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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의 문화사(김풍기 지음, 느낌있는 책)=사람 사이의 정이라는 선물은 지나치면 말썽을 일으키지만 선물의 순기능은 있다. 특히 근대 이전엔 일상을 보완하는 일종의 경제방식이었다. 저자는 조선시대 ‘선물경제’를 통해 시대를 읽어냈다. 달력, 즉 책력은 조선시대 소중한 선물 중 하나였다는 사실은 새삼스럽다. 한 해의 날짜를 나열한 것을 책으로 만든 책력에는 날짜 뿐 아니라 그날 해도 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담았다. 지팡이도 선비들이 주고 받던 선물 중 하나. 왕이 원로대신에게 옥구장을 선물하기도 했는데 그만큼 지팡이의 문화적 의미가 컸다는 얘기다. 매화, 종이, 앵무배, 도검, 벼루는 사대부의 품격을 담은 선물이다. 특히 사인검은 삿된 기운을 물리치는 효험이 있어 가장 선호됐다. 변치않는 충성의 의미를 지닌 가죽옷, 화장품과 안경 등도 선물목록에 올랐다. 맛 좋고 귀한 것을 나누고 싶은 인심은 당연하다. 속세의 번잡함을 내려놓을 차, 제사용 청어, 청심환 등이 애용됐다. 빌린 책을 돌려주며 보낸 귤 세 알은 정감어린 조선시대 멋을 보여준다.

▶ 경제학의 7가지 거짓말(제프 매드릭 지음, 박강우 옮김.지식의날개)=금융위기 이후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는 경제학자는 아담 스미스다. 자유방임주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시장경제의 대부로 오해받아온 그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다. 저자 역시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의 제대로 읽기를 제안하는데, ‘보이지 않는 손’으로서의 정부의 역할에 주목한다. ‘국부론’은 어떤 조건에서 시장이 원활히 작동하고 왜 시장이 실패하는지를 묘사함으로써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적절한 방향의 정부 개입이 필수적임을 잘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그동안 주류경제학자들에 의해 잘못 이용·적용된 주요 경제학 명제들을 하나하나 뜯어 살핀다. 경제의 총공급은 언제나 총수요와 일치한다는 19세기 초 ‘세이의 법칙’은 케인스에 의해 완전히 실패한 이론임이 입증됐는데도 금융위기 이후 부활했다고 지적한다. 이밖에 밀턴 프리드먼이 주장하는 ‘최소화된 정부와 사회’, ‘물가 안정 지상주의’, 금융시장에서 의사결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진다는 ‘효율시장 가설’, ‘세계화의 맹신’ 등 주류경제학자들의 주장의 허점을 파헤쳤다.

▶케모포트(최창학 지음, 상상)=시한부 판정을 받고 암 투병 중인 최창학 작가가 유서 같은 고백소설. 작가가 1997년 절필 이후 22년 만에 펴낸 작품으로, ‘죽어가면서 아내에게’라는 부제를 담고 있다. 고백체 소설에는 가족과 친척, 친구, 선후배, 동료교수는 물론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30년간 재직 중 가르친 제자들의 이름도 모두 실명으로 등장한다. 신경숙, 시인 지연희, 제자 조복순 등과의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와 사건들을 낱낱이 적어 눈길을 끈다. 특히 신경숙과의 인연은 한 장을 할애했는데, 입학 당시부터 두드러진 면이 있었다며, 작품지도를 받으려고 쫒아다닌 이야기와 ‘사랑’ 편지 등 에피소드를 적었다. 자서전적 참회록인 소설은 투병의 기록이기도 한데, 소설의 제목인 ‘케모포트’는 항암주사를 맞기 위해 어깻죽지 안쪽에 심어놓는 장치를 말한다. 작가는 ‘시작하는 말’에서 “결코 짧지 않은 생애를 돌아보며 잘못 살았던 삶을 뉘우치며 속죄하는 시간이라도 갖는다면 최소한의 의미는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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