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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양각색 랜선공연] “클래식 공연을 ‘뮤직뱅크’처럼…제작비는 1~3억”…예술의전당
한 작품당 카메라 10~15대 투입…제작기간은 최대 7개월
촬영은 원테이크ㆍ후반작업에선 발소리, 빗소리까지
“현장감, 현실감 살리고 친근하고 재밌는 편집이 원칙”

예술의전당 '싹 온 스크린'을 통해 안방1열을 찾는 발레 '심청'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유니버설 발레단의 ‘심청’이 ‘랜선 공연’(예술의전당 유튜브)으로 안방을 찾자 실시간 채팅창이 뜨거워졌다. 예당봇(신태연 PD)이 거들었다. “여러분! 물안경 차세요. 이제 수중으로 들어갑니다!” 말이 아닌 몸으로 표현하는 발레는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겐 다소 낯선 장르다. 제작진은 이런 이유로 ‘친절한’ 장치를 곳곳에 숨겼다. ‘마임’ 장면에선 자막으로 설명해주고, 온라인 상영회 동안엔 실시간 채팅창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며 해설을 이어갔다. 친절하고 센스있는 ‘예당봇’의 설명에 채팅창의 수다가 더 늘었다. 엄숙한 공연장이었다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신태연 예술의전당 영상사업부 제작PD는 “공연을 한 편의 영상으로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좀 더 재밌고 친근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온라인 플랫폼 유튜브가 접근성이 높은 만큼 소수의 마니아 층이 아닌 모두를 위한 영상으로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다수의 공연장이 문을 닫으며, 공연계엔 새로운 문화 트렌드가 나타났다. ‘안방 1열’에서 무대를 만나는 ‘랜선 공연’. 공연계 ‘셧다운’으로 문화 향유 기회를 잃은 관객 앞에 등장한 ‘랜선 공연’을 향한 반응이 뜨겁다. 그 중심에 예술의전당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 유튜브 스트리밍이 있다.

예술의전당은 지난 3월 20일부터 2주간 총 21회에 걸쳐 진행한 ‘온라인 상영회’에서 누적 시청자 수 6만 3564명, 조회수 73만 7621회를 기록했다. 2013년부터 공연 영상화 작업을 진행한 만큼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신태연 PD와 함께 예술의전당 ‘싹 온 스크린’의 제작 과정을 알아봤다.

예술의전당의 영상화 작업에선 한 작품당 카메라가 10~15대가 투입, 현장감과 현실감을 살린 영상으로 안방1열을 찾는다. [예술의전당 제공]

최고의 현장감을 위해…“카메라 10~15대, 제작기간은 최대 7개월”=예술의전당 ‘싹 온 스크린’은 뮤지컬, 클래식, 발레, 연극, 오페라 등 전 장르를 아우르는 영상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단지 카메라로 무대 위 공연 장면을 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싹 온 스크린’의 최종 목표는 영화관 상영. 그만큼 많은 시간과 비용과 노력을 들인다. 최고의 화질과 음향, 생생한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신태연 PD는 “최고의 현장감을 제공하고, 실감나게 만들기 위해 영화용 4K 카메라와 5.1 채널 음향을 사용한다”며 “촬영도 오래 걸리지만 후반 작업이 그만큼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 영상화 작업에 투입되는 스태프는 무려 60명. 촬영부터 후반작업까지 들여 작품 한 편이 완성되는 기간은 보통 4~7개월이다. 제작진은 ‘현장 예술’을 영상으로 옮기는 만큼 생생한 현장감과 현실감을 담아내는 데에 주력한다.

