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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성염증을 이기는 한접시 식단…
만성염증, 동맥경화·피부질환·당뇨·암 원인…통곡물·견과류·등푸른생선 섭취 도움

# 30대 직장인 여성 A씨는 아침을 거의 챙겨먹지 못해 점심시간에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허겁지겁 과식을 하곤 한다. 저녁에도 고기 위주의 외식을 하다보니 채소나 과일 섭취가 적고 운동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2년새 체중이 10kg 이상 증가했다. 무엇보다 환절기마다 입 옆이 찢어지는 피부질환을 비롯해 생리불순, 변비 등을 앓게 됐다. 이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지고 스트레스도 늘었다.

특정 원인없이 지속적인 통증이나 피로, 변비나 설사 같은 위장관 증상, 체중 증가, 회복이 잘 되지 않는 감염성 질환을 앓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건강검진을 해도 딱히 원인을 찾을 수 없다. 이런 경우 몸 속 만성염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만성염증은 발견과 진단이 쉽지 않지만 비만을 비롯해 당뇨, 심혈관질환, 피부질환, 암 등 다양한 만성질환에 영향을 미친다.

이유 없이 아프면 만성염증…몸에 없던 이물질이 원인=보통 염증 반응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부종이나 통증 등을 동반하며 회복하는 면역반응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회복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알 수 없는 통증을 비롯한 여러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태를 ‘만성염증’이라고 한다.

이런 만성염증은 저절로 낫지 않고 전신에 걸쳐 여러 증상이 나타나지만 드러나지 않거나 모호해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만성염증을 방치할 경우 동맥경화, 피부질환, 당뇨, 암 등 다양한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동맥경화증은 염증이 혈관내벽에 쌓이면서 발병확률이 높아진다. 암 또한 신체 내 염증반응이 오래 지속된 조직에서 생성되는 경우가 25%에 이른다. 그 외 알츠하이머나 혈관성 치매 또한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비정상 단백질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 뇌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만성염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먼저 황사나 미세먼지, 중금속, 환경호르몬 등 환경오염물질은 체내 면역시스템을 교란시켜 염증반응을 촉진해 몸속 만성염증 수치를 증가시킨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접하고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음식이다. 대표적으로 정제곡물과 설탕 등의 정제 탄수화물, 트랜스지방, 잔류 농약 등이 있다. 이런 ‘생체이물’들은 원래 내 몸에 있지 않은 물질들로 몸속에 들어오면 대응과정에서 면역반응이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정상세포까지 상처를 입어 면역반응이 지속되는 만성염증으로 이어지게 된다.

채소·과일 섭취로 만성염증 줄이는 ‘항염증 한 접시’ 식사법=만성염증을 줄이려면 원인 물질의 체내 유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황사나 미세먼지 등의 환경오염물질은 개인이 막는데 한계가 있다. 약물 복용 또한 일상적이지는 않다. 만성염증을 줄이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음식 섭취 방법을 개선하는 것이다.

식습관 개선이라면 대개 ‘어떤 식품을 먹는 것이 좋은가’를 따지지만 특정 음식이 만병통치약의 역할을 하는 경우는 없다. ‘무엇을 먹는가’가 아닌 ‘어떻게 먹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식습관은 병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예방하기도 하며 치료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균형 잡힌 식습관, 나에게 맞는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움 푸드테라피클리닉 이경미 교수는 이런 식습관을 구성하는 방법으로 ‘항염증 한 접시’ 식단이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항염증 한 접시 식단은 만성염증을 줄이기 위해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을까’에 중점에 둔다. 보다 자세하게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채소, 과일, 물 등 6개 항목에 걸쳐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다. 항염증 한 접시는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염증을 줄이는 식품 선택 방법을 알려준다.

곡물은 통곡물로, 불포화지방 많은 견과류·등푸른 생선 좋아=우선 탄수화물 섭취에서 곡물을 선택할 때는 껍질째, 거칠게, 글루텐이 적은 곡물을 골라야 한다. 추천 식품은 현미, 발아현미, 통밀빵, 통밀 파스타, 옥수수, 퀴노아 등이 있다. 지방 섭취시에는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과 오메가3는 늘리고 몸에 해로운 트랜스지방, 포화지방, 오메가6는 줄여야 한다. 이 교수는 “견과류, 등푸른 생선에는 불포화지방산과 오메가3가 많아 추천하는 식품”이라며 “반면 섭취를 줄여야 하는 식품에는 패스트푸드, 가공식품, 빵, 쿠키, 믹스커피, 냉동피자 등이 있다”고 조언했다.

단백질은 고기로만 섭취하기 보다 고기 외에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생선, 콩, 씨앗, 견과류, 해조류 등으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과일과 채소를 섭취할 때는 제철과일이나 제철채소가 좋다. 제철식품은 영양소는 높고 잔류농약이 적다. 로컬푸드는 배송 거리가 짧은 만큼 영양소가 보존되고 잔류농약이 줄어든다. 또한 채소와 과일 껍질에 들어있는 식이섬유는 몸 속 독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

수분 섭취는 음료수가 아닌 깨끗한 물을 하루에 1.5L(약 7잔) 마시는 것이 좋다. 다만 탄산음료는 물이 아니라 지방으로 전환되는 액상과당이니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 교수는 “요즘은 다양한 식품 정보가 넘치다 보니 환자들이 전문가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지만 막상 식습관을 들여다 보면 아는 것과 굉장히 차이가 많다”며 “나의 상황에 맞지 않는 정보를 무리하게 적용해 건강을 해치기보다 현재 식습관을 들여다보고 염증을 일으키는 습관을 한 두가지만이라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항염증 식품 한 두 가지를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보다 지속가능하면서도 즐거운 건강식단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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