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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르사이유, 쇤부른, 경복궁내 예술작품에 비친 ‘뉘앙스’
유럽의 궁은 직설적 고귀, 왕실의 권위 표현
조선궁엔 소박한 병풍, 군신간 교류 시화 많아
학 등 상징물 은근히 차용, 부귀·영화 뜻 담아
국립고궁박물관 궁중서화실’ 신년맞이 새단장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중세~근세 조선의 궁과 비슷한 때, 왕실의 영욕을 함께한 유럽 궁전의 예술 작품들은 전제 군주의 초상화나 군주와 신을 동일시하는 듯한 장면을 담은 회화가 주를 이룬다. 공예·장식품 역시 왕실의 고귀함을 알리는 듯, 화려한 것들이 많다.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에 걸리거나 그려진 작품은 전제군주의 초상화와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그림이 많다. 주피터의 모습으로 분장한 루이 14세(샤를 푀르종 작) 그림에서는 신과 군주를 동일시하려는 의도가 분명히 보인다. 장식물은 화려한 샹들리에 등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왕권의 남다름을 시위하려는 것들이 많다.

오스트리아 빈의 쇤부른 궁전은 천장 프레스코 성화(聖畵), 마리아 테레사 왕실 가족, 군주와 여제 부부의 초상화 등이 대표적인 회화이고, 여러 원정을 통해 수집한 동서양의 도자기, 보헤미아 군대를 축출한 전승기념화(畵), 화려한 샹들리에가 눈에 띈다.

유럽 궁전의 예술작품이 직설적 왕실 권위에 대한 표현이라면, 조선의 궁은 비교적 소박하다.

먼저 왕과 왕실 구성원의 초상화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아울러 동양에서 숭배하던 성인과 신과 관련된 것도 없다. 그저 왕의 권위, 국태민안의 의미를 담은 상징물이 용상 등 실내 생활용품이나 전각 밖 지붕 등에, 과시하지 않는 자태로 배치돼 있을 뿐이다.

화조도병풍▲

조선의 궁 내 대표적 예술작품은 병풍이다. 아울러 소박한 모양새의 장(欌-서양은 캐비넷)이 몇 개 놓여있다. 왕실 주요 인물 주변에는 늘 지필묵이 있고, 단아한 모양새의 벼루가 문방사우의 센터 답게 좌정해 있다.

유럽과 다른 조선의 궁내 예술작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에 궁금증을 국립고궁박물관이 풀어준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지병목)은 전시관 지하 1층에 자리한 ‘궁중서화실’을 새로 단장해 궁중장식화와 왕실의 문예취미를 감상할 수 있는 상설 전시 공간으로 재개관한다고 13일 전했다.

왕실 벼루

‘궁중장식화’로는 왕실의 연회를 장식한 ‘모란도 병풍’과 19세기에 유행한 ‘기명절지도 가리개’, ‘화조도 병풍’ 등이 있다. 왕실의 문예 취미의 흔적은 벼루 등 문방구, 국왕과 신하가 주고받은 한시(漢詩)를 적은 책과 현판, 왕실 사인(私印, 개인 용도로 사용한 도장) 등이다.

모란은 부귀와 영화를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졌다. 궁중에서는 가례(嘉禮) 뿐만 아니라 흉례(凶禮) 등 특별한 의식에 사용하였으며, 국태민안(國泰民安)과 태평성대(太平聖代)를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

유럽 왕실은 대놓고 부귀와 절대권위를 시위했지만, 조선은 비유적 대상물을 차용해 은근하게 부귀와 영화를 표현했던 것이다. 화조도 병풍에는 백로 등을 통해 장수와 부귀의 뜻을 담았다.

진귀한 갖가지 옛날 그릇과 화초, 고동기(古銅器:구리쇠로 만든 옛날의 그릇이나 물건) 등을 그린 기명절지도는 문방청완(文房淸玩)의 취미를 드러내고 부귀, 관직 등용을 기원하는 의미로 애호되었다고 한다.

새 단장한 국립고궁박물관 궁중서화실

조선 왕실에서는 아름답고 품격 있는 문방구를 사용하여 다양한 문예활동을 했다고 한다. 화합과 소통을 위해 왕과 신하들이 함께 시를 짓고, 궁궐의 건물과 경치 등을 소재로 일상의 이야기나 감상, 회고 등의 글을 남기기도 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효명세자와 신하들이 의두합(倚斗閤) 주변 풍경을 주제로 주고받은 한시를 새긴 현판 2점과 임금이 지은 글에 신하들이 화답한 글을 모은 ‘어제 갱진첩’ 등도 선보인다. 의두합(倚斗閤)은 1826년 효명세자가 창덕궁 후원 주합루(宙合樓) 뒤편과 애련지(愛蓮池) 사이에 책을 보관하기 위해 지은 서실(書室)이다.

헌종(1827~1849, 재위 1834~1849)은 개인 인장에 관심이 많아, 선대(先代) 왕들의 인장을 수집하고 이 정보를 모아 ‘보소당인존’을 간행했다. 왕의 취미가 요즘으로 말하면 ‘문화재 지킴이’ 자원봉사자 급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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