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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줄 묶인 강남집값 1년새 3.74%↓…‘상한제 처방’ 과잉진료?
용두사미 된 9·13 부동산대책 1년의 명암
과세 강화·대출 규제로 ‘집값잡기’ 공언
시행초기 극심한 거래절벽속 반짝 효과
1년만에 대책 이전보다 더 높이 뛴 집값
정부는 시장 이길 더 센 ‘규제의 칼’ 준비
그래픽디자인: 박지영/geeyoung@

“투기와 집값은 끝까지 잡겠다는 각오입니다. 만약 이번 대책 발표 이후에도 주택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신속하게 추가 조치를 하겠습니다”

지난해 9월 13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당시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는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결연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던 대목이다. 김 장관도 “집값이 오르는 게 제일 마음이 아프다. 요새 잠도 잘 못 잔다”며 심경을 밝힌 바 있다.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 규제라는 9·13 대책이 오는 13일로 1년을 맞는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굵직한 정책들을 쏟아냈다. 그 정점에 있는 것이 보유세·양도세 강화, 대출 규제 등을 골자로 하는 9·13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강력한 대책이 공표되자마자 과열됐던 시장은 곧바로 얼어붙었다.

그로부터 1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서울 주택시장은 과연 정부의 의도대로 흘러갔을까. 초반은 확실히 ‘약발’이 먹혔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량은 지난해 8월 1만4967건을 정점으로 대책 발표 이후부터 본격적인 감소가 시작됐다. 같은해 9월(7202건), 10월(3257건)에 이어 11월에는 1778건까지 3개월동안 급감했다.

여파는 올해 초에도 이어졌다. 1분기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486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3만5121건) 대비 무려 86%가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정설처럼 받아들여지는 ‘신학기 효과’라는 말이 무색해졌고 간혹 나오는 급매물이나 급급매물만 거래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2분기부터 상황이 반전하기 시작했다. 4월에 3000건을 회복한 이후 5월과 6월에는 각각 4388건, 6209건을 기록하며 평년 수준까지 올라섰다.

집값도 움직였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 첫째 주 이후 올해 6월까지 32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4월말부터 강남과 주요 지역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 심리가 살아났다. 6월 마지막주에는 서울 전체 집값이 34주 만에 상승으로 돌아섰고 이후 8월 마지막주까지 9주 연속 상승세가 이어졌다.

개별 단지에서도 9·13 대책 이전 가격 수준을 회복하거나 오히려 작년 최고 거래가를 경신한 곳이 등장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대장주로 꼽히는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192㎡는 지난 7월 42억원에 실거래가 이뤄지며 작년 최고가와 동률을 기록했고, 강남구 삼성동 센트럴아이파크도 지난 6월 전용 195㎡가 작년 최고가와 같은 62억원에 손바뀜했다. 강남권의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인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7월 전용 82㎡가 21억1425만원에 거래되며 작년 최고가(20억4800만원)를 넘어섰다.

서울 집값이 다시 오르자 김현미 장관은 예고한대로 지난달 12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라는 규제 카드를 발표했다. 재건축 아파트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고, ‘풍선효과’로 인해 신축 아파트가 급등하는 등 10월 시행 전부터 홍역을 치르는 모습이다.

여기에 규제 피로감까지 생겨나면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시장의 믿음도 약화되는 형국이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통계를 보면 현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 이후 올해 8월까지 서울 집값은 14.87% 상승했다. 전국 평균인 3.88%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같은 기간 부산은 -1.26%, 울산은 -8.67%로 대조를 보였다. 이러다보니 정부 정책을 믿고 기다린 사람은 패자가 되고 정책을 거슬러 행동한 사람만 승자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겸 숭실대 겸임교수는 “자본주의 사회는 욕망이 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곳이고, 더 나은 주거여건에 대한 선호도 그중 하나”라면서 “정부가 정책수단을 동원해 집값을 잡겠다고 하고 있지만 규제에는 항상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또한 지난달 강연회에서 “분양가 상한제 추진 등으로 거래량이 다시 위축됐는데 이는 시장이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의미”라며 “시장이 정상적인 수요와 공급 법칙을 벗어나면 다른 행보를 걷게 되고, 결국 부동산 가격의 급등 아니면 급락으로 이어지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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