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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스해도 될까요?”…성적동의 첫 단계 ‘물어보기’
성적 동의 밀레나 포포바 지음, 함현주 옮김 마티

천만 디즈니영화 ‘겨울왕국’에서 안나를 사랑하는 크리스토프는 얼핏 소극적이고 모자라 보이지만 딱 요즘 세태를 반영하는 캐릭터다. 특히 1편 끝부분에는 세계적인 ‘미투’ 현상에 시사점을 주는 중요 장면이 들어있다. 썰매를 선물받고 뛸 듯이 기뻐하는 크리스토프가 안나를 안아 올리면서 키스하려다가 재빨리 키스를 해도 되는지 허락을 구하는 장면이다. 사랑하는 사이라도 접촉에는 명시적인 ‘성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성적 동의’(Sexual Consent)란 개념은 아직 낯설지만 논란의 중심이 될 게 분명하다. 현재 성폭력 사건의 경우 ‘여성의 암묵적 동의’를 놓고 다투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성의 의사와 무관한데도 행동과 말투, 옷차림 등을 성관계에 대한 동의로 해석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지적하며, 동의의 1단계는 무엇보다 ‘물어보기’라고 확실하게 짚는다. 타인의 경계를 알고 조정하는 과정, ‘동의 협상’이전에 묻는 단계가 필수적이란 것이다. 여기서 신체적 자율권은 전제가 된다.

저자는 현행 강간법 뿐만 아니라 수사기관과 재판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지면서 피해자의 말을 경시하는 성인지감수성의 문제를 지적한다. 또한 미디어에서 성적 동의를 무시하는 현실도 조목조목 짚어낸다.

성적 동의에는 사실 함정이 없지 않다. 남성이 한 행동의 책임을 여성에게 떠넘기는 상황을 확대 재생산하거나 동의를 전제로 학대와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기때문이다.

그럼에도 동의란 단순히 개인의 일이기 보다 권력구조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논의는 필요하고 시의적절해 보인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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