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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수 기자의 불멍톡 6>굿바이 첫차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2010년식 포르테. 중소기업을 출입할 때였다. 전국 산업단지를 취재하려면 차가 필수라는 선배의 말에, 우리 가족(부모님은 평생 차가 없다. 면허조차 없다)의 첫차가 생겼다. 포르테. 썬루프까지 장착한. 2년 할부만 끝내면 온전히 내 소유가 될 수 있는.

당시 동네 친구 중에선 내 차가 처음이었다. 쉬는 날이면 신촌 밤거리를 쏘다니며 게임과 농구를 하던 그 시절, 우리 모두는 그리도 신났었다. 덩치 큰 남자놈들 7명을 몽땅 태워 신촌에서 시작해 아현, 마포, 용산까지 모두를 집앞까지 기사 노릇하며 그 좁은 차 안에서 그리도 떠들어댔다.

신촌 독수리다방 앞 하수구에 차키가 빠져 굴러다니는 쓰레기 더미서 찾은 쇠붙이로 꺼내려 낑낑거렸던 일이나, 1000km까진 고속주행 불가라는 내 서슬에 놀려대던 녀석들이나, 새벽 월드컵 경기장 주차장에서 박스 등을 세워놓고 주차연습을 했던 새벽 밤이나, 기꺼이(?) 목숨 걸고 내 첫 도로주행을 함께해준 벗들이나.

바퀴에 막걸리를 부으며, 트렁크 위에 마른 북어를 올려놓으며 함께 절하라고 했던 어머니는, 끝내 말이 없었다. 신혼살림이 부서진 이사 차량 사고 이후 지금도 앞자리를 잘 못 타시는 그 분은, 그때 그렇게도 싫다는 내 손을 이끌고 끝내 고사를 지내셨다.

북어와 막걸리에 난 소리 내 웃었고 골목길 오가는 사람들 시선에 이내 민망했다. 어머니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별말이 없었다.

멀리 취재를 떠날 때면 결혼 후 처가를 향할 때에도 어머니는 지금도 입버릇처럼 운전 조심하라 하신다.

북아현동 재개발 신혼집 주차장 첫차 막걸리 북어 어머니. 첫차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꼬리를 무는 단어들이다.

자동 세차로 기스날 것이 두려워, 손세차만 했던 나였다. 그 새벽, 세차장에서 BMW 동호회 사이에 외로이 껴 땀 뻘뻘 흘리며 왁스까지 열심히 광을 냈던 난 롤스로이스 안 부러웠으니.

나로호 발사를 위해 그 멀리 외나로도까지 차를 몰고가다 한밤중 펑크가 나 오도가도 못한 일이나, 조리원을 나와 처음으로 우리 아이가 내 차에 탔던 그 순간이나, 내 차가 더럽고 싫다고 툴툴거리던 아이를 보며 웃음질 때나.

지금의 아내와 연애 시절, 처음으로 아내를 차에 태우고 망원 한강공원을 향하며 내심 돈 버는 어른이 됐다는 생각에 뿌듯했던 때나.

다 적지 못한 추억이 너무나 많다. 이젠 이 세상에 없는 벗과 나눴던 대화들, “넌 차가 있어 좋겠다. 나도 차가 있으면 좋겠다”는 식의, 그땐 참 별것 아녔던, 지금도 참 별것 아닌 말들이, 막상 첫차를 떠나보낼 때가 되니 아련하게 다가온다. 그 세상에선 차 없이도 맘껏 실컷 떠나겠구나.

세월이 흘러, 이제 점검을 받을 때마다 돈 백씩 깨지는 때가 왔다. 트렁크는 어느 캠핑장 후진 중 나무를 들이받아 상단이 우그러졌다. 비도 샌다. 옆면 앞면 뒷면 기스가 없는 곳이 없다.

그래도, 무엇보다 캠핑의 시작과 현재를 함께 동고동락한 녀석이다. 포르테로도 4계절 3인가족 거뜬하게 캠핑할 수 있음을 증명해내고자 고생 참 많았다.

트렁크 테트리스를 완료하고도 앞좌석 발밑에 꽉꽉 짐을 받아주고도 고장 한번 없이 전국 곳곳을 무사히도 누볐다. 이젠 이 한국이 좁구나. 망망대해를 건너 이민길에 오른 네 새로운 삶에 축복을.

고마웠어.

◆캠핑 팁

준중형차로도 과연 캠핑을 다닐 수 있는지 의문일 수 있다. 쉽지 않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예를 들어, 포르테로 3인 가족이 챙겼던 캠핑 짐은, 쉘터, 텐트, 난로, 기름통, 의자 3개, 침낭 3개, 테이블 2개, 장작 1박스, 버너나 랜턴 등 잡짐가방, 에어매트 3개 뭐 이런 등등. 당연히 노력은 필요하다. 필자의 경우 캠핑갈 때면 스페어타이어 공간에 침낭을 담으며 모든 공간을 활용한다. 상판을 추가한 밀크박스는 뒷좌석 아이 발받침으로 활용하면 딱. 발밑 공간까지 모두 빠짐없이 채워야 한다. 파세코 난로의 경우 아예 상판을 분리하면 준중형 트렁크에도 들어갈 수 있다. 사실 루프탑 하나만 있어도 이 모든 번거로움을 해결할 수 있겠다. 그래도 트렁크 테트리스 역시 캠핑의 한 묘미..라고 느껴야 진정한 캠퍼가 아닐까.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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