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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상의 오지랖] 文대통령 “코로나 보건협력” 제안, 그 다음날 北은 ‘발사’로 답했다
文대통령 공동극복 제안 하루만에 김정은 발사체 도발
전문가들 “대통령 메시지에 대한 반발 차원은 아닌듯”
코로나19 국면속 대외도발로 내부결속 강화 노리는듯
北문제 뒷전놓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압박이 주배경
이런 가운데 문대통령의 대북발언 타이밍도 다시 논란
남북 평화경제 구상 발표후 하루만에 北도발한 사례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전방 장거리포병구분대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연합]

한동안 잠잠하다 싶더니 또 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세계는 물론 우리나라가 유독 힘든 상황에서 또 도발한 것이다. 북한 얘기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일 오후 강원도 원산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약 240㎞, 고도는 약 35㎞로 탐지됐다. 일단은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됐었다. 북한은 이와관련해 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전선장거리포병부대의 방사탄 발사 훈련을 직접 지도했다”고 밝혔다. 전날 쏜 발사체가 방사포(방사탄)라고 한 것이다. 군은 북한 당국의 발표와 별개로 이 발사체를 신형 대구경 조종방사포, 신형 전술지대지미사일(북한판 에이테킴스),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등 모든 가능성을 두고 분석 중이다.

주목되는 것은 북한이 발사체를 발사한 것은 올해들어 처음이라는 점이다. 북한이 도발한 것은 지난해 11월 28일 이후 95일 만이다. 석달간 조용했던 행보를 벗어나 다시 시끄러울 조짐을 보인 것이다.

북한의 도발에 당장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관계부처 장관회의를 가졌다. 청와대는 회의 후 “관계 장관들은 북한이 지난해 11월말 이후 3개월만에 단거리 발사체 발사를 재개하고 특히 원산 일대에서의 합동타격훈련을 계속해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는 행동을 취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아울러 북한의 이러한 행동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군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가 한창인 와중에 북한이 도발한 의도에 주목했다. 일단 군과 전문가들은 발사 장소가 강원도 원산 일대라는 점에서 지난달 28일 실시한 합동타격훈련과 관련이 클 것으로 봤다. 김정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실시한 이날 훈련에는 자주포와 122㎜ 방사포 등 90여문이 동원됐다. 당시 북한 관영매체는 이 훈련에 대해 전선과 동부지구 방어부대 기동과 화력타격 능력을 판정하고, 군종 합동타격의 지휘를 숙련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고 밝힌바 있다. 따라서 북한이 동계훈련에 속한 이번 훈련의 막바지에 합동타격 시나리오에 따라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했을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그 분석은 그다지 틀리지 않았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번 훈련이 미사일을 운용하는 전략군이 아닌 포병부대에서 이뤄진 것으로 확인했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인민군 전선 장거리포병구분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고, 직접 사격 개시 명령을 내렸다”고 했다. 통신은 “하늘땅을 뒤흔드는 요란한 폭음 속에 섬멸의 방사탄(방사포)들이 목표를 향해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랐다”며 방사포를 발사했다고 했다. 다만 더이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북한의 이번 도발은 지난달 28일 진행된 육해공군 합동타격훈련의 연장선으로, 군사력 강화 및 내부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훈련의 일환으로 해석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전선 장거리포병구분대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하면서 내놓은 사진. [연합]

그러나 그것 뿐일까. 더 복잡한 셈법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북한 도발의 타이밍이다. 북한이 도발한 날(3월2일)은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결렬 1주년(2월28일)과 비슷한 시기다. 특히 3월2일은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의 ‘빈 손’을 확인하고 돌아간 날이다. 김 위원장으로선 ‘치욕의 날’일 수 있다. 그래서 그 날의 수모를 잊지않고 있다는 메시지가 이날 도발에 담겨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한 “내가 언제든지 도발할 수 있다”는 발신용이라는 해석도 뒤따른다. 지난 한해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최대현안 중 하나로 올려놨지만, 올해들어 북한 문제는 뒷전에 밀어놓은 분위기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대북업무를 담당했던 핵심 인사를 줄줄이 전보시킨 바 있다. 올해 재선에 ‘올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는 그만하면 됐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고, 북한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지 않았느냐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이었다. 이에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을 고려해 발사체 발사를 통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전형적인 전략을 썼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난 잊혀지기 싫다, 트럼프 나와라!”라는 압박메시지로 요약된다는 것이다. 한미연합훈련이 당초 3월9일로 예정됐지만 한미는 코로나19 확산 위기감으로 지난달 27일 훈련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도발을 감행한 배경은 바로 이와 관련이 크다는 것이다.

