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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나가던 뮤지컬도 모조리 멈췄다…“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코로나19 확진자 등장으로 공연을 중단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에스앤코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공연계의 ‘마지막 보루’로 남아있던 대형 뮤지컬도 결국 문을 닫았다. 철저한 방역으로 코로나19를 차단하는데에 힘썼지만, ‘오페라의 유령’ 출연 배우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대극장 뮤지컬들이 줄줄이 멈춰서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에도 강력한 티켓 파워를 자랑했던 인기 공연들의 중단에 업계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의 한국 공연을 주관하는 클립서비스에 따르면 뮤지컬에 출연하는 앙상블 배우가 지난달 31일 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뮤지컬 업계 최초로 출연 배우 중 확진자가 등장한 사례다. 이에 프로덕션 배우와 스태프 등 제작진 120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 중 20명은 밀접접촉자로 분리됐다. 이러한 상황으로 ‘오페라의 유령’은 이달 14일까지 막을 내린다. 클립서비스 측은 그러나 “정확한 재개 날짜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페라의 유령’ 여파로 현재 가장 잘 나가는 뮤지컬로 꼽히던 ’드라큘라‘도 멈췄다. 자타공인 흥행 배우 김준수가 출연, 2월 개막한 ‘드라큘라’는 전체 공연 매출의 막강한 영향력을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 역시 12일까지 공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뮤지컬 업계 관계자는 “두 작품이 열리고 있는 블루스퀘어나 샤롯데씨어터는 극장과 객석 방역에 철저해 안전한 공연장으로 인식됐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며 “대형 뮤지컬 출연 배우 중 확진자가 나오리라곤 예상 못한 시나리오다”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앞서 ‘사운드 오브 뮤직’, ‘맘마미아’ 등 뮤지컬이 공연을 취소했고, 중극장 뮤지컬로 관객을 끌어모으던 ‘스웨그에이지:외쳐 조선!’도 지난달 31일부터 2주간 공연을 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공연계는 곡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월 공연계 매출은 91억 2644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1월 매출 404억원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공연계 비수기로 꼽히는 2월 211억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공연계 매출에 뮤지컬 매출은 80억 8873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88.6%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대극장 뮤지컬까지 문을 닫자 업계에선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중대극장 뮤지컬보다 상황이 어려운 것은 소극장이다. 지난달 26일 서울시가 ‘관객간, 객석·무대간 거리 2m 유지’ 지침을 세우자 공연계는 초비상에 걸렸다. 50~100석 규모의 소극장은 이 지침을 지키려면 관객을 10명 이하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해당 지침이 나온 이후 뮤지컬 ‘빨래’,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는 남은 공연을 취소했고,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도 30일 예정된 티켓 예매 오픈 일정을 미뤘다.

대학로에선 이미 대다수의 작품이 공연을 중단했으나 줄도산이라도 막겠다는 심정으로 공연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공연 여부가 생존과 직결된 만큼 중단이나 취소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파산이라도 막아보고자 공연을 올리고 있는데, 현재 상황에선 공연을 강행하면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눈총을 받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공연계의 피해가 커지며 한국소극장협회와 한국뮤지컬협회, 공연프로듀서협회 등 공연 관련 단체들은 힘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연대 회의의 필요성에 공감, 실무 차원의 단일창구 형성을 위한 논의에 한창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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