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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뷔 30주년 신승훈, “가을 같은 사람이 된 지금…현재진행형 가수이고 싶다”
1990년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데뷔
7장의 밀리언셀러, 1700만장 판매고 ‘전무후무’ 기록
‘발라드의 황제’는 족쇄이자 보답같은 별칭
“추억의 가수 아닌 현재형 가수이고 싶다”

1990년 데뷔한 가수 신승훈이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도로시컴퍼니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누구나 공평하게 사계절을 산다. 일 년, 열두 달의 시간 안에서 각자의 나이테를 그리고, 시간의 길이만큼 자라난 자신을 마주한다. 신승훈(54)은 지금 그의 계절은 ‘가을’이라고 했다.

“사계절로 치면 9월쯤. 지금은 가을 같은 사람인 것 같아요.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운치를 느끼죠. 언젠가는 다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하게 남는 날이 오겠지만, 지금은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즐기는 여유와 연륜을 갖추게 됐어요.”

강산이 세 번의 옷을 바꿔 입을 시간 동안 ‘음악’이라는 한 길을 걸었다. 그의 이름 옆엔 ‘발라드의 황제’라는 단짝 같은 별칭이 따라다닌다. ‘오빠’와 ‘형’을 찾던 소년 소녀팬들은 어느덧 가정을 꾸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신승훈의 콘서트를 찾는다. 솔로가수 전성시대를 보냈고, ‘문화 대통령’으로 불린 서태지와 아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1세대 아이돌 H.O.T로 시작해, 방탄소년단과 K팝이 전 세계에서 군림하는 현재를 함께 하고 있다. 많은 가수들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그 모든 계절에도 건재했다.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신승훈을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데뷔 30주년의 일정은 조금씩 차질을 빚었다. 앨범 발매가 늦춰졌고, 콘서트 일정이 연기됐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하게 되는 화상 인터뷰에도 신승훈에겐 신기한 경험이었다. “버퍼링이 생기거나 끊기면 어쩌나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 유튜버가 된 것 같아요.(웃음)”

숱한 히트곡을 내며 가요계의 황금기를 이끈 신승훈은 7장의 밀리언셀러, 1700만장의 앨범 판매고를 기록하는 전무후누한 기록을 세웠다. [도로시컴퍼니 제공]

▶ 전무후무한 기록의 30년…“발라드의 황제는 족쇄이자 보답”=신승훈의 30년에는 전무후무한 기록들이 빼곡히 새겨져있다. “유재하와 김현식 선배를 보고 음악을 시작”한 그는 유재하의 기일인 1990년 11월 1일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데뷔했다. 슬픈 멜로디에 실린 깨끗한 미성이 사랑과 이별의 보편적 정서를 노래하자, 대중의 마음엔 크고 작은 파도가 일었다. 사람들은 ‘황제의 등장’을 단번에 알아봤다. “이 곡을 발표한 날부터 30년이 된 만큼 ‘미소 속에 비친 그대’의 의미는 남달라요. 올해만큼은 가장 소중한 노래로 꼽고 싶어요.”

히트곡은 숱하게 등장했다. ‘보이지 않는 사랑’,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 ‘아이 빌리브’ 등 1집부터 7집까지 총 7장의 음반이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누적 판매고는 무려 1700만장. 10장의 정규 앨범은 매번 골든디스크에 선정됐다. 싱어송라이터로 ‘음악만’ 해온 신승훈이 남긴 흔적들은 전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았다. ‘국민가수’, ‘발라드 황제’라는 수사는 모두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발라드 황제라는 별명은 제게 족쇄일 수도 있어요.” 한 앨범 안에서 뉴잭스윙(‘로미오와 줄리엣’), 알앤비(‘헤이걸’), 하우스(‘처음 그 느낌처럼’)를 소화했어도 ‘발라드’로만 각인된 아쉬움이다. “발라드만 한다는 프레임에 갇히고 싶지 않아서인지, 제게 그 별명은 애증의 관계처럼 다가와요. 그만큼 30년간 자기 색을 가지려고 노력했던 것에 대한 보답인 것도 같아요.”

음악만 해 온 시간 동안 슬럼프와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잊혀질까 서럽고, 외면받을까 두려운 마음도 있었고, 음악을 하다 보면 찾아오는 외로움과 고단함도 있었다. “저 역시 잘 하면 칭찬을 받고, 못 하면 질타를 받아요. 실험적인 노래를 하면 슬픈 발라드를 하라 하고, 발라드를 하면 고리타분하고 옛날 스타일이다, 자기 복제라는 이야기를 들어요. 그 사이에서 저도 힘들었을 거예요. 그래도 내 것을 지키고 살아왔기에 오늘 이 자리에 있었던 것 같아요.”

데뷔 30주년을 맞은 신승훈은 “추억의 가수가 아닌 현재를 함께 사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도로시컴퍼니 제공]

▶ 나의 페르소나는 ‘음악’…“현재를 함께 사는 가수로 남겠다”=30주년을 맞으며 5년 만에 낸 스페셜 앨범엔 신승훈의 ‘분신같은 음악’을 담았다. 앨범 타이틀도 ‘마이 페르소나스’로 잡았다.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가 송강호 배우라면, 제겐 음악이에요.”

LP와 테이프가 공존하던 시절에 음악을 시작해, CD를 거쳐 스트리밍 시대를 맞았다. 지금도 그는 음원이 아닌 앨범을 고집한다. 새 앨범에도 8곡이 빼곡히 채워졌다.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는 전주가 35초나 된다. “30초만 듣고 별로면 넘기는 시대인데, 요즘 트렌드에는 어긋나죠. 트렌드를 거스르며 앨범을 내고 있어요. 한 장의 앨범을 통해 기승전결과 희노애락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스페셜 앨범에는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신승훈표 발라드가 담겼다. 그는 실험정신이나 모험은 없다고 못 박았다. 대신 삶이 있고, 위로와 위안이 담겼다. 선공개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지난해 9월 만들어진 곡인데도 코로나19와 맞물리며 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이고 있다. 신승훈은 “내 마음 속 타이틀곡이다.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를 위해 만든 곡”이라며 “4분 20초의 힐링이 되는 노래”라고 말했다.

30년이라는 시간은 누군가에겐 추억이고, 누군가에겐 인생이다. 그 시간 안에 들려온 그의 노래들은 인생이라는 한 권의 책 속에 꽂아둔 책갈피처럼 사람들의 기억을 채운다. ‘미소 속의 비친 그대’를 들으며 아득한 첫사랑을 기억하고, 잠시 머물다간 따뜻했던 어느 계절을 떠올린다. 30년을 지나 30년을 노래할 신승훈은 지금 반환점에 서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공개한 후 댓글을 봤어요. ‘제가 힘든 줄 몰랐는데 이 노래를 듣고 우는 걸 보니 제가 힘들 걸 알았어요.’라는 글을 보며 또 30년을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LP 시대에 음악을 시작했는데, 지금 다시 LP가 나가더라고요. 저 역시, LP처럼 낡았지만, 오래 두고 볼 수 있는 빈티지가 된 것 같아요. 30년 된 도자기인데 너무 멋져 집에 두고 싶은 것 있잖아요. 그런 가수가 되려고 노력했는데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30년의 노하우로 위로와 위안을 줄 수 있는 노래를 해야죠. ‘추억의 가수’가 아니라 현재를 함께 살고 있는 가수이고 싶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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