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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자연의 현장에서] 조국에 휘둘린 국회, 국감 부실 우려

‘조국감’. 2일부터 시작될 20대 국회 국정감사의 별칭이다. 국민의 대표가 행정부를 상대로 엄중하게 송곳질의를 해야 할 광장(廣場)인데 근본을 알 수 없는 ‘조롱성 조어(造語)’가 국회 안팎에서 떠돌아 다닌다. 나라를 두 동강 낸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가 국회를 뒤덮었다는 건 국감 대비 전략회의로 눈코뜰새 없이 돌아가야 할 의원회관을 돌다보면 금세 감지할 수 있다.

국감을 일주일 앞둔 지난주만 해도 질의서를 작성하고 국감장에 세울 증인을 누구로 정할지 결론을 내야 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의원실은 조국에만 매몰돼 있었다. 조국 장관 인사청문회 전부터, 그가 취임한 이후 현재까지 의원과 보좌진은 공격과 방어를 주고 받느라 진이 다 빠진 상태였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20대 국회는 최악의 ‘식물국회’로 비난을 받아왔다. 법안 처리율이 20%대에 불과한데 이대로라면 국감까지 허무하게 흘려보낼 공산이 크다.

속칭 조국감에 ‘물린’ 의원실이 한두 곳이 아니다. 정무위원회에 소속한 의원실 사람들과 얘길 나누면 여야를 막론하고 한결같은 답이 돌아왔다. “(국감준비를) 이제 시작한다”, “조국 때문에 아무 것도 못했다”고 실토했다. 국감 준비가 허술하게 진행된 데엔 장외집회도 한 몫을 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집회 참여도 해야 하기 때문에 (국감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야당의 한 의원은 “여당에서 조국 관련 펀드에 대해 설명을 해줄 증인은 한 명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데 말이 됩니까”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게 일주인 전 상황인데 교착상태는 이날까지 변화하지 않고 있다.

정무위 여야 간사간 기업인 등 일반증인 채택에 대한 협상을 지난달 30일까지 했는데 소득없이 끝났다.

오늘(1일) 협상을 하겠다는 기약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무위 소속으로 꽤 오랫동안 일해온 한 보좌관은 “사상 초유의 일반증인 없는 국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무위에 켜켜이 쌓인 현안을 생각하면 속터질 상황이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을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 등 국민들이 민감해 하는 사안이 줄줄이 터진 당국을 점검해야 해서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런 고위험 상품을 은행에서 산 피해자들은 해당 은행의 장을 증인으로 세우고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하라며 연일 집회·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국회가 기민하고 민첩하게 움직여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면 ‘밥값’을 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텐데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 형국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나온 각종 정책 금융상품 전반에 대한 점검도 국회가 해야 하는데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마감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이 대표적이다. 마감 이튿날 금융위가 신청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했지만, 몰려든 신청자들의 상당수가 탈락할 처지로 수요예측 실패라는 지적이 비등하고 있다.

이 상품 기획부터 신청자들의 거주형태·지역분포 등을 세밀하게 따질 자료를 국회가 요구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텐데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도 변변치 않았고, 금융당국도 공개하길 거부해 일반 국민들은 헛물만 켜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취임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추진하는 ‘금융 8법’도 국회가 세밀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 ‘호통’이 아닌 심도 있는 ‘질의’가 필요한데, 이런 수준까지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인 상황이다. “메인은 조국이죠”라는 의원실 관계자의 단호한 발언만 귓가에 맴돈다.

조국 장관과 관련해 의혹이 불거진 사모펀드 문제가 경시돼선 안 된다. 다만, 국회가 정쟁에 휘말려 ‘기본’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을 필요가 있다.입법과 감시는 국회에 주어진 권한이자 의무다. 하지만 특정 이슈가 집어 삼킨 이번 국정감사가 국회의 의무를 다하는 장(場)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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