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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19 이후, 얻은 것과 잃어버린 것

“지금 우리가 직면한 위기는 정체성과 문화를 초월하는 것이다.”

전세계를 패닉에 빠트린 코로나 19 폭격의 한가운데서 이탈리아의 젊은 지성, 파올로 조르다노는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에서 이렇게 썼다. 물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작가인 조르다노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시점은 2월29일이다. 존스홉킨스대 자료에 따르면 그 시점에 감염자는 8만5000명, 중국에서만 8만명이 감염됐고, 전세계 사망자는 3000명이다. 이탈리아의 확산세가 가팔라지며 이동이 금지된 시점이다. 각국이 장벽을 쌓고 혐오와 비난의 대상을 찾고 있을 때, 저자는 바이러스는 나라와 인종을 가리지 않고 오직 과학적으로만 대처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저자의 사유와 과학자의 엄정한 시선으로 새로운 전염병이 불러온 현상을 예리하게 파고든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얻고 잃을 것인지 짚어나간다.

저자는 지금을 ‘전염의 시대’라 부르며, 코로나 19로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우리 사회는 인류사회 전체’란 사실이 명확해졌다고 말한다. 작가는 중국에서 발생했을 때 저곳에서 벌어지는 일이 여기서도 일어날 리 없다고 생각했다며, 이탈리아에서 감염자가 대거 발생했을 때 믿기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저자는 과학자로서 감염확산 모델을 알기 쉽게 설명해 나가는데, 모든 감염자가 한 사람을 채 감염시키지 않아야 (R01:알제로1미만) 유행병은 멈추고 질병은 종식된다며, 이는 순전히 우리 손에 달렸다는 뜻이라고 강조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이유다.

특히 젊고 건강한 사람들도 평범한 일상을 포기해야는가란 의문에도 그는 단호하다. 현재 입원율이 감염자의 10퍼센트여서 단기간에 많은 감염자가 발생하면 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취약자들의 감염가능성은 더 커진다는 것. “각자가 하나의 방역선”이라는 얘기다.

이탈리아의 일상의 달라진 모습도 소개했다. 친구 집을 방문했을 때 아무에게도 입을 맞추지 않았더니 상대방이 마음이 상해보였다든가 친구의 일본인 아내와 딸이 슈퍼마켓에서 힐난의 표적이 된 사실도 전한다. 신문사들이 감염자 수를 발표하지 않기로 하자 불신이 커지면서 혼란스러워진 모습도 들려준다.

저자는 바이러스 억제 못지 않게 발생을 정확하게 재구성하는 것에도 주목한다. “중국 사람들은 역겨운 동물들을 날것 그대로 먹는다”는 비난은 온당치 않다는 것. 전염병은 ‘그들'탓이 아니라 굳이 따지자면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며, 인간의 환경파괴의 산물임을 강조한다. 바이러스는 자신이 살던 곳에서 쫒겨나 도피한 것이기 때문이다.

조르다노는 이 시기를 ‘생각의 시간’으로 잘 활용하자고 제안한다. “날수를 세면서, 슬기로운 마음을 얻자. 그리고 이 모든 고통이 헛되이 흘러가게 놔두지 말자.”는 조르다노의 성찰은 코로나 19 이후 변화에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 책의 인세와 수익은 코로나 19 감염자를 치료하는 이탈리아 현지 의료단체와 구호단체에 기부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파올로 조르다노 지음, 김희영 옮김/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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