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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율리 체 지음, 이기숙 옮김, 그러나)=독일 작가 율리 체의 12번쨰 소설로 2018년 9월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줄곧 슈피겔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있다. 가장르로서, 남편, 아빠로서 현실의 압박감과 어린시절 트라우마로 고달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헤닝은 어느 역할에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자기만의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고 아이들은 까탈스러운 데다 육아를 이유로 아내와 반일만 근무하기로 해 월급은 반토막 났지만 일이 준 건 아니다, 그런 일상을 벗어나고 싶었던 헤닝은 연말연시를 맞아 란자로테 섬으로 휴가를 떠나지만 상황은 좋지않다. 새해를 맞아 자전거를 타고 테메스로 가는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다 헤닝은 벼락처럼 어떤 옛일이 떠오른다. 어렸을 적 테메스에 온 적이 있으며, 끔찍한 일을 겪었던 게 수면위로 떠오른 것. 너무 끔찍해 마음 속에 가두었던 기억이다. 사회적 소설을 주로 써 온 작가가 트라우마를 주제로 스릴러적 요소를 곁들여 쓴 작품으로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짓기와 거주하기(리처드 세넷 지음, 김병화 옮김, 김영사)=노동과 도시화 연구의 세계적인 석학인 세넷의 ‘호모 파베르 프로젝트’의 완결판,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기술이 현대사회에서 마땅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 ‘장인’에 이어, 일을 하는데 필요한 기술인 사회적 협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 ‘투게더’에 이은 3부작의 마지막으로, 문명의 물리적 환경인 도시와 호모 파베르의 관계를 탐구한다. 10년 대장정을 마무리하면서 세넷은 도시가 인간에게 무엇이고 어떻게 지어져야 하는지 들려준다. 파리, 바르셀로나, 뉴욕이 어떻게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됐는지 살피는가 하면, 뉴욕의 구글 사옥, 한국의 송도 등 인위적인 도시의 탐색을 통해 바람직한 도시란 어떤 것인지 탐색해 나간다. 세넷은 세탁소도 있고 의사도 있는 구글 사옥같은 자족적인 건축 양식이 창조성을 고무하는지의문을 표한다. 임대료만 올려놓고 젠트리피케이션을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도시 구성원들이 배제되지 않는 모두에게 열린 도시의 모습을 제안한다.

▶카메라를 보세요(커트 보니것 지음, 이원열 옮김, 문학동네)=블랙 유머의 대가 마크 트웨인의 계승자로 불리는 반전작가 보니것의 미발표 초기 단편소설집. 그 중에서도 보니것의 시그니처인 SF작품 위주로 구성됐다. 단편 ‘비밀들이’는 외로운 사람에게 대화와 조언을 제공하는 마법 같은 기계에 대한 이야기. ‘작고 착한 사람들’은 페이퍼나이프 모양의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방문한 소인국 외계인들이 겪은 일을 다룬다. ‘에드 루비 키 클럽’에는 사람의 몸속에 주입하면 반드시 진실만을 말하게 되는 ‘진실 혈청’이 등장하고, ‘거울의 방’에는 당시 가장 트렌디한 정신과학의 한 분야였던 최면치료를 환상적으로 담아냈다. “과학은 실제로 작동하는 마법”이라고 했던 보니것의 SF의 특징은 과학과 기계가 작동하지만 휴머니즘과 유머가 내면에 흐른다. “이 작품들은 커트가 언어로 빚은 환등기이고, 인간 행동의 예측 불가능한 변화와 신비를 가차없이 뱉어내는 빛”이라고 말한 시드니 오핏의 서문은 보니것의 글쓰기에 대한 이해에 도움을 준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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