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2일 김형오 당 공천관리위원장에게 공천 일부 재조정을 요구했다. 통합당 내 공천 결과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결국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 진행되는 공천을 놓고 일부 잡음이 일고 있다”며 “당 안팎에서 거듭 문제가 나오는 일을 보고, 공관위의 결정 일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어 “공관위가 그간 많은 노력을 했지만, 내부 반발과 불공정 사례에 대한 지적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모든 공천이 완벽할 수 없다 해도 총선 때 뜻을 모아 압승하기 위해선 일부 조정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형오 공관위원장과 공관위원들을 언급, “당의 입장을 열린 마음으로 적극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전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천배제(컷오프) 논란에 대해 “당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한 데 대해 사실상 반박한 것이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이날 최고위에선 공관위의 최근 공천 결정 사항에 대한 의결과 함께 공천이 완료된 일부 지역에 대한 재심의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최고위는 민경욱 의원이 유승민계인 민현주 전 의원에게 밀려 컷오프된 인천 연수을, 미래를향한전진4.0(전진당) 출신의 김원성 최고위원이 단수추천된 부산 북·강서을, 곽대훈 의원이 컷오프된 후 이두아 전 의원이 단수추천된 대구 달서갑과 함께 서울 강남을, 부산 진구갑, 경남 거제 등 6곳을 공관위에 재심의 요청을 하기로 했다. 서울 강남을은 최홍 전 ING자산운용 대표, 부산 진구갑은 서병수 전 부산시장, 경남 거제는 서일준 전 거제부시장이 각각 공천을 받은 곳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당 대표 입김을 뺀 공천 구성에 틀을 잡는 한편, 옛 자유한국당 출신 공천 탈락자의 불만도 어느 정도 잠재워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현재 당내 공천 결과를 살펴볼 때 친황(친황교안)계 인사나 한국당 출신보단 안철수계나 유승민계 통합 인사들이 선방했다는 분석이 상당했다. 이에 친황 인사 중 상당수는 이번 공천 결과를 놓고 황 대표 측에 적지 않은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통합당의 공천 잡음을 지적한 일 또한 황 대표의 결단을 이끌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최근 황 대표를 향해 수도권 일부 지역의 공천 결과를 놓고 “이렇게 하면 선거에 이길 수 없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 “공천 후유증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면 선대위원장을 맡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석연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 보고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

김 위원장이 황 대표의 요구를 온전히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김 위원장이 미온적 태도를 보일 시 양측 간 충돌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 공관위 대표로 나선 이석연 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의 재의 요구가 있으면 공관위는 당헌당규 절차에 따라 투명히 논의할 것”이라며 “저나 다른 공관위원들이 ‘사천’을 용납하겠느냐. 특정 보도에 대해 일일이 흔들려선 안 된다. 유권자가 표로 심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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