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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가상현실’이 ‘진짜현실’된 세상에서 공공의 신뢰 지키기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가 인기를 끌던 2000년대 초반, 한 영화평론가의 감상평이 기억난다. “우리 생활의 모든 것이 디지털로 전환된 가상현실을 무대로 한 매트릭스는 인간이 만든 상상에 불과하지만 그러한 비현실적인 미래를 그려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그 뒤 20여년이 흘렀다. 매트릭스가 그린 가상현실의 상당 부분이 진짜 현실이 된 상황에 놀라곤 한다. 인간관계는 SNS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으며 대화 상대가 인공지능일 때도 있다. 경제활동에서도 동전을 써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고, 월급을 ATM에서 찾아 손에 쥐어본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우연의 일치인지 오만원권이 발행된 해와 블록체인 기술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개발된 해가 2009년으로 동일하다. 2009년은 전통 화폐시장 변화의 변곡점이자 디지털 화폐시장 번성의 출발점이 교차되는 연도가 됐다.

이후 우리나라의 은행권 생산량은 해마다 감소해 6억장 수준까지 떨어졌다. 최대 생산량을 기록했던 2007년(20억장)에 비하면 30%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신용카드 및 모바일 결제 등 현금 거래를 대체할 수 있는 지불 수단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또한 티머니와 같은 전자화폐, 게임머니, 쇼핑몰 포인트와 같은 가상화폐,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암호화폐 등 다양한 종류와 형태의 대체 지불 수단이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전통 화폐 제조기관인 한국조폐공사(KOMSCO)에는 도전적·혁신적 환경 변화 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조폐공사는 그동안 종이 화폐의 감소에 대비하고 미래 업(業)의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을 통해 4차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따른 지불 수단과 인증 수단의 혁신을 추진해왔다. 업무 범위를 오프라인의 위·변조 방지 역할에 더해 온라인으로 확대, 공공의 역할을 강화했다.

그 결과물로 공공 분야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의 ‘KOMSCO 신뢰플랫폼’을 구축했고 ‘Chak(착)’ 브랜드로 디지털 전환 시대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Chak’에 기반한 제1호 공공 서비스가 바로 ‘모바일 지역사랑 상품권’이다. 2019년 시흥시 성남시 군산시 제천시 영주시 등 5개 지방자치단체와 계약한 모바일상품권 발행액은 1405억원으로, 2만4000개의 가맹점, 11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게 됐다. 올해는 총 30개 지자체로 상용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온라인 세상의 안전 지불 수단인 ‘Chak’은 소상공인을 살리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소비자는 편리하게 필요한 상품을 싸게 살 수 있고, 소상공인 가맹점들은 결제 수수료 없이 자동정산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지자체는 상품권 발행 행정비용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통계분석 자료를 활용해 투명한 관리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은 소비자, 소상공인, 지자체 모두에 혜택이 돌아가는 디지털 지역화폐인 것이다. 종이 화폐를 제조해왔던 조폐공사가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도 그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불 수단의 디지털 전환에 안착한 것으로 생각된다.

‘KOMSCO 신뢰플랫폼’의 제2호 서비스는 아마도 모바일 신분증 사업이 될 것 같다. 올해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와 함께 모바일 신분증 플랫폼 구축 공동 주관 사업자로 선정된 조폐공사는 국가신분증 제조기관으로서의 위상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전자투표, 공공문서 인증 등 인증 수단의 디지털 전환에도 대비하고 있다. ‘가상 현실’이 ‘진짜 현실’이 된 디지털 세상, 조폐공사는 더 바빠졌고, 할 일이 많아졌다.

미래가 어떠한 형태로 다가올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지속적인 업의 진화를 통해 4차산업혁명 시대에도 공공의 신뢰를 지켜나가는 조폐공사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려 한다.

조용만 한국조폐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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