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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본시장법 넘나든 ‘조국펀드’…정경심 자문료가 자충수?
‘출자자 운용관여 금지’ 위반 소지
블루·레드·배터리펀드 ‘한몸’ 의혹
다양한 LP간 이해충돌 없어야 가능
“정씨, 전체 포트폴리오 관여한 셈”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의 ‘가족펀드 의혹’ 관련, 조 장관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교수가 코스닥 상장사 더블유에프엠로부터 자문료를 받은 것이 ‘펀드에 투자한 출자자(LP)는 운용사(GP)의 자금운용에 간섭해선 안 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교수는 지난 2016년 9월 코링크PE의 신주 500주를 유상증자를 통해 5억원에 사겠다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실제 납입하기로 했던 5억원을 넣지는 않았지만, 정 교수의 동생이 정 교수로부터 빌린 자금을 통해 같은 금액을 투자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동생 명의로 차명 투자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 교수가 코링크PE 운영에 개입한 구체적 사실이 드러날 경우, 공직자나 배우자의 직접투자를 금지한 공직자윤리법 위반 소지가 커진다.

공직자윤리법과 별개로,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에서는 LP가 GP의 자금운용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링크PE가 조성한 펀드는 ‘블루코어밸류업1호(블루펀드)’, ‘한국배터리원천기술코어밸류업1호(배터리펀드)’, ‘레드코어밸류업1호(레드펀드)’, ‘그린코어밸류업1호’ 등이다. 블루펀드는 가로등 점멸기 생산업체인 웰스씨앤티, 배터리펀드는 2차전지 사업을 영위하는 더블유에프엠, 레드펀드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익성에 각각 투자했다.

문제로 거론되는 부분은 정 교수가 더블유에프엠에 사업 자문을 제공하고 7개월간 총 1400만원의 자문료를 수취한 점이다. 검찰은 정 교수의 자금이 결국 더블유에프엠으로 우회 투자된 것으로 판단, 수취한 자문료를 ‘투자금에 대한 이자 명목’으로 보고 있는데, 정 교수는 이에 대해 “더블유에프엠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고, 더블유에프엠은 내가 투자한 펀드에서 투자한 회사도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정 교수가 코링크PE의 설립 단계부터 깊이 관여했고, 각각 설립된 블루펀드, 배터리펀드, 레드펀드가 결국 최초부터 특정 전략을 가지고 한 몸처럼 움직였다면 출자한 펀드의 투자 기업에 자문을 제공한 셈이 된다.

한 PE 업계 관계자는 “정 교수가 굳이 ‘내가 투자한 펀드에서 투자한 기업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별개처럼 보이는 복수 블라인드펀드가 결국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 목적을 가진 프로젝트펀드로서 해석된다면 위법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특히 코링크PE가 설립한 PEF들이 레드펀드가 투자한 익성을 중심으로 운용됐다는 점이 이같은 분석에 힘을 더하고 있다. 레드펀드는 코링크PE가 가장 처음으로 설립한 펀드로, 코스닥 상장기업인 포스링크와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우회상장의 타깃은 더블유에프엠으로 바뀐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정 교수 자금이 들어간 블루펀드의 투자기업 웰스씨앤티도 익성과의 합병이 최초부터 계획된 것으로 보인다. 최모 웰스씨앤티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웰스씨앤티가 익성에 2차전지를 납품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 합병하기로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동일 GP가 설립한 PEF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다. 같은 GP가 설립한 복수 펀드가 특정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전략을 세웠다는 것만으로는 지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평가한다. 그러나 이처럼 복수 펀드가 한 몸처럼 움직이기 위해서는 각 펀드의 다양한 LP들 간 이해상충 문제가 없어야 한다. 정 교수가 코링크PE의 전체 포트폴리오에 깊숙이 관여하며 다른 출자자들과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나갔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정 교수 입장에서는 직접 투자하지도 않은 펀드로부터 이자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우선 반박했어야 했겠지만, ‘펀드 이자’가 아닌 ‘자문료’라고 해명한 것 역시 넓게 보면 위법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최준선 기자/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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