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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美, 하노이 이어 스톡홀름도 ‘결렬’…‘새 방법론’ 이견
-北김명길 “협상 결렬…매우 불쾌하게 생각”
-北, 핵·ICBM시험 유예 철회 가능성까지 시사
-2주 뒤 실무협상 불투명…3차 정상회담 제동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과 관련해 미국에 책임을 떠넘기며 결렬됐다고 선언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미가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7개월여만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다시 만났지만 또다시 결렬로 막을 내렸다.

협상 전부터 북핵문제가 수십년을 끌어온 만큼 한번의 만남으로 획기적 진전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이번 협상을 시작으로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까지 기대했던 시나리오는 일단 제동에 걸리게 됐다.

북미는 추후 협상 재개에 있어서도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대화 지속 여부조차 불투명한 형편이다.

▶美 “北 카운터파트들과 좋은 논의 가져”=북한 수석대표로 나선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5일(현지시간)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 미국 대표단과 오전 2시간, 오후 4시간 가량 만난 뒤 북한대사관 앞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김 대사는 “협상은 우리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됐다”며 “나는 이에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측이 우리와의 협상에 실제적인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라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 볼 것을 권고했다”며 “이번 조미(북미)실무협상이 실패한 원인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수정함으로써 대화 재개의 불씨를 되살리는가 아니면 대화의 문을 영원히 닫아버리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국은 북미대화 재개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결렬이 아닌 종료라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은 김 대사의 성명에 대해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오늘 8시간 반 동안 이뤄진 논의의 내용이나 정신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뒤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가져갔으며 북한 카운터파트들과 좋은 논의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북미가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성과를 도출하지 못한 것은 결국 ‘새로운 방법론’을 둘러싼 간극 때문으로 보인다.

김 대사는 “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했으나 아무것도 들고나오지 않았으며 우리를 크게 실망시키고 협상 의욕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반면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미국 대표단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래 있었던 일들을 되새겼으며 양쪽 모두의 많은 관심 사안을 해결하기 위한 보다 집중적인 관여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대표단은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4개의 핵심사안 각각에 대해 진전을 이루게 할 많은 새로운 계획에 대해 미리 소개했다”고 반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북미 실무협상이 시작되기 앞서 그리스 아테네를 방문중 “우리는 일련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나름 상응조치를 제시했으나 북한 눈높이에서는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정말 빈손으로 오지는 않았을 것이고, 아마도 북한 입장에서 받아들이기에 최소치에도 충분치 않았을 것”이라며 “북미 모두 적게 주고 많이 받으려고 하니 애당초 쉽지 않은 협상이었다”고 평가했다.

▶美 “2주 내 한번 더”·北 “협상 위한 협상 없다”=북한은 이번 실무협상에서 미국 측에 체제안전과 제재해제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사는 “우리는 협상에서 미국의 잘못된 접근으로 하여 초래된 조미대화의 교착상태를 깨고 문제해결의 돌파구를 열 수 있는 현실적인 방도를 제시했다”면서 “싱가포르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 이후에만도 미국은 열다섯 차례에 걸쳐 우리를 겨냥한 제재 조치들을 발동하고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합동군사연습마저 하나둘 재개했으며 조선반도 주변에 첨단 전쟁장비들을 끌어들여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공공연히 위협했다”고 비판했다. 생존권은 체제안전, 발전권은 제재해제와 직결된다.

이에 미국은 우선 비핵화 정의와 범주를 설정하고 협상 진행중에는 핵동결이 이뤄져야한다는 기존 입장하에 북한의 가시적 비핵화 조치시 ‘밝은 미래’를 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실무협상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6·25전쟁 미국 전쟁포로 및 실종자 유해 송환 등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 핵심사안 진전을 이룰 ‘많은 새로운 계획’에 대해 소개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김 대사는 “조선반도 핵 문제를 탄생시키고 그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는 미국의 위협을 그대로 두고 우리가 먼저 핵 억제력을 포기해야 생존권과 발전권이 보장된다는 주장은 말 앞에 수레를 놓아야 한다는 소리와 마찬가지”라고 말해 미국이 북한의 선 비핵화 조치를 요구했음을 시사했다.

북미는 향후 대화 재개를 놓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스웨덴이 2주 이내 스톡홀름에서 다시 만나자고 초청했다면서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으나 김 대사는 스웨덴의 초청에 대한 가타부타 언급 없이 대화 재개 여부는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다며 공을 넘겼다.

김 대사는 성명 발표 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는 “협상을 위한 협상을 하면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미국에는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전혀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대사는 특히 “우리의 핵 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가 계속 유지되는가 그렇지 않으면 되살리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입장에 달려있다”며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유예 철회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다만 김 대사는 미국을 향해 올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하라고 권고하고 한반도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혀 대화의 문을 완전히 걸어 잠그지는 않았다.

▶“韓, 시진핑 조기 방한 추진해야”=한편 한국은 이번 협상에서 성과를 도출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과 함께 북미대화 지속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외교부는 “이번 북미 간 실무협상으로 당장의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지만, 북측 신임 대표단과의 협상이 시작된 것을 평가하며 이를 계기로 대화의 모멘텀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 비핵화협상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끌어내기 위해 한국과 미국은 북한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조기 방한을 추진하고 대북정책에 대한 한중 및 한미중 전략적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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