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경제관료에서 교수, 기업 경영자까지…이규성의 기록, ‘소이논집’

‘금융공학의 대부’로 불리는 이규성(81) 전 재무부장관이 기록집 ‘소이논집’(전4권)을 냈다. ‘소이(素怡)’는 그의 호로 빙그레 웃는다는 뜻이다. 이 전 장관은 노태우 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을 지내고 김대중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김대중 정부 입각은 자유민주연합과 자민련의 몫으로 이뤄졌다.

공무원으로 시작해 장관과 대학교수를 거쳐 민간기업의 최고경영자로 일하면서 쓴 연구자료와 정책보고서 강연록, 강의록, 기고문 등을 네 권으로 구성, 기록적 가치가 크다.

그 중 금융실명제와 1997년 금융위기의 중심에서 경제수장으로서의 행보는 눈여겨볼 만하다. 당시 재무부(MOF)는 힘과 권력의 부정적 어감의 ‘모피아’로 불렸다. 그는 이를 강한 책임감으로 해석했다. 그가 물가안정과 함께 행정의 주안점을 둔 건 금융시장 육성이었다. 금융이 발전해야 실물을 지원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원시단계인 금융시장을 민간 은행 중심의 직접 금융구조로 발전시켜나가는 게 목표였다. 기업도 이에 발맞춰 자기신용으로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현재 금융산업의 모습이 이때 갖춰진 셈이다.

금융실명제 실시의 기본 골격도 이때 마련됐다.1989년 4월 재무부 내에 ‘금융실명거래 실시 준비단’을 발족, 다양한 논의와 구체적 추진방안을 짰다. 하지만 경제위기론이 제기되면서 유보됐다가 1993년 8월 김영삼 정부에서 대통령 긴급명령 형식으로 전격 실시된다.

이 장관은 1993년 건양대 교수시절 쓴 ‘금융실명제의 정착방안’ 연구논문에서 금융실명제 정착을 위한 조건과 제약요인을 꼼꼼하게 살피는 등 열의를 이어갔다.

모피아의 권력이 대폭 축소된 김대중 정부의 제1대 재정경제부장관 시절엔 외환위기 극복이 당면과제였다. 당시 대통령주재 경제대책조정회의는 관계부처간 이견이 걸러지지 않은 채 안건이 상정돼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에 청와대 강봉균 정책기획수석은 진념 기획예산위원장이 사전 부처간 이견을 조정, 회의에 상정하도록 건의했는데, 김 대통령이 재경부장관이 이를 조정하도록 수정했다.이 장관은 정권 탄생에 기여한 바 없는 자신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특별히 회고했다.

이 장관은 건양대와 카이스트에서 학생들을 10년간 가르치며 금융시장 개방과 금융자율화 등 금융시장 격변기에 대처할 수 있는 유능한 금융인을 양성하는데도 힘을 보태왔다. 특히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 금융공학과정을 신설, 지금까지 금융전공 MBA졸업자를 1000여명 배출했다.

기업의 부채구조조정을 위해 당시로선 생소했던 리츠제도 도입과 부동산투자회사인 코람코 설립 및경영에 직접 참여한 과정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당시 큰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위해 보유 부동산을 내놓았지만 국내에선 이를 사줄 데가 없었다. 외국 자본이 헐값으로 사들이려는 걸 막는 장치가 필요했다. 부동산과 금융의 연결고리가 처음 생긴 것이다.

저자는 코람코 경영에 직접 참여해 세우고 키우고 발전시켜 나간 과정과 2019년 매각까지 과정을 상세하게 담았다.

개인의 기록이지만 지난 30여년 경제의 주요 변곡점에 영향을 준 정책들이 나온 과정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깐깐하고 명료한 그의 성격을 반영한듯, 서술은 담담하고 명쾌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소이논집/이규성 지음/박영사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