코로나19와 관련한 북한의 계산도 가동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겉으로는 코로나19의 안전지대인 척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북한 역시 코로나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국면에서도 내부가 건재하고 충분한 군사대응 체제를 갖고 있으니 걱정말라는 결속메시지를 던질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대한 남북 보건분야 협력을 제안한 다음날 북한의 도발이 이뤄졌다는 점도 시선을 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제 101주년 3·1절 기념식을 통해 코로나19 극복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도 보건 분야의 공동협력을 바란다”고 했다. 남북이 보건 분야에서 힘을 합쳐 코로나19 위기를 돌파하자는 제안이었다. 이런 문 대통령의 제안에 결과적으론 북한이 하루만에 거절하고, 발사체 발사로 화답한 셈이 됐다. 하지만 이번 발사체 발사가 문 대통령의 보건 협력 제안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북한 역시 코로나19로 위기감을 갖고 있기에 코로나와 관련해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기 전에 내부 결속을 도모하고, 김정은 체제를 굳건히 할 필요가 있어 ‘보여주기식 도발’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여러가지 ‘화해와 협력의 제스처’를 보냈을때, 이를 무시한듯 곧바로 발사체 발사로 대응한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전선 장거리포병구분대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하면서 내놓은 사진. [연합]

북한은 지난해 총 13차례나 탄도미사일 등 발사체를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지난해 5월4일 신형전술유도무기(KN-23)를 포함해 240㎜ 및 300㎜ 방사포를 다수 발사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바로 닷새뒤엔 단거리 미사일(KN-23)로 추정되는 불상 발사체 2발을 쐈다. 북한은 특히 8월에만 다섯차례(2일, 6일, 10일, 16일, 24일)나 무력 시위했다. 이 시기에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8월 5일)를 통해 남북 평화경제 구상을 내놨었다. ‘수출규제’라는 일본의 경제보복이 한창 진행되던 때였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 일(일본의 경제보복)을 겪으면서 우리는 평화경제의 절실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 경제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 북한은 황해남도 과일 일대에서 내륙을 관통해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 미사일(KN-23)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당시 문 대통령의 평화경제 손짓에도 북한이 미사일로 화답했다는 뒷말이 뒤따랐고,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머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은 열흘뒤인 제74주년 광복절(8월 15일) 축사를 통해선 평화경제 구상을 더욱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경제에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했다. 문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를 한 다음날인 16일에 북한은 강원도 통천 북방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의 단거리 발사체 2발을 쐈다. 동시에 이날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문 대통령의 경축사를 비난하는 담화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내보냈다. 내용이 악의적이었다. 북한은 담화를 통해 “삶은 소대가리가 앙천대소할 노릇”이라고까지 했다. 아예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 대화 분위기니, 평화경제니, 평화체제니 하는 말을 과연 무슨 체면에 내뱉는가.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한 사람이다”고도 했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10월 31일 평안남도 순천 일대에서 미상의 발사체 2발을 쐈다. 지난해 12번째의 도발이었다. 이때의 도발 시점 역시 논란이 됐다. 앞서 북한은 전날 김 위원장 명의로 문 대통령의 모친인 고(故) 강한옥 여사 별세에 대한 조의문을 보내왔다. 대통령의 모친상에 북한이 조문을 보낸 것이다. 이런 소식은 당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31일 오후 1시30분쯤 공식적으로 전했다. 그때는 ‘금강산 남측 시설 철수’로 남북갈등 국면이 고조되던 상황이었다. 고 대변인의 브리핑으로 남북갈등이 좀 풀리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나왔다. 북한이 ‘조의문 정치’를 통한 화해제스처를 보낸 것이 아니냐는 해석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고 대변인 브리핑 후 불과 3시간만에 북한이 도발함으로써 이런 기대감은 물밑으로 쑥 들어갔다. 조의문 문구를 다듬으면서도 발사체를 만지작 거리는 북한의 전형적인 화전양면전술이었다.

〈헤럴드경제 기자, 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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