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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모하고 경솔한 시대…미래를 보는 법
초대형 허리케인 예보에도
위험 준비에 소홀한 사람들
잘못된 선택이 때론 치명적

단기데이터 치중 디지털라이프
‘즉각적인 만족’ 중독상태로…
구체적 생생하게 ‘상상하기’ 도움
보다 긴 호흡으로 미래 준비 지침서
미래를 보다 낫게 만들고자 하는 기대를 우리가 모두 분명히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위한 행동을 실천하는 게 그토록 어려운 이유는 정확하게 무엇일까? 미래는 마음 속에서 떠올려야만 하는 어떤 관념이지 우리가 감각기관들을 동원해서 인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체가 아니다.(‘포사이트’에서)

#2005년 9월 미국 남부지역을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수천명의 사망자를 내고 집과 산업시설을 파괴한 재앙으로 기록된다. 카트리나가 다가온다는 예보는 이틀 전에 나왔지만 이를 들은 지역 주민 대부분은 생수를 구입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자기 집의 취약한 부분을 손보거나 벽을 방수포로 덮는다거나 하는 대비조차 하지 않았다.

오늘날 기상학자들은 허리케인의 육지 상륙지점을 반경 약 97킬로미터로 표시할 수 있고 지역 주민들이 충분히 대피할 수 있도록 폭풍우의 이동 경로를 72시간 전에 발표한다. 폭풍이 언제 어떤 규모로 덮칠지 아는 데도 대비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어쩐지 익숙하면서도 놀랍다.

이는 허리케인만이 아니다. 지진이나 홍수 등도 마찬가지다.

비나 밴카타라만 MIT교수는 저서 ‘포사이트’(더난출판)에서 사람들이 미래의 위험에 준비하지 못하는 이유가 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형편없는 의사결정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개인이나 사회나 잘못된 선택은 치명적인 경우가 많다. 직관에 대한 맹목적 믿음, 감정적 접근, 당장의 만족 혹은 논리적 오류 등은 잘못된 결정으로 이끌게 마련이다. 특히 최근에는 당장의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보니 개인이든 기업·사회든 장기적 차원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언젠가 닥칠 분명한 지진에 대비하거나 산업의 미래 먹거리를 개발하고 남획을 예방하려고 사회적 차원에서 당장 어떤 희생을 치러야 하는 문제들은 더욱 그렇다. 비나 교수는 이를 일컬어 ‘무모하고 경솔한 시대(Reckless Age)’라고 말한다.

비나 교수는 사람들이 왜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하지 못하는지 의문을 품고 학문을 넘나들며 7년여간 탐색한 끝에 미래예측이 중요한 게 아니라 미래에 대한 의사결정이 핵심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즉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필요한 판단력 여부가 결정적이란 얘기다. 저자는 이를 미래에 대한 통찰, ‘포사이트(foresight)’라고 부르며 이렇게 설명한다.

“포사이트를 실천한다는 것은 우리 앞에 놓여있는 것들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안들을 평가해 각각의 가중치를 결정함으로써 단지 현재의 우리 뿐 아니라 미래의 우리를 위해서도 최상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좋은 선택을 하는데는 장애물이 적지않다. 단기적인 데이터에 급급하거나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검색, 소셜미디어 등 디지털라이프는 점점 더 즉각적인 만족이라는 중독상태를 만들어낸다. 수많은 메시지와 원클릭 쇼핑 등 온갖 도구들은 원하는 것을 계속해서 곧바로 손에 넣을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점점 더 빠르게 진행되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를 ‘전자 코카인’이라고 부르는 과학자도 있다.

저자는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는데 인지 활동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가령 일상의 소음을 제거한다든지 디지털 안식일 등 의도적으로 설계된 행동의 습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근시안을 탈피해 장기적으로 중요한 것을 제대로 선택하려면 단기 목표수치에만 매달려선 안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가 밝힌 수치 목표의 함정이다. 수치상의 목표들을 사용해 조직 및 조직 구성원의 행동을 추동하려는 기업은 필연적으로 그 경제 지표 통계적 규칙성이 사라지려는 순간을 맞게 되며 애초에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조직이 사람들에게 수치 목표를 제시하면서 이 목표를 달성할 경우 보상을 해준다고 할 때 그 조직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의미있는 발전들을 희생하기도 하고 심지어 속임수를 쓰기도 함으로써 점차 무너지게 된다.

맞닥뜨릴 상황에 대처하는 저자가 제시한 방법 중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상상하기’다. 최근 뇌과학과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구체적인 상상과 결부되지 않은 예측에 대해 사람들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관건은 닥칠 상황을 마음 속으로 그리되, 자신이 미래에 일어날 일을 성공적으로 처리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다. 그것도 매우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만드는 게 중요한데, 감각이 뇌를 설득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가 미래를 성공적으로 상상할 때 미래는 현재의 우리 감각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난다. ”며, 심지어 현재 시점에서 우리가 취하는 선택에 동기를 부여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책에는 항생제와 의료사고, 자연재해, 기후변화, 카지노 게임, 장기투자와 단기투자의 성공과 실패 사례 등 수많은 예시가 들어있어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더불어 포사이트를 기르는 다섯가지 방법도 들려준다. △단기 목표 너머를 바라보라 △상상력을 자극하라 △미래의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행위에 즉각 보상하라 △충동에 휘둘리지 마라 △더 나은 기관들을 만들어라 등이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보다 긴 호흡으로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데 지침이 될 만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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