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제13호 태풍 ‘링링’에 따른 피해 소식을 전하면서 전체 당·군·민 역량을 총동원한 복구를 강조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소집하고 태풍에 대한 대비를 강조하고 있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제13호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강타한 가운데 북한에서도 적잖은 피해가 발생했다. 북한은 국가적 차원에서 비상사태에 돌입하고 전체 당·군·민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태풍 피해 복구에 나서는 모습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당 중앙군사위원회를 긴급소집하고 태풍 링링과 관련해 구체적이며 실질적 대책 강구를 촉구한 것과 관련해 “당의 호소 따라 온 나라 전체 인민들과 인민군 장병들이 비상태세에 진입했다”며 “온 나라 인민들과 인민군 장병들은 전국가적으로, 전당적으로, 전군적으로 당의 호소를 결사의 실천으로 받들어 자연과의 전쟁에 모든 역량을 총동원, 총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지면에 상당 부분을 할애해 태풍 관련 소식을 전했다. 신문은 먼저 우리의 기상청에 해당하는 기상수문국을 인용해 태풍이 7일 새벽부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같은 날 오후 3시 황해남도 옹진군 일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황해남도 청단에서 순간최대풍속이 35m/s에 달하는 등 대부분 지역에서 강한 바람이 불었으며 강원도 해안에서는 90㎝의 해일이 일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피해소식도 전했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곳곳에서 여러 대의 전신주가 넘어지거나 꺾였으며 가로수들이 뿌리 채 뽑히고 건물 지붕들이 손상을 입었다. 북한 매체들은 전날 이례적으로 편성한 재난방송에서 이번 태풍으로 해주와 개성, 사리원, 함흥 등 곳곳에서 도로 침수와 건물 파손 등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내보냈다.

북한은 태풍이 빠져나감에 따라 본격적인 피해 복구에 돌입했다. 노동신문은 8일 수 건의 별도의 기사를 통해 농업, 전력, 철도, 보건 등 국가 기간산업 부문별 대응과 함께 해양방조와 체육시설, 민족문화유산과 관련된 부문에서까지의 후속조치를 강조했다.

북한이 자연재해와 관련해 이처럼 긴밀한 대응을 보인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6일 태풍에 대비해 긴급소집한 회의에서 당과 정부가 안일한 인식에 사로잡혀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잘타한 뒤 인민군대가 주력이 돼 피해방지를 주도하라고 지시한 것 역시 이례적이다.

이는 먼저 태풍 링링이 ‘역대급’ 강풍을 예고한 상황에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 집권 직후인 지난 2012년 8월 태풍 ‘볼라벤’으로 인해 북한에서는 300여명이 사망하고 600여명이 부상 또는 실종됐으며 8만7280여 가구의 파괴·침수, 29만8050여명의 이재민 발생 등 막대한 피해를 기록한 바 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공언하고 북미대화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연재해로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가 되풀이될 경우 자칫 민심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태풍 도착에 앞서 당 중앙군사위를 긴급소집하고 세부적인 내용까지 직접 꼼꼼히 챙기는 모습을 보이며 인민을 위해 헌신하는 지도자상을 부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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