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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읽는 신간]상실의 시간을 넘어 ‘오늘의 엄마’외 신간다이제스트

▶오늘의 엄마(강진아 지음,은행나무)=강진아의 첫 장편소설로, 영화적 문법, 카메라의 눈이 느껴지는 게 신선하다. 소설은 사랑하는 남자와 사별하고 암에 걸린 엄마를 간호하게 된 스물아홉살 정아의 상실의 시간을 그리고 있다. 3년 전 갑작스런 사고로 애인을 잃은 정아는 여전히 그와의 기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데, 어느날 엄마가 암 말기라는 진단결과를 접하게 된다. 부산과 경주,서울을 오가며 똑 부러진 언니 정미와 간병을 해나가면서 정아는 자신이 알지 못했거나 잊었던 엄마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정장아저씨, 구포 아줌마, 칠성할머니, 엄마의 이모, 엄마의 엄마 등 엄마의 관계· 삶이 재구성되고 정아는 그 연장선상에 자신이 있음을 알게 된다. 엄마가 야생꽃을 좋아하고, 정아는 동물을 좋아하지만 우리에 갇힌 동물을 보지 못한다는 것, ‘그냥’인줄 알았던 것들의 이유를 조금씩 알아간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건 한편으론 그 사람과 연결된 관계의 단절이자 한 사람이 일군 세계의 끝이지만 그 끝자리에서 존재의 이유를 알게 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힐링 스페이스(에스더 M. 스턴버그 지음, 서영조 옮김, 더퀘스트)=1980년대 한 연구에 따르면, 창밖으로 자연경관이 내다보이는 병실에 있는 환자들이 창밖으로 콘크리트 벽만 바라봤던 환자들보다 빨리 나았다. 쾌적한 풍경만으로 어떻게 병이 빨리 나을 수 있을까? 신경건축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스턴버그 박사는 아름다운 경치나 노을, 숲 같은 풍경을 볼 때 엔도르핀이 분비되는 경로의 신경세포들이 활성화돼 치유에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치매 환자들의 경우 숲길을 산책하고 정원에서 차를 마시면 인지기능이 오래 유지되고, 가족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아일랜드 키친에선 애착형성 호르몬인 옥시토신의 분비가 늘어난다. 풍경과 공간, 건축이 인간의 뇌와 마음에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다. 저자는 최신 신경과학, 뇌과학, 진화의 연구결과를 통해 풍경과 공간의 비밀을 풀어나가는데, 빛과 소리 등 감각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어떻게 기분과 행동 뿐 아니라 면역체계도 변화시키는지 들려준다. 공간을 주제로 펼쳐나가고 있지만, 기억과 길찾기의 뇌과학, 기도할 때 뇌에서 벌어지는 일 등 신경과학의 흥미로운 연구결과들이 소개돼 있다.

▶불멸의 파우스트(안진태 지음, 열린책들)=괴테 문학의 정수이자 인간 탐구의 최고봉인 ‘파우스트’에 대한 종합 연구서. 오랫동안 괴테 문학을 천착해온 괴테 연구자, 안진태 교수가 자신의 연구를 집대성했다. 괴테는 22세 때 ‘초고 파우스트’를 쓰기 시작해 제 1부는 1801년에, 제2부는 타계 반 년 전인 1831년에 완성, 필생의 작업을 끝냈다. 저자는 모호한 상징과 비유로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는 ‘파우스트’를 괴테의 기존 저작들과 ‘파우스트’와의 상호 연관성을 집중 분석함으로써 그 의미망을 풀어간다. 파우스트, 메피스토펠레스가 보여주는 인물의 전형성, 괴테의 헬레니즘에 대한 집념과 범신론 등 저자는 입체적으로 괴테와 파우스트를 파헤쳐 나간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 왜 ‘파우스트’일까. 저자는 “현대인들은 물질적 만족을 얻고자 악마와 거래한 파우스트의 후예”들이란 어느 학자의 말을 인용하며, 현대는 가치를 상실한 세계로서, 인문정신의 중심에서 파우스트를 소환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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