작품 한 편을 영상으로 만드는 데에 투입되는 인원은 무려 60명, 제작기간은 4~7개월에 달한다. [예술의전당 제공]

한 편당 동원되는 카메라 숫자가 상당하다. 신 PD에 따르면 보통 작품 한 편당 10~15대의 카메라가 출동한다. 특수장비와 카메라가 특히나 많이 들어간 작품은 현대무용 ‘스윙’이다. 신 PD는 “‘스윙’에선 지미집이 5대, 이동차가 3대가 들어갔다”며 “무대 위에 스테이지 팀이 올라가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현대무용 촬영 때는 특수 장비를 최대한 동원했다. 정적으로 찍을 때보다 화려하게 볼 수 있고, 영상미가 좋으면 관객들의 몰입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연극 ‘페리클래스’는 총 3일 동안 ‘롱테이크’로 촬영했다. 카메라 렌즈 비율을 달리해 다양한 장면을 연출하니 보다 생생한 장면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영상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음향이다. 오페라 ‘마술피리’에는 마이크가 무려 100대가 들어갔고, 클래식은 악기별로 마이크가 세팅된다. 실내악단 ‘노부스 콰르텟’은 녹음 작업을 일곱 번이나 거쳤다. 보다 선명한 음향을 들을 수 있도록 후반작업도 거친다. 신 PD는 “연극이나 뮤지컬은 대사나 넘버(음악)가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엔 음향 전문인력을 동원해 후반작업을 거친다”며 “온라인 공연을 볼 땐 상영 장소가 좋을수록 더 선명하게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클래식 공연에선 빠른 컷으로 음악 프로그램과 같은 ‘화려한 영상미’를 추구했다. [예술의전당 제공]

▶ 촬영은 원테이크·후반작업에선 발소리, 빗소리까지=촬영을 할 때에는 공연 전체를 한 번에 찍는 ‘원테이크’ 방식으로 진행한다. 신 PD는 “절대로 끊어 촬영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한 번에 촬영하고, 카메라 배치를 바꿔 추가 촬영을 한 뒤 교차편집을 통해 영화같은 공연 영상을 만든다.

파격적인 연출과 촬영으로 화제가 된 영상은 클래식 공연인 ‘디토 파라디소’와 ‘노부스 콰르텟’이다. 두 영상은 클래식이 정적인 공연이라는 선입견을 완전히 깨준다. 신 PD는 “클래식이지만, 리듬에 맞춰 1초에 한 번씩 컷이 바꼈다”며 “‘뮤직뱅크’처럼 화려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실 제작진에게도 실험적인 연출이었다. 정적이라 여겨졌던 클래식의 화려한 영상미에 시청자들은 “카메라 광고 같다”는 반응까지 내놨을 정도다.

무사히 촬영을 마친 뒤엔 ‘후반 작업’에 힘을 준다. 4K 카메라로 촬영하는 만큼 방대한 분량을 편집하고, 후반작업을 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편집, 색 보정, 음향 작업은 보통 2주~한 달 정도가 걸린다. 길게는 두 달까지 걸리는 작품도 있다. 후반 작업에서 심혈을 기울이는 것 중 하나는 효과음 작업이다. 공연 중에 들리지 않았던 발소리나 빗소리, 파도소리, 갈매기 소리 등이 폴리 아티스트를 통해 다시 태어난다. “재밌게 볼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신태연 PD) 장치다.

후반 작업에선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색 보정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연극 ‘보물섬’은 상상과 현실을 오가는 구성으로, 실제 공연에서도 관객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에 상상이나 회상 장면은 흑백으로 보정해 편집, 온라인 상영에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예술의전당 ‘싹 온 스크린’은 아카이빙을 위한 풀버전과 상영을 위한 100분 내외의 상영본 등 두 가지로 만들어진다. 편당 제작비는 1억~3억원. 이중 절반은 초상권을 포함한 저작권료에 해당한다.

지난 2013년 이후 ‘싹 온 스크린’은 현재까지 40편 정도가 제작됐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다양한 작품들은 의미있는 기록을 써냈다. 각 상영회마다 약 3000명 이상의 시청자가 관람, 2000석 규모의 오페라극장과 2500석 규모의 콘서트홀을 매진시키는 기록을 세웠다. 최근엔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를 영화 버전과 연극 버전으로 따로 만들어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했다.

신 PD는 “2013년부터 제작해 노하우가 쌓였고, 이제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단계다”라며 “‘늙은 부부 이야기’가 영화관에 걸려 스크린 집계에서도 좋은 성적을 낸다면 공연예술의 영상 작업에도 전환점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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