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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지철·김재규도 함부로 못한’ 朴 9년 비서실장 김정렴 별세
25일 오후 10시…향년 96세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장
재무부·상공부 장관 등 역임
김정렴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회장.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9년3개월간 박정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한 김정렴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회장이 별세했다. 향년 96세.

사업회 측은 지난 25일 오후 10시 김 회장이 별세했다고 27일 밝혔다.

고인은 재무부·상공부 장관을 지냈다. 1969년 10월부터 1978년 12월까지 9년3개월간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고도성장의 기틀을 닦은 한국경제의 ‘산파’로 평가 받는다.

1924년생인 고인은 1944년 한국은행의 전신인 조선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강제징집돼 일본군에 배속됐고, 히로시마에서 일제 패망이란 역사적 순간을 맞이했다. 그는 당시 미군이 투하한 원자폭탄의 영향으로 후유증을 앓아야 했다. 6·25 전쟁에 참전한 후 1952년 예편한 고인은 한국은행으로 돌아와 1차 화폐개혁에 참여했다. 1959년 재무부로 옮긴 후 정통 경제관료의 길을 걸었다.

고인은 상공부 장관이던 1969년 ‘3선 개헌안’이 통과된 후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 후임으로 대통령 비서실장직을 받았다.

고인은 회고록 ‘최빈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를 썼다. 고인은 이 안에서 자신이 비서실장으로 발탁되던 과정을 설명했다. 청와대를 찾은 그가 “각하, 저는 경제나 좀 알지 정치는 모릅니다. 비서실장만은 적임이 아닙니다”라고 하자 박 전 대통령이 “경제야말로 국정의 기본 아니오.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등이 따뜻해야 정치가 안정되고 국방도 튼튼히 할 수 있지 않소”라고 답했다는 내용이다.

재무부·상공부에서 수출·공업화 정책 수립을 세운 그는 이후 ‘경제통’ 비서실장으로 활약했다. 중화학공업과 방위산업 육성 등 산업 고도화 정책을 주도했다. 산림녹화, 새마을운동, 고속도로 건설, 의료보장제도 도입 등에도 관심을 쏟았다.

2015년 8월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그를 놓고 내린 평이 널리 알려져 있다. 김 전 총리는 당시 한 언론사에서 연재한 글을 통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다”며 “차지철(경호실장)과 김재규(정보부장)가 비서실장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1979년 10월 김재규 정보부장이 박 전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을 살해한 10·26 사태는 당시 주일대사로 가있던 고인이 비서실장직을 지켰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후일담도 나온 바 있다.

유족으로 희경·두경(전 은행연합회 상무이사)·승경(전 새마을금고연합회 신용공제 대표이사)·준경(전 한국개발원 원장)씨와, 사위 김중웅(전 현대증권 회장, 현대그룹 연구원 회장)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삼성병원 장례식장 14호실, 발인은 28일 오전이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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