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인간답게 산다는 건 무엇인가’…노작가에 답을 청하다
사는 것은 싸우는 것이다...마루야마 겐지 지음, 고재운 옮김 바다출판사
만년의 집...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사계절

‘월급쟁이가 되어 톱니바퀴처럼 굴러보면 삶의 의미가 얼마나 박약한지, 확고한 목표라는 게 얼마나 환상에 불과한지 알게 된다. 새 국면을 열고 싶어도 사방팔방이 막혀 기개를 떨치기 어렵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서 참다운 인생이 시작된다.’

줄기차게 ‘자유로운 인간’을 부르짖어온 70대 후반에 들어선 작가 마루야마 겐지는 에세이 ‘사는 것은 싸우는 것이다’(바다출판사)에서 인간답게 산다는 건 무엇인지 단호하고 일관되게 얘기한다. ‘나는 길들지 않는다’ ‘산 자에게’ 등을 통해 권력에 길들지 말 것을 강조해온 그는 이번 에세이에서도 자유를 향한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평생 저항하는 일이야말로 세상을 참되게 사는 즐거움임을 강조하는데, 그는 개인과 가정, 사회, 국가가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명쾌하게 제시한다. 힐링만 하지 말고 혹독한 현실과 대결하라고 하는가 하면, 국가를 진정 원한다면 국가를 손아귀에 넣고 흔들려는 지배층과 싸우라고 역설한다. 그런 바탕에 정의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겐지는 단도직입적으로 전쟁하는 나라를 만들고 원전 비리를 가리는 국가를 거대한 악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그런 집단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국민에게도 잘못이 있음을 지적한다. 소극주의, 사대주의, 예속주의, 폭정을 보고도 못 본척하는 무력함을 일컬어 ‘분노하지 않는 들개’라고 까지 표현하며, 분노하라고 경종을 울린다. 짧은 트위터글들로 노년이 무색하게 근육질적인 글이 인상적이다.

한일 양국에서 14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 ‘고민하는 힘’의 작가이자 비판적 지식인으로 불리는 강상중 교수의 에세이 ‘만년의 집’(열림원)은 70대에 들어선 그가 도시의 번잡한 생활을 접고, 표고 1000미터 고원지대에서 단출한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40, 50대 부와 명성을 얻은 한편 아들을 잃기도 한 도쿄근교의 집을 떠나 고원지대의 작은 집으로 이사해 꽃과 채소를 가꾸며 살아가는 얘기는 근원으로 돌아가는 여행처럼 보인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직후 뜨거운 여름에 태어난 저자는 한반도의 평화와 운명적으로 얽혀 있기라도 한듯 깊은 관심을 보이는데, 그는 평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강조한다. 한 사람의 인생이든 한 나라의 역사든 도저한 낙관을 품고 해결해나가려는 노력을 계속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긴 청춘의 방황과 결기, 중년의 성취와 상실, 노년의 자족과 관조 등 살아온 지난 궤적을 담담히 들려주는데, 그 과정은 내적 변화이자 화학적 변화이기도 하다. 식성도 취향도 다른 아내와 수십 년 고락하며 어느새 호흡이 잘 맞는 파트너가 됐다고 고백하는가 하면, 일편단심 강아지파에서 어느새 고양이에게 끌려다니는 고양이파가 된 그의 모습은 읏음짓게 만든다.

그는 산에서의 삶을 고독을 즐기는 삶으로 표현하며, “정말 열심히 살았다. 애썼다. 아주 수고했어.”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건넬 때를 기꺼이 기다린다고 썼다. 이윤미 기자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