청 11시간의 얘기 '꽃잎처럼'을 출간한 소설가 정도상. 유튜브 캡처

“시민군이 백기투항하고 계엄군이 무혈입성했더라면, 6월항쟁도 촛불혁명도 없었을 것이다.”

1987년 오월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정도상(61)이 1980년 5월, 계엄군이 전남도청을 무력진압하기 직전 얘기를 담은 장편소설 ‘꽃잎처럼’(다산책방)을 펴냈다. 정확히는 최후의 결사항전이 있던 5월26일 저녁 6시부터 5월27일 새벽6시까지 11시간의 이야기다. 소설의 인물들은 주인공 명수를 제외하곤 모두 실존인물에서 따왔다.

정 작가는 11일 유튜브 실시간 기자간담회를 통해 “시민군은 그 새벽에 죽은 줄 뻔히 알면서도 왜 전남도청에 남아있었을까란 질문이 오랫동안 있었다.”며, 공부를 통해 “5.18이 어느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광주 민중민주화운동의 큰 흐름 안에 놓여있다는 걸 알게됐다”고 말했다.

노동자이자 들불야학의 학생인 주인공 명수는 그런 시대적 상황을 응축한 인물이다. 당시 20대의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있다. 명수와 서방파 깡패인 실존인물 수찬, 대학생 병규와 효균 등 넷의 실존적 고민을 통해 광주의 그날의 의미를 발견하고자 한다.

5.18당시 정 작가는 3수생으로 현장을 직접 경험하진 못했다. 문학을 한다고 고등학교 3학년때 트럭 조수로 한달간 전국을 떠돌았는데, 그런 경험이 수찬이의 삶에 투영돼 있다. 사당동 도시빈민으로, 봉제공장에서 옷 똑딱이 박는 작업을 하는 등 그에게 어려서부터 노동은 친숙해 주인공들을 형상화하는게 자연스러웠다고 했다.

작가가 주안점을 둔 것은 20대의 순수한 주인공들의 실존적 변화를 같이 보려한 점이다. 특히 명수는 희순에 대한 사랑과 부모의 관심을 못받아왔다고 여기는 고아의식에서 벗어남으로써 스스로를 구원하게 된다.

정 작가는 얼마전 드라마 ‘화양연화’를 보면서 “우리는 질 게 뻔하다. 왜 싸우느냐면 우리는 쉽게 지지 않는다”는 대사를 보고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바로 소설의 주제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데모를 하고 잡혀가고 고문당하고 하는 매 순간은 패배지만 이 패배가 영원한 패배가 아닐 것이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며, 젊은 세대들이 주인공들의 고뇌와 공포, 사랑의 실존적 의의를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죽음을 목전에 둔 순간에도 사랑을 하고 사랑이 싹트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5.18이 구원이길 바랬다”고 강조했다.

정 작가는 소설을 쓰면서 힘들었던 점으로 명수의 고아의식에 그 자신 사로잡혀 극복하기 어려웠던 경험을 털어놨다. 초고를 마친 뒤, 영혼이 고립돼 있는 느낌에 힘들어하다가 울음이 터져버렸다. 엄마를 부르며 1시간 정도 울다가 고아의식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리고 초고를 손보면서 어머니들을 등장시키게 된다.

1987년 광주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공수부대원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 ‘15방 이야기’로 데뷔한 그는 늘 찜찜했었다며, 이번 ‘꽃잎처럼’을 통해 빚을 갚은 느낌이라고 밝혔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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