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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꽃샘추위 속 봄을 기다리는 자세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이미 장롱 속으로 들어갔어야 할 겨울옷들이 아직도 거리를 활보한다. 마치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심리를 대변하는 듯한 길거리 풍경이다.

그래도 봄은 올 것이다. 검은 색 코트 대신 밝은 원색의 자켓이, 두꺼운 패딩 대신 하늘하늘한 실크 원피스가 거리를 누비는 봄이다.

경제 심리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또 지난 1분기 이후 1년 만에 다시 찍은 마이너스 성장률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실업률, 수출입 지표 등이 연일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후 회복 사이클에 대한 기대에 부푼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발표한 조사에서 나라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지난달보다 4% 늘었다. 아직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낙관론보다 절대 숫자는 많지만, 그 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또 갤럽이 전 세계 18개국 1만77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직장을 잃거나 일과 수입이 줄었다는 우리나라 응답자는 세계 평균을 밑돌았다. 코로나19로 겪은 변화를 묻는 질문에 ‘실직’을 답한 사람은 18개국 평균 15%지만 우리나라는 독일(2%)에 이어 2번째로 낮은 3%에 불과했다. 반면 실직이나 수입감소 같은 부정적 영향이 없다는 응답은 44%로 평균 32%를 훨씬 상회했다.

저점을 찍은 이후 개미들의 매수세로 빠르게 반등하고 있는 주식시장, 예약이 꽉 찬 제주·강원의 호텔과 팬션들, 주말에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비는 대형 마트와 양판점의 모습도 이런 경제 낙관론의 또 다른 단면이다.

하지만 아직 예방약도, 치료제도 없는 코로나19 충격파가 이대로 끝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1분기 최악의 실적을 발표한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2분기가 더 안좋을 것이라고 이구동성 외친다. 닫힌 하늘길은 올해 안에 예전처럼 열릴 수 있을 지 장담하지 못하는 처지다. 아직은 실업도 수입감소도 잘 느끼지 못한다고 답한 개인과 가계들도 실제로는 지출을 줄여나가고 있다. 꽃샘추위 한 복판이다.

V자로 급반등한 주가, 또 급등 후 바로 제자리로 돌아온 환율과 달리 실제 경제는 코로나19 앓이를 한동안 더 해야 할 수도 있다. 세계 각국 정부가 긴급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현금과 현물을 살포하고, 또 기업들의 채권까지 무제한으로 매수에 나서는 것도 길어질 코로나19 충격파를 조금이나마 줄이고자 함이다. 굶어 죽는 것만은 피하자는 고육지책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올해의 최고 유행어로 꼽을 만한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의 말이다. 위생부터 거리두기, 구매습관, 그리고 정부의 경제정책까지 바꿔 놓은 코로나19의 위력이다.

하지만 꽃샘추위 속에서도 따뜻한 봄을 기대하는 마음처럼, 앞으로 다가올 경제 회복과 상승기 또한 준비해야 한다. 당장 눈앞의 굶주림을 피하는 것을 넘어, 개인과 가계는 그동안 낭비했던 부분을 되돌아보고, 정부와 기업은 부실을 과감히 도려내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 뿌린 수십조, 수백조의 돈이 미래 우리 아들딸의 부채가 아닌, 투자의 결실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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