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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상의 오지랖] “도쿄올림픽 강행” 외치던 아베, 결국 코로나19에 무릎 꿇나
아베 총리 ‘완전한 형태’ 발언으로 연기론 시사
전문가들 “취소 아닌 연기론 복선 깔았다” 해석
코로나19 여파로 日 내부서도 “강행 불가” 흐름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까’ 문제만 남은 듯
4년 땀흘려온 우리 선수들 맞물려 日결정 주목
우리 선수단·관계자들 건강 안전문제도 직결돼
2020 도쿄올림픽 성화를 실은 특별수송기가 20일 미야기현의 항공자위대 마쓰시마 기지에 착륙하자 지역 주민들이 일장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

도쿄올림픽 성화는 7월까지 불타 오를까, 아니면 중간에 꺼질까.

오는 7월24일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가 초미의 관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남의 일’로 여겨졌는데, 점차 우리와도 무관치 않은 문제로 연결되는 분위기다. 다 알다시피 올림픽은 4년마다 열린다. 세계 최대의 스포츠 축제다. 여기에 각 나라간의 선의의 경쟁과 선수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어우러지면서 흥분과 스릴이 넘쳐나는 글로벌 스포츠 잔치로 불린다. 하지만 이 올림픽이 예정대로 열릴지, 아니면 연기될지 기로에 서 있다. 전세계적으로 확산세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때문이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수많은 나라 관계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 그리고 각국 선수들이 몰리는 올림픽에서의 건강과 안전문제 위기감이 고조된 것이다. 우리 선수들 문제도 껴 있다. 4년간 올림픽 하나를 위해 몸이 부서져라 연습을 했을 그들의 참가 여부도 일본 정부의 결정에 따라 결정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전세계적으로 번지고, 일본 역시 심각한 상황이라는 말이 돌면서 올림픽 강행 여부는 더이상 ‘다른 나라 일’로만 여길 수 없는 중요한 문제가 된 것이다. 즉 우리나라 코로나19 상황에 24시간 걱정해도 모자랄판에 일본 일에 신경쓰게 됐느냐는 일각의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 역시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에 시선을 떼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일본은 그동안 “취소는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 아테네에서 채화한 도쿄올림픽 성화는 지난 20일 오전 특별기 편으로 일본 미야기현 항공자위대 마츠시미 기지에 도착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도착식은 조촐하게 진행됐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 등 극히 한정된 인사만 참석한 가운데 관중없이 치러졌다고 한다. 올림픽 성화는 오는 26일 후쿠시마현의 올림픽 시설인 J-빌리지를 출발, 개막식이 열리는 7월까지 121일동안 일본 전역을 순회할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는 올림픽 개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흐름에 미묘한 변화음이 나왔다. 21일 외신에 따르면,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17일 주요 7개국(G7) 화상 정상회의를 끝낸후 기자들과 만나 “인류가 코로나19를 이겨낸 증거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실현하겠다고 표명, G7 정상들의 지지를 얻었다”고 했다. ‘개최 시기에 대해 의견을 나눴는가’라는 질문에도 같은 답을 반복했다고 한다. 이는 시사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코로나19 국면속에서도 “올림픽은 예정대로 개최하겠다”고 해왔다. 그런데 ‘완전한 형태’라는 말을 내놓은 것이다. 아베 총리의 말대로라면 일각에서 거론된 ‘무관중 개최’는 아니라는 뜻이다. 취소라는 뜻은 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연기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이에 일본 내부에서도 “도쿄올림픽 취소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면서 연기로 가기 위해 ‘완전한 형태’ 발언을 하지 않았나”하는 분석이 뒤따른다. 국가적 행사인 올림픽을 취소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할 뿐이라는 쪽으로 명분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코로나19 여파에도 올림픽 강행 의지를 보여왔지만, 일본 일각에선 코로나19 여파가 상당기간 길어질 것이며 이에 올림픽은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작지 않았다.

그리스에서 채화된 2020 도쿄올림픽 성화를 실은 특별수송기가 지난 20일 오전 일본 미야기현의 항공자위대 마쓰시마 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연합]

미국의 올림픽 개최에 대한 소극적인 자세도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위기가 미국에서 7월이나 8월에 끝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는 한 미국 선수단을 도쿄올림픽에 보내기 힘든데, 7~8월에도 위기가 끝날 조짐이 없기에 선수단 파견을 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메시지로 읽혔다. 따라서 이런 저런 점을 감안해 아베 총리가 연기에 방점을 두고 ‘완전한 형태’라는 말을 내세워 명분쌓기용 사전정지작업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역시 도쿄올림픽이 정상적으로 개최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다른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여러모로 사전조율 냄새가 짙다는 해석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아베 총리의 그 말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에 돌입한 분위기다. 다만 청와대는 아직 도쿄올림픽 문제에 대한 발언은 삼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도쿄올림픽 현안은 일본 판단에 달린 것”이라며 “다만 우리 선수나 관계자들의 입출국 문제, 숙소 문제, 나아가 건강과 안전 문제가 걸린 것이기에 외교적으로 세련되게 대응할 필요가 있는 사안”이라고만 했다.

우리 정부의 대응 방향은 일본의 언론브리핑에서 흘러나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의 모테기 외무상은 지난 20일 한국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 중국의 왕이 중국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화상회의를 했는데, 회의 이후 “한국과 중국이 완전한 형태로 도쿄올림픽 개최를 목표로 하는 일본의 입장에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언급한 ‘완전한 형태’ 개최를 일본 외무상이 재차 거론했고, 한국과 중국의 지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일본 정부 역시 코로나19 사태가 7월까지 이어지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한국과 중국을 상대로 한 도쿄올림픽 연기에 대한 포석을 깔았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외교가 일각에선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을 보면서 연기를 하든 강행을 하든 결정을 할 것이고, 일단은 등 떠밀려 취소하는 나쁜 모양새만은 피하겠다는 전략을 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로선 최악의 시나리오인 ‘취소’만은 피하려한다는 것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관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화상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일본 정부의 이같은 의중대로 도쿄올림픽 이미지에 대한 일정부분 손상없이 조용하게 연기론으로 매듭될 확률은 낮아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당장 일본 내에서 공개적인 연기론이 무르익고 있어서다. 연기를 할바엔 공식적이고 과감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야마구치 가오리 JOC 이사는 20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선수들이 만족스럽게 준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아예 오는 27일 예정된 JOC 이사회에서 올림픽을 연기하자는 의견을 밝힐 생각이라고까지 했다. 올림픽 선수단을 파견하는 JOC의 이사가 도쿄올림픽을 연기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은 처음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그는 IOC가 (각국)선수들의 안위를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연기·취소에 따른 손실만 우려한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앞에서도 돈장사에 연연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제2,3의 야마구치 발언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게 일본 현지 언론의 분위기다. 도쿄올림픽이 물 건너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정부가 빠른 판단으로 연기를 결정해 국가 이미지를 추스리는 게 급선무라는 인식이 일본 리더층 사이에 팽배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연기는 확실하고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것인가 라는 문제만 남았다는 것이다.

한편 도쿄올림픽 성공 개최는 아베 총리의 ‘정치 구상’과 맞물려 있기에 연기를 쉽게 결정될 사안은 아닐 것이라는 예측도 뒤따른다. 올림픽을 멋지게 성공해 집권력 강화와 함께 임기내 헌법 개정 등의 야심찬 정치구상을 실현하려던 그의 꿈이 코로나19로 브레이크가 걸린 현실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과 맞물려서다. 이쯤되면 아베로선 코로나19가 참 징그럽기도 하겠다.

〈헤럴드경제 기자, 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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