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코로나19 초비상] ‘봉쇄’·‘피해완화’ 두마리 토끼잡기 고집하는 정부…대응역량 분산 우려
신종플루때 검역 일상수준 축소…의료인력은 조기발견ㆍ치료 집중
한정된 의료자원으로 봉쇄ㆍ완화 병행 시 두마리 토끼 다 놓칠 수도
“의료시스템 정비 시급…발열환자 체크ㆍ중증질환진료 이원화 필요”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 각지로 무서운 속도로 퍼져나가자 감염병 위기경보를 ‘심각’단계로 올리면서도 기존의 ‘차단·봉쇄’ 전략과 ‘피해완화’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는 ‘두마리 토끼잡기’를 고집하면서 자칫 대응역량 분산이 우려되고 있다.

박능후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범정부대책회의를 마친 후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뒤편에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보인다. [연합]

25일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3일 코로나19 사태가 앞으로 열흘 사이에 중대한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고, 위기경보를 최고수준인 ‘심각’ 단계로 전격 상향하면서 봉쇄와 피해완화 전략을 동시에 추진키로 했다. 이같은 병행전략은 당시에도 의문시 됐으나 24일 하루만에 확진자가 231명 추가돼 833명으로 1000명대를 바로보고 있는 상황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두마리 토끼잡기 전략은 위기경보 ‘경계’까지는 해외 감염병이 국내 유입되는 것을 막는 검역과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는데 주력하지만,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 지역사회내 피해 최소화를 위해 환자를 조기발견해 치료하는데 역량을 집중하는 완화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지금까지 방역당국의 기본 방향과도 배치되는 대목이다.

위기경보 ‘심각’ 격상은 방역전략의 중심이 ‘유입·전파 차단’에서 ‘피해 최소화’로 방역체계를 개편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 역시 심각단계 격상 하루전인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방역전략의 전환이 필요할 때 등급 상향이 필요하다”면서 “‘심각’ 단계에서는 위험요소의 차단에 노력하기보다는, 빨리 환자를 발견해 중증도에 따라 적절한 병상에서 치료해 생명을 구하는 것이 효율적인 전략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이 ‘심각’ 격상을 발표한 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박능후 중수본 본부장은 “해외유입 차단, 환자 발견과 역학조사를 통한 접촉자 격리 등 봉쇄정책을 유지한다”며 “(이와 함께) 지역사회 확산을 차단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두 방향의 전략을 병행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는 전파 양상이 규모는 크지만 일부 지역 또는 집단에 의한 단일전파란 점에서 역학조사와 접촉자 격리를 중심으로 하는 방역 봉쇄망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감염경로가 불확실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확진자 1000대를 눈앞에 두고 있어 여전히 이같은 판단이 유효한지는 의문이다.

국내 감염병 위기경보는 해외 신종감염병의 ‘발생 및 유행’(관심), ‘국내 유입’(주의), ‘제한적 전파’(경계), ‘지역사회 전파 또는 전국적 확산’(심각) 등 상황별로 4단계 돼 있다. 국내 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온 지난달 20일 정부는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했고 1주일 뒤 확진자가 4명으로 증가하자 ‘경계’로 올렸다.

앞서 2009년 신종플루 확산 때 정부는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올린 바 있다. 당시 등급이 올라가자 강화됐던 검역은 일상 수준으로 축소됐고 확진 환자에 대한 역학 조사가 중단됐다. 검역과 역학 조사에 집중됐던 인력과 의료자원은 지역사회에서 환자를 찾고, 이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투입됐다.

전문가들은 심각단계 상향에 맞춰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의료시스템을 정비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송준영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경증 호흡기 감염환자가 응급실에 몰려 중증환자 진료에 차질을 빚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며 “발열 환자를 체크해서 집중적으로 진료하는 병원을 지정할 필요가 있고, 다른 병원은 중증 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도록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ewki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