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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석 “美, 비핵화 방식 나만 결정한다는 생각 버려야”
“한미연합훈련 중단시 北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
“韓, ‘개별관광’ 만시지탄…담대하게 풀면 가능해”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통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 진전을 위해서는 미국이 비핵화 방식을 자신만 결정한다는 생각을 전환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은 20일 한반도 비핵화 진전을 위해서는 미국이 비핵화 방안을 자신만 결정한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또 2018년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관계 진전을 추동했던 것처럼 한국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최근 한반도 정세 및 남북관계 전망’을 주제로 통일부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美, 비핵화 방법 독점권 깨야”=이 전 장관은 먼저 북한의 작년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게 경제였고 경제 때문에 비핵화협상에 나섰는데 미국의 제재 해제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자기 가야할 길을 천명한 것”이라며 “북한이 제재 대 자력갱생이라는 구도 아래 ‘정면돌파전’ 결의를 다지고 있지만 비핵화 협상 문도 닫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자기들이 먼저 문턱을 낮추지는 않겠다는 것”이라면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비핵화조치를 취했을 때 제재 완화나 해제하라는 조건을 내걸며 미국이 움직이면 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장관은 이 같은 분석의 근거로 북한이 당 전원회의 관철을 위한 내부 결의대회 등에서 반미구호가 아닌 ‘자력갱생’, ‘과학중시’, ‘농업생산’ 등을 구호로 내걸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 전 장관은 계속해서 “향후 북핵정세는 상당히 불투명하고 유동적”이라며 “만약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고 미국이 추가제재와 관련해 움직이지 않는다면 북한도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 진전을 위해서는 미국의 변화도 수반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미국의 비핵화 방식 독점이 현실”이라며 “북한의 핵포기와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한국, 중국, 러시아의 목표가 일치하는데 문제는 어떻게 포기시킬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제재로 포기시킨다고 결정했고 그렇게 간 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인데 이는 방법이지 목표가 아니다”며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1년6개월 동안 해왔는데 상황 진전 없이 오히려 악화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또 “일방적 제재만 가지고 압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그렇다면 제재와 완화를 일정 정도 섞는 방식을 생각할 시기가 온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대북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결의안과 이를 보완하는 형태를 꼽았다.

이 전 장관은 “중국과 러시아가 제안한 것이긴 하지만 결의안을 좀 더 유용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안을 그냥 받자는 게 아니라 ‘스냅백’을 하면 된다”고 했다.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해 북한이 바라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입장에서도 상황관리 차원에서 필요한 제재완화를 추진하되 북한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원상회복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이 과정에서 “미국이 생각하는 게 다 옳은 게 아니다”, “미국이 비핵화 방안을 나만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한다”, “비핵화 방법에 있어서 미국의 독점권을 깨야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이 전 장관은 북한이 당 전원회의에서 거론한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행동’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수출 가능성을 내비침으로써 미국으로부터 물질적 보상을 받으려는 형태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정은 인사, ‘숙청형’ 아닌 ‘실적중시형’=이와 함께 이 전 장관은 남북관계에 있어서 개별관광 등 한국이 독자적 남북협력 방안을 보다 담대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한국 정부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 비핵화협상 속도에 남북관계를 맞춰야한다는 입장을 따라왔다”며 “그 결과 북미 비핵화협상은 완전 교착상태이고 남북관계는 최악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2년 전 남북관계를 우선적으로 발전시키고 북미 비핵화협상을 진전시켜 북미관계를 발전시켰던 역사적 경험을 완전히 망각했다”며 “그 기억을 소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공동개최 유치와 관련해 “하계올림픽을 공동유치하면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지금부터 2032년까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발 벗고 뛰어야할 시기가 올해와 내년인데, 이를 위해서도 지금의 남북관계 상태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 정부가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개별관광에 대해선 “만시지탄”이라면서도 “유엔제재 밖에 있고 대한민국 국민만 못가고 있는데,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관광은 풀어야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개별관광 수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작년 하반기 북한의 금강산관광지구 남측시설 철거 전이라면 굉장히 실현가능성이 높았겠지만 지금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면서도 “정부가 이것저것 조건을 붙이지 말고 담대한 입장에서 결론 내리고, 어떻게 일을 잘 관리하고 추진해나가느냐에 따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편”이라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이밖에 최근 신임 외무상으로 취임한 것으로 알려진 리선권과 관련해선 북미협상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중심으로 풀어가되 리선권은 정면돌파전을 위해 외교정치적 측면에서 다른 국가와의 외교에 전념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위원장의 인사스타일과 관련해선 박정천 군 총참모장과 김정관 인민무력상 사례를 언급하며 ‘실적주의’를 꼽아 눈길을 끌었다. 또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 가서 내각이나 현장 간부를 야단치고 질책하는데 이후 고쳐지는지를 보지 숙청하거나 경질하지는 않는다”며 “과거에 보인 숙청형 리더십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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