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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지혜 만나는 고전…첫 훈련은 ‘아침 30분’ 독서
바우어 박사 “고전읽기는 훈련의 영역”
맛보기·삼키기·소화하기 3단계 거쳐야
처음엔 모르는 것 나와도 계속해서 읽고
밑줄·책접기는 맘껏…메모는 한두 문장
독서일기 활용 요약·논평 구분해서 기록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해·의견 형성해야
독서의 즐거움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이옥진 옮김 민음사
“스스로 정신을 훈련시키는 목표에 돌입하는 우리에게 과거에 혼자 공부했던 이들이 제공해 주는 한두 가지 일반적인 원칙이 있다. ”동시에 너무 많은 것을 빠듯하게 추진하면서 정신을 바쁘게 만들지 말라“고 아이작 아츠는 충고한다.”(‘독서의 즐거움’에서)

고전은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끝까지 읽지 않는 책’이란 말이 있다. 좋은 줄 알지만 금세 집중력이 흐트러져 중도 포기하기 때문이다. 호메로스는 지루하고 플라톤은 막막하고 뉴턴의 책들은 용어장벽에 막히고 만다.

보편적인 인간의 조건들, 삶의 지혜, 새로운 사상을 만나게 되는 묘약이라도 일단은 먹어야 효과가 나게 마련, 세계적인 교육관련 저술가인 수잔 와이즈 바우어 박사는 “독서야 말로 제도권 내 교육에서는 완성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특히 갈수록 거짓과 현실, 의견과 사실, 선전과 정보를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에 진실을 알아채는 정신의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게 고전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고전읽기는 재미로 읽는 책 읽기와 다르다. 영미권에선 이미 고전 독서의 길잡이로 널리 알려진 ‘독서의 즐거움’(원제:The Well Educated Mind, 민음사)을 통해 바우어 박사는 고전 읽기는 훈련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명상을 처음 시작하거나 성악을 하기 위해 발성 지도가 따로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문제는 제대로된 독서법을 학교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16세기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 “어떤 책은 맛만 보고, 어떤 책은 삼켜 버리고, 어떤 책은 잘 씹어서 소화시켜야 한다”고 말한 데서 일반화할 수 있는 독서법을 가져온다.

즉 이해의 세 단계인 맛보기, 삼키기, 소화화기다. 맛보기는 학습 주제에 관한 기본 지식 획득하기이고, 삼키기는 지식의 분석을 통해 이해하는 단계로, 이 지식이 타당한지, 사실인지, 이유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다. 세 번쨰 단계인 소화하기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해해 자신의 의견을 형성, 표현하는 단계이다.

이해(문법), 분석(논리), 평가(수사)의 세 단계는 사실 그리스시대부터 내려온 공부법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를 “정신을 훈련시키는 학습방법”이라고 말한다.

책은 2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에서는 고전 독서를 위한 준비와 독서 일기 쓰는 법을, 2부에선 소설, 자서전, 역사서, 희곡, 시, 과학 등 여섯 분야의 쟝르별로 고전 목록을 제시하고, 3단계에 따라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 지 실제를 보여준다.

저자가 강조하는 혼자 고전을 공부할 때의 첫 단계는 스스로 꾸준히 독서에 전념할 30분을 만드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저녁보다는 아침이 좋고, 시작은 짧은 게 좋다. 새벽 5시에 일어나 2시간 하겠다는 거창한 계획보다는 일어나는 대로 30분 독서로 시작하라는 것이다. 이 시간동안 집중과 생각에 충실하는 게 중요하다. 독서를 시작하기 전 이메일 확인은 금물.

본격적인 독서로 들어가 추상적인 개념들이 등장하는 어려운 문장이나 용어를 만났다면, 어떻게 읽는 게 좋을까. 독서의 첫 단계에선 그냥 계속해서 읽는 것이다. 처음부터 전부 이해하려 들지 말라. 중간 부분을 지나면 불현듯 이해된다.

소설의 경우, 낯선 이름들이 뒤죽박죽 등장하더라도 당장 책을 덮고 이름을 정리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라. 3장이나 4장 정도에 이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등장인물들을 꿰뚫게 된다. 모르는 단어도 찾아보지 않는 게 좋다.

책에 밑줄을 긋고 여백에 메모를 하고 페이지 가장자리를 접는 걸 맘껏 하되, 너무 많은 메모는 좋지 않다. 각 장에서 한, 두 문장이면 된다. 그 장의 내용과 주요 주장 혹은 가장 중요한 사건을 요약하면 된다. 책을 읽으면서 든 질문거리를 적어두기 위해 독서 일기를 활용하면 좋다. 짧게 내용을 요약한 것과 논평거리를 구분해 정리한다.

독서 1단계를 마치고 나면 요약한 문장들로 간략하게 윤곽을 그리고 차례를 만들어 본다. 문장들을 순서에 맞게 배열한 뒤 직접 주제와 부제를 단다.

평가단계인 2단계에선 쟝르별로 탐구방법이 달라지지만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는 부분을 다시 읽고 책의 구조를 깊이 파내려가는 방식은 똑같다. 저자가 왜 이 책을 썼는지, 얼마나 제대로 해냈는지, 책의 어느 부분이 설득력이 있고, 어느 부분은 공감하지 못하는지 등을 써내려가면 된다.

독서의 마지막 단계는 글쓴이가 의도한 ‘무엇’을 독서하면서 경험했는지 질문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따져본다. 3단계인 표현 단계에선 독서모임을 활용하는 게 좋다.

책의 2부는 본격적인 쟝르별 독서 훈련으로 저자는 읽어야 할 고전 리스트 180여편을 엄선, 여섯개 쟝르로 나눠 연대순으로 정리했다.

소설 목록에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비롯, ‘천로역정’, ‘오만과 편견’, ‘모비딕’ ‘마담 보바리’ ‘죄와 벌’ ‘위대한 개츠비’ ‘1984’ 코맥 매카시의 ‘로드’까지 32작품을 소개해 놓았다.

저자는 역사서를 읽을 때는 논리적인 독서단계에서 역사가가 논증을 형성하기 위해 외부 증거를 제대로 사용하는지, 아니면 이야기를 특정 방식으로 형성하기 위해 증거를 왜곡하는지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십수년 전 출간된 초판에 21세기 고전 및 과학서를 추가한 전면 개정판으로, 제대로 독서하는 법, 공부하는 법의 길잡이로 삼을 만하